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16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 자유 그리고 자유로움  


  "* 자유 그리고 자유로움"
네번째 가상詩集입니다.

2012년 봄부터 씌여진 詩들입니다.
實驗詩적인 성격의 習作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오늘까지 계속 이어져오는 역사의 章입니다.

처음 詩人의 길에 入門한 이래로
이제껏 40년 이상을 지어온 詩이지만 아직도
정확한 詩의 정의를 내리지 못한 채,

판도라의 상자를 가슴에 품어안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풍운아로 떠돌며
詩의 본질을 찾아 헤매고 있는
詩人 林森의 애환이 드러나 있습니다.

林森의 고행은 그래서
지금도 이어져가고 있습니다.
그의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쭈욱 ~~

詩人의 멍에를 天刑으로 걸머지고 있는 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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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섬 *



시작노트

" 빈 섬 " 詩作 note

한동안 ‘도심의 공동화 현상’이라고 이름해도 될 정도로 밖으로만, 밖으로만 향하던 발걸음들이 되돌아와서 어느덧 제각각의 자리로 찾아들었다. 마치 빈 섬인 양 한산하던 거리들이 다시금 출퇴근 차량과 쏟아져나오는 인파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맞다. 이 모습이 바로 우리의 일상의 얼굴이었다. 어쩐지 조금은 생뚱맞고 어색하더라. 지방으로 뻗은 각종 도로들과 대합실, 그리고 해외로 향하는 공항과 여객선 터미널 등에만 사람들이 몰려있다는 건 어울리지도 않고, 그냥 일시적으로 스쳐지나가는 일탈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미 며칠 전의 그 긴 연휴에서 쌓았던 사연들은, 다짐들은, 계획들은, 다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리고는 번개처럼 제 자리를 찾았다. 마치 줄서기라도 하는 듯 아귀다툼의 현장에 속속 복귀했다는 신고를 해댔다. 마침내는 조금이라도 뒤쳐질세라 정신 바짝 차리고 재빠르게 우리의 이웃과 주변과 지역을 투쟁과 조급함의 전장으로 앞서서 도배질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바라보는 심사가 조금은 서글프고 우울해진다.

이 우매한 필자는 최소한, 넉넉하고 풍요로운 연휴가 끝나고 복귀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육체에는 이전과는 다른 여유가 조금씩은 깃들어있을 줄로 알았다. 그동안 너무나도 각박한 현실에 시달리던 심신이 충분한 만족과 활력을 되찾았으니, 돌아오는 걸음들마다 겸양과 화평과 사랑 쯤은 넘쳐날 것으로 믿었었다. 그래서 딴에는 연휴 동안 쉬지 못한 필자의 처지로 다른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나름 표정 연습도 하고, 마음가짐도 새롭게 추슬러가면서, 사람들을 만날 기대로 조금은 흥분된 기분에 연휴의 막바지를 보냈다.

그런데 웬 걸, 이윽고 새 아침에 다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의 표정은 그게 아니었다. 피로에 찌들고, 권태에 영육이 침잠되어 한 마디로 짜증만 덕지덕지 풀칠한 채로, 거리마다 사무실마다 활기찬 인사 대신 마지못한 인사치레가 주를 이루는, 예기치 못한 풍속도라니... 물론 다 그런 건 아닐 거다. 필자가 바라는 바처럼 그렇게 충분한 여유와 재충전으로 무장하고 복귀하는 사람들도 도처에는 많이 있으리라.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연휴라는 특혜를 누리지 못한 채로, 길게 이어지는 일상에 그냥 평소처럼 임하고 있는 경우도 또한 무척 많은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니 보여지는 모습 중에서 안 좋은 것들만 눈에 담고 비판을 하려 드는 필자의 심보도 고약하기로는 퍽이나 상급이다. 부인하지는 않으련다. 다만 필자의 행태가 어떤 비판이나 지적을 하고 그것이 나쁘다는 결론을 유도해서 사회의 분위기를 망치려고 하는 짓거리가 아님은 분명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어떤 기회들이, 설사 그것이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여건이 다르다고 해도, 어쩌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공통분모가 아닐지라도, 우리는 오늘의 현실 보다는 내일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삶을 더 사랑하는 것이기에 작은 혜택이라도, 조그만 이익이라도 기꺼워하며 누리고, 간직할 줄 알아야 함이다. 또한 소중히 아끼며 나눌 줄도 알아야 함이다.

