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잡자 " 詩作 note

기적처럼 세월호가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3년 동안이나 애를 태우면서도, 그 어둡고 지저분한 바다 밑을 고집하더니만 이제야 마침내 그 지긋지긋한 몽니를 접고, 드디어 와주었다. 꼬였던 역사 하나가 정리되어가는 느낌이다. 물론 풀어야 할 문제가, 밝혀져야 할 진실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 이제도 켜켜이 쌓여있긴 하지만, 그래도 해결의 실마리는 처음의 매듭을 잡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너무도 늦긴 했지만 그래도 퍽이나