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신경통에는
지네가 젤루 좋다 했겄다,
그저 허리 아프거나
무릎 관절 이상일 젠
지네가루 막걸리에 풀어
한사발 쭈욱허니 들이키면
그게 바로 비방이랬는데,
너 나 할 것 없이
특효약이라니까 찾느니 지네라.

임자 좋자고
나 죽여서 볶아 먹는 건 그렇다 치소.

그러나 입장 바꾸어
임자가 한번 지네 처지 되어 보오.

전생에 조상 대대로
무슨 원한 있다고,
죽는 것도 억울하거늘
잘게 잘게 가루내어
막걸리는 또 웬 말이요 ?
세상 이치 준엄컨대
이보다 더 애통할까 ?

이제라도 철 좀 드소.
보신 비방 핑계로서
애꿎은 살생 금함을 명심하고
나 이대로 살다 가게
작작들 찾으시오.

못본 척 그냥 두면
제 명 다해 하직할 참
임자 뜰안 봉창 아래
스스로 찾아들어
장기 기증 사랑 실천
어련히 알아 할지니.

혹여 윤회 후생 있어져서
내 다시금 다리 여럿 달린 팔자로
환생할 거라면
기필코 이번만은
욱일승천 여의주에 대갈일성 청룡 되어
청천 하늘 넘나들며
인간세상 번개 벼락
백일 낮밤 조화 부려
씨나락 하나 남김 없이
온통 쓸어버릴 터.

그러니 이젠 그냥
이 쯤에서 못 본 척 하려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