연휴기간 동안에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생각과 다짐을 다졌을까? 그냥 의미 없는 향락과 일탈만으로 소중한 시간들을 허비하고 돌아오지는 않았을까? 마치 시간과 돈을 못써서 환장한 사람처럼 분별 없는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고, 주위에 해가 되는 행동들만 일삼다가, 어떤 반성이나 조명도 없이, 부득불 때가 되었으니 복귀한 것은 아닐까? 한 번 쯤은 심도 있게 되돌아 볼 일이다.

충분한 휴식을 좋은 마음으로 취했다면 다시 시작하는 일상이 더욱 힘차고 활기차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미상불 우리는 살다보면 꾀가 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모든 것이 하기 싫어서 게으름을 피우게 된다. 그러면 왠지 몸이 편할 것 같은 기분 때문이다. 하지만 참 이상한 일이다. 게으름을 피우고 나면 몸도 마음도 편해져야 할 텐데, 오히려 가슴에 돌덩이를 얹어놓은 것처럼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의문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다. 어느 날 ‘아서 코난 도일 경’의 글을 보고 난 후 그 고민의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나는 나의 일 때문에 피로감을 느껴본 기억이 없다. 오히려 나의 게으름 때문에 기진맥진해지곤 한다.” 그랬다. 일에 지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지 게으름이 아니었다. 필자도 가끔 게으름과 휴식을 혼동하곤 했다. 휴식은 열심히 일한 후에 오는 달콤한 쉼이지만, 게으름은 일을 해야 할 순간에 일을 끝내지 않은 채 자신을 속이고 노는 것을 뜻한다.

이제 게으름을 우리의 인생 비망록에서 지워버리자. 이제 휴식다운 휴식을 누릴 수 있는 우리가 되자. 그러기 위해 지금 우리 앞에 주어진 시간과 일에 최선을 다해 달려가자. 휴식은 주어진 일을 모두 해낸 사람, 일정기간을 성실히 일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니까 말이다. 자, 우리는 이제까지 이어진 기간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한, 뜻 깊은 연휴의 나날이었는가? 그렇다면 다시 열심히 일하러 나서자. 그럼 되는 거다. 다음에 다시 맞이할 달콤한 휴식을 기대하면서.

옛날 한 나라를 다스리던 왕이 유명한 건축가에게 새로운 왕궁을 건축할 것을 지시했다. 왕궁을 설계한 건축가는 왕궁의 각 방에 설치할 거울을 멀리 다른 나라에서 가져오게 했다. 그런데 운반 도중에 유리는 모두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건축가는 매우 실망하고 안타까워했지만, 작업자들에게 유리 조각을 모두 버리라고 했다. 그 때 한 남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 “어쩌면 거울이 깨져있기 때문에 더 아름다울지도 모릅니다.”

그는 깨진 거울 유리 조각들을 벽이나 창에 붙이자는 제안을 했다. 건축가는 고심 끝에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깨진 거울 유리 조각으로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 왕궁의 벽, 창, 기둥 등에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깨진 거울 유리 조각마다 빛이 여러 방향으로 반사되어 눈부시고 찬란한 왕궁이 만들어졌다. 왕궁의 모습에 감탄한 왕은 제안했던 남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깨진 거울 유리 조각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생각을 하였느냐?”

