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달빛은 참 맑아요
달빛 맑은 곳에서 시간은 참 맑아요
그렇지만 달빛 제대로
들지 않는 곳에서 시간은 참 어두워요

그곳은 어딜까요?
시간이 어둡게 씨뿌리는
그곳은 누굴까요?

시간은 달빛 가르며 달렸다
구름이 밀려들어 달빛 가렸다
시간은 달빛 맺힌 풀잎 밟았다
그리고 그 뒤에 섰다,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다가
혹은 희디 희게
더러는 붉디 붉게 피어났다

겨울밤 달빛 아래 핀 시간은
눈 덮인 매화다
피처럼 시린 홍매화다

서럽도록 어여쁜 시간이
달빛 여무는 새벽녘으로
숨죽여 흐느끼네요
소리죽여 울음 우네요
잠 못들어 뒤채이며 먼 길 가네요

보고싶어요....

의미 모를 말 중얼거리며,
누구에게 하고싶은 말인지도 몰라요
그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입술 물 따름인 걸요

사박사박 낮은 발자국 소리는
시간의 흔적 따라
서리꽃처럼 멀어져 갔다
먼 길 떠났다

달빛은 안즉도 맑기만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불면의 밤은 여전히
흔들리며 담을 넘어가네요
겨울밤은 참 길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