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당산역 화장실
오며 가며 들러서 볼 일 보는 곳
허리띠 푸르고 걸터앉으면
천상천하유아독존 흥얼거림 절로 나고
만인지상 임금 된 듯 기분 째지지.

안에서나 밖에서나 눈치밥 한 평생
숨소리 크게 한번 질러보지 못하고
두다리 쭉 뻗어 쉬어보지 못한 팔자
남 눈치 보느라고 가자미눈 되어지고
시선 마주치게 될라 등굽기가 직각이라.

언제 한 참 소리내어 큰 기침 해볼까나
오랜 숙원 풀어주는 단 하나의 자유 공간
내 은밀한 낙원 동산, 자존심의 유토피아.

외부와의 빗장고리 단단히 걸어 잠그고
오랑캐 침략 막는 방벽 높이 둘렀으니
우선은 누가 있나 일차 정찰 완료하고,
침 한번 꼴깍 삼키곤 자 -
이제 본격적으로 슬 슬 시작해 볼까나.

마음대로 뱉고 풀고 싸고 뭉개고
1,2번 칸 왔다 갔다 독서 삼매경,
뉜지도 모를 세상 향한 욕지거리
음담패설, 외설 낙서, 어찌 그리 날랑 같나 ?

이 시대의 마지막 화장실 철학자
낙서 작품 전시장 우수 작품 심사하듯
고개 끄덕 심각하게 감상한들 뉘 뭐랄까 !
엉치뼈 저린 경지 한식경이 지났으니
주섬주섬 일어나 바지 대충 추스리고
내일 다시 오리라 눈 내리깔고 출타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