그러자 그는 왕에게 대답했다. “저는 예전에 양복점을 운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부유한 사람들의 옷을 만들고 나면 자투리 천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 천들을 모아 옷을 지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습니다. 그때 저는 자투리 천으로 만든 옷이 어떤 옷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혹시 깨진 유리도 더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때론 깨진 유리 조각처럼 산산조각이 날 때가 있다. 그럴 때 낙심하지 말고 실패나 좌절을 기회로 삼아 노력해보자. 깨진 유리 조각으로 아름다운 왕궁을 만들어 낸 것 같이 우리의 인생도 빛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인간사에는 안정된 것이 하나도 없음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성공에 들뜨거나 역경에 지나치게 의기소침하지 마라.” 이 말은 ‘소크라테스’가 우리에게 전하는 말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들 위에 후회나 한탄만을 얹는다고 좋을 건 없다. 외부의 탓이나 핑계를 들어 되돌릴 수도 없다. 그렇지만 깨지고 조각난 과거지사를 그냥 방치하거나 버려두는 건 결코 바람직한 처사가 아니다. 아픔과 눈물들을 한 데 모아, 귀하게 여기고 애틋하게 생각해서 또 다른 꿈으로 빚어낼 수 있는 것이 숨겨진 사람의 능력이다. 다만 시행하고 안 하고는 각자의 몫이다. 예컨대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삶의 가치를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력서, 누구나 잘 안다. 취업을 앞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력서를 작성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초·중·고교를 졸업한 것은 언제인지, 자격증은 어떤 것을 땄는지,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했는지 등 나에 대한 여러 가지 사항들을 기록한다. 그런데 이력서를 작성해본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막상 이력서를 쓰다보면 자신에게 딱히 무엇 하나 자랑할 만한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력서를 쓰고 나면 이력서에 설명된 나의 모습이 실제 나의 모습과 다른 것 같아 왠지 이력서 속의 내가 낯설어 보인다고들 한다. 자기 자신이 낯설어 보일 때가 가끔 있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아무것도 해놓은 것 없고, 아무것도 이루어낸 것이 없다고 느껴져 괜히 나 자신이 미워지는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를 포기하고 단념해서는 안 된다.

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곡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The greatest love of all is easy to acbieve / Learning to love youself / It is the greatest love of all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은 얻기 쉽습니다. 당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가장 위대한 사랑입니다.) 비록 지금 내 삶의 이력서가 그다지 화려하지도, 그다지 내세울 것 없어도 나를 사랑하고 아끼자. 나를 언제나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늘 힘을 낼 수 있도록 마음 속에 박수를 준비해 두자. 그것이 이번 연휴기간 동안에 우리가 거두어야 할 수확이며 갈무리의 조건이다.

- 저희 어머니는 제가 스무 살 때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지금은 결혼해서 사랑스러운 딸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친정아버지께서는 제가 육아 때문에 혹시 힘이 들까 봐 틈만 나면 저희 집에 들러서 손녀를 돌봐주고 가십니다. 내리사랑이라고 아버지는 손녀를 어찌나 귀여워하시는지... 덕분에 저는 아기를 돌보는 어려움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어느 날 손녀를 보기 위해 오신 아버지께 물어봤습니다. “아버지는 손녀가 그렇게 이쁘고 좋아?” 아버지께서는 저를 향해 너털웃음을 지으면서도 갑자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지셨습니다. “너하고 네 동생 어렸을 때, 너희 엄마가 너희들을 혼자 돌보았지. 그 때는 왜 그랬는지 너희들을 보는 걸 잘 도와주지도 않았어. 아빠는 힘들어하는 엄마에게 오히려 화를 내기만 했단다. 지금 생각하면 너희랑 너희 엄마에게 얼마나 미안한지... 아빠는 그 때 못했던 걸 지금은 하고 싶단다.” -

