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랬어,
그래서 그렇게 마음이 아팠던 거야

봄싹 피기 시작한
춘삼월 닷새째 날
나른한 오후 무렵이었으니까

바늘로 찌르면
물이 터져나올 것만 같은,
푸른 하늘 가득 푸르름 펼쳐져 있는,

서글프도록 아름다운 세상인데
이런, 바보같으니라구
그 수많은 감성 중에
하필이면 연민이라니

긴 세월
그녀 향해 보여준 감성이
셀 수 없이 많았었는데

마음에서 내려놓으며 돌아서는
가장 마지막의 시간
단 하나 남겨진 게 연민뿐이라니

담배 한 모금에 상념 한 모금
그리고나서 떠오르는 기억들,

좋았던 시절의 추억 되새기는 건
바로 지금 이 상황이
그만큼 안 좋기 때문

사람은 언제나
좋았던 때 생각하며
위로받고 싶어 하는 거니까 말야

세상으로 봄은 왔고,
마음으로 봄이 묻어나니 이제 우리
겨우내 미루었던 이별 꺼내
하나씩 펼칠 그 때

봄이니까,
눈물도 마음으로 가득 묻어나는
착한 이별의, 그런 계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