억새풀 자지러지는 산자락에 누워
쪽빛 하늘 치어다보며
눈부셔 하던 것, 언제였던가 ?
별 쏟아지는 밤하늘
가슴 가득 쓸어담고
만족스런 단잠에 스르르
빠지던 것, 언제였던가 ?

혹은
바람타고 실려온 싱그러운 내음에
환희에 겨워,
혹은
계곡을 휘돌아
흘러내리는 샘물에 목 축이면서도
감격에 떨며 눈물 펑 펑 쏟던

새벽 하늘 효성 유난한 동리의 에움길,
서녘 노을 붉디 붉어
애잔한 사연 지천
산 길을 걸어 올라
수목 우거진 오솔목
이끼 바위 걸터앉아
이름 모를 낯선 거리로
무작정 떠나고팠던,
그냥 막연히
나그네이고자 하는 바램
억누르기 벅찼던 시절,

사라져간 춤사위가
그림자로 환영 맺혀
고사리손 포개 얹어
쓸며 쓸며 쓸어올리며
가슴 열어제낀 채
망설이다 눈 뜨면 온통 보여지는 건
애절히 기다리는 네 얼굴이었고 -

언제였던가 ?
세상에서 제일 슬픈 사랑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겨진다는 걸
내게 선연히
심어주던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