필자와 상담을 하던 어떤 여성의 사연이다. 우리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항상 비슷하거나 변함이 없을 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물 흐르듯 일상이 반복될 거라고 믿는 거다. 그러나 시간은 멈춰있지 않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도 마찬가지다. 함께 하는 사람에게 현재라는 시간을 소중히 사용해야 한다. 아마도 우리는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너무나도 멀리서 행복을 찾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엔 60억 이상의 인류가 산다. 얼굴의 생김새도 다 다르지만 성격 또한 각양각색이다. 일란성 쌍둥이도 성격만은 판이하게 다르다. 그것은 인간이 해독할 수 없는 생명의 신비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24시간 환하게 불이 켜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또 어떤 사람은 간신히 쪽방 하나에, 그것도 고장나서 불이 들락날락하는 희미한 형광등만 켜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무표정하다. 무덤덤의 경지에 올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쑥스러워서 그러는 것일까? 잘 아는 사람을 만나도 활짝 웃게 되질 않는다. 더구나 낯선 사람에게는 그냥 시큰둥하게 소 닭 보듯이 훑고 지나간다. 오히려 웃어주거나 말을 걸려고 하는 사람들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한 술 더 떠서 무슨 그릇된 수작이나 접근을 시도하는 건 아닌가 해서 경계하고 경원시한다.

그럴 때 그 표정을 온도로 측정해 본다면 섭씨 몇 도나 될까? 영하와 영상의 갈림길인 0도쯤? 어떤 사람을 만나면 썰렁하기가 그지 없다. 북극이나 알라스카에서 온 것처럼 차가운 얼음장이 연상된다, 영하 20도 이하의 혹한.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따뜻하기가 봄날 솜사탕 같다. 섭씨 33도쯤 되지 않을까? 사람의 표정에는 이와 같이 온도가 있는 것이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햇빛, 산소, 공기.... 모두 다 돈이라곤 한 푼도 들지 않는 것들이다. 잠시라도 그것이 없으면 우리는 ‘호흡 곤란증’을 앓게 되고, 살아 있지도 못할 것이다.

웃음, 이것 역시 산소나 햇빛, 공기처럼 우리들이 살아가는 데 절대 필요한 것들이다. 인생의 필수품! 그러나 상대방이 그 웃음을 밀쳐내면 약간 계면쩍게 될 것이 두려워 우리는 웃음을 남발하지 않으려 한다. 그까짓 계면쩍음 따위는 아예 무시해 버리면 어떨까? 웃음을 거부하는 사람을 가엾게 여기고, 다시 한 번 재방송으로 웃어주면 될 것 아닌가? 그런 도전이야 말로 벤처 정신이 아닐까? 사회를 바꾸는 힘은 커다란 변혁, 혁명이 아니다. 우리가 생활 속에 변화시켜나가는 이런 잔잔한 행동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마음껏 웃으며 표정 온도를 올리자. 언제나 삼삼하게 33도쯤!!

비록 나이는 많았지만, 아주 고상하고 사랑이 넘쳐흐르는 어떤 부인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당신은 뛰어난 미모를 가졌으며, 모든 것이 놀라울 정도로 맑고 매력적인데 도대체 그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러자 그 부인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진실! 이것을 나의 입술로 사용합니다. 관심! 이것을 나의 눈으로 사용합니다. 봉사! 이것을 나의 손으로 사용합니다. 정직! 이것을 나의 얼굴로 사용합니다. 친절! 이것을 나의 목소리로 사용합니다. 사랑! 이것을 나의 가슴으로 사용합니다.”

어찌 들으면 지극히 상투적인 표현이다. 너무나 상식적인, 그러나 실천은 실로 어려운 일들이다. 생김새는 우리의 의지로 된 것이 아니지만 우리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표정이다. 표정은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또한 마음은 얼굴의 색을 변화시킨다. 밝게 환하게, 그리고 빛나게. 너무 크고 거창하게 생각하면 참으로 어렵게 느껴질 일들이지만 우리의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찾아내서 실천에 옮긴다면 그 행위들이 조금씩 조금씩 저축되어지고 훈련되어져서 어느 날, 문득 변화되어 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으리라생각한다.

