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달막한 마음 텃밭
눈물로 고백하며 아리따운 사랑 향기
담뿍 남겨놓더니
날개그늘 아래 평안의 제목
명찰로 매달려 가슴팍 적시던
그 피안의 바닷가

‘존재’라 적고는
‘비존재’라 읽으며
마치 그게 본시 이름이었던 양
못내 뿌듯해하던 어리석은 시절 연가

새벽은 하마 예까지 다가섰거늘
아무런 소출도 없이
갈 길 달리한 벗의 가난한 정,
아리고 아려서 자못 쓰린 아픔이니

이젠
살아지는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야지,
해서
내일의 모습일랑 조금은 달리 봐야지,
하면
내일의 나도 필경 달라지겠지,
적어도
때묻고 못생긴 이 얼굴 담아낸
오늘마냥 그리 살진 않겠지,

비단
기뻐하는 그니와 더불어
나 마냥 기뻐했듯이
시방은
슬퍼하는 나와 함께 슬퍼할
그니 영 가고 없으나

나 홀로 슬퍼만 하고
나 홀로 아파만 하고
외롬으로 혼자 우는 이 오늘이,
설움으로 갈 길가는 저 시간이,
절규 잉태하며 섧게 머무르는 순간

나 쉼 없이 말하리라,
울대에 선혈 맺히어
방울방울 흐르다가
굽이돌아 영상 새겨지는 그리움의 시
적어내리라

사랑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지
사람이 사랑을 위해 있진 않을진대
그치지 않고 일어나는
예외의 소용돌이에서
한껏 고무된 단절
내일 꿈 글썽이며 영속으로 간다

존재하지 않는
모든 진실 모두어 늘어놓고
새벽이 파랗게 빛 뿌리는 날
비존재의 사연 층층이 탑 쌓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