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1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5집. 비 내리는 날 오후  


  "5집. 비 내리는 날 오후"
수록된 序詩의 제목은 '사랑의 서시'이며
목차에서는 '봄 ! 초록빛 생명이 움트는 새 날'에 11편,
'여름 ! 푸른 바다 파도위 갈매기의 사연'에 11편,
'가을 ! 낙엽쌓인 포도의 회색 하늘 정취'에 11편,
'겨울 ! 백설의 광야에 홀로 선 소나무'에 11편,
그리고 '뒷풀이 한마당 -
멍석깔고, 재주넘고, 행복찾는 짓거리'에 16편,
합계 61편의 詩와 後記로 편집된 詩集입니다.

1995년 11월6일 인쇄되었으며
이 詩集에는 비교적 서사적인 내용과 형식을 지닌 詩가
다른 詩集에 비해서
더 많이 실려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초롱불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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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수가 흘러 가는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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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폐수가 되었는지 당신 아는가 ?
한때는 나도 맑고 상큼한 생명수였었지.
희망과 꿈에 들떠 이리 저리 다니며
아름다움 뽐내는 제법 잘나가던 정수였었지.

지금은 비록 늙고 쇠약한 채로
세상 제일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였지만
젊었을 적 당신에게 사랑과 영양 심어주던
아낌없는 깊은 샘물 생명수였다는 걸
하마 잊어버렸는가, 왜 모르는가 ?

품팔이 객지 생활 있는 힘 다해서
공장의 기계들 왕성하게 돌려주고,
화학약품 희석시켜 좋은 물건 만들고,
더럽고도 지저분한 몸뚱아리 씻어주며
은덕 베풀었거늘 공적비는 고사하고,

동네방네 소문난 못된 망아지 취급이라니,
이게 대관절 웬 말인가 ?
나 이제 흘러 흘러 어디로 갈까나 ?
큰 욕심도 없네, 별 소망도 없네,
이제 나 흘러가면 다신 되돌아 오쟎고
젊은 시절 보람차던 추억이나 회상하며
영원토록 그곳에서 숨죽여 머물러
지친 몸, 늙어진 맘, 쉬고만 싶을 뿐.

내 마지막 가는 길 사뿐히 보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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