우리 할머니는 오래 전에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전 당신이 가족들 모두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몹시 알리고 싶어 하셨다. 그 때의 할머니께서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는 것 같았다. 우리 할머니는, 자신이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기다리거나 미뤄두었다가 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보여주었다. ‘바로 지금’이야 말로 우리가 그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일을 어렵거나 번잡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를 직접 만나 얘기할 수도 있고, 그저 간단한 전화로 얘기해도 괜찮다. 필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냥,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주려고 전화했어요.” 라는 전화를 받아 보았는지 퍽 궁금하다. 바로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의 전파의 힘이 궁금한 것이다. 과연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가, 그 말을 들은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지 알고 있는가?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그 말을 들은 사람에게 그보다 커다란 의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놀랄 것이다. 당신이라면 정녕 그런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듣고 싶은가? 한 번 생각해 보자. 편지는 어떨까? 만약 너무 수줍어 그러한 전화를 할 수 없다면,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는 것도 썩 훌륭한 방법이다. 어떤 식이든 그렇게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사랑을 알리는 일에 익숙해지고 나면, 그 일은 분명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삶의 한 부분이 된다.

그리고 그 결과, 어느새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실은 근간에는 사랑의 의미가 많이 왜곡되어 있는 것 같다. 아님 사랑의 촛점이 너무 남녀의 감각적인 사랑으로 맞춰져 있거나 말이다. 실은 우리들은 삶 속에서 너무나도 많은 사랑의 모습들을 만나면서 살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 하루에서, 때론 지치고, 때론 힘이 들고, 때론 목이 마르고, 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에 다시 일어나 결단하게 하는 근원이 될 수도 있다.

사랑은 삶이 고단한 우리들에게 무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 같다. “사랑해요.” 라는 말. 하기사 사랑의 표현은 그 말 외에도 참 많다. 일상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지는 말들, 격려가 되어지는 말들, 또는 위로가 되어지는 말들. 꼭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말들, 들으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콧망울이 벌름거려지는 말들, 우리는 왜 아끼고 있는가?

추석 연휴가 끝나고 나니 본격적으로 가을 기운이 완연한 나날들이 이어진다. 이제 ‘한로’ 절기도 지났고 본격적으로 가을의 맛과 향과 모양에 한껏 젖어들 때다. 바야흐로 만추의 계절이 눈 앞이다. 흠씬 무르익은 이 가을만큼이나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하루들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를 짓누르던 탐욕과 망상과 온갖 허접쓰레기 같은 집착들을 버리고 마치 텅 빈 섬인 양, 마음을 휑하니 비우자. 그리고 시작되는 내일의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채워가자. 넘실대는 파도가 풍성한 바닷물을 빈 섬에 가득 채워주듯이, 알백이처럼 통통한 가을의 꿈이 빈 섬에 가득 피어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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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그냥 고독한 섬일 뿐이라 믿던 시절에도
바람은 노상 불고 있었다

허면
바람은 내 나이만큼이나
오랫동안 불어댔다는 이야기다

섬에
새들이 지저귄다,
새들의 음성을 날라오는 건 바람이다,
바람 없으면 이 세상은 찰나
침묵에 쌓이고 말리라

침묵은 암흑만큼 어둡다,
침묵은 영원보다 더 멀다, 바람 불면
겨우
고요로움 벗어나는 상흔

깊이 깊이 침잠해 들어가는
마음만 사뭇 시름겹다

삶이란
천근 무게처럼
바람 얹고 사는 세월의 나이,
그 세월 한 가운데
작은 섬들 올망졸망 모여섰다

어떤 섬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바위섬이고
어떤 섬에서는
소가 유유히 풀 뜯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도 어쩌지 못하는
바람이 세월 먹으며 이내
남겨진 섬은 텅 비고 만다

그래도
세월 속엔 바람 이는 섬 있어
조심스레 키워가는 바람의 삶,
빈궁한만큼 성큼 키 자라는 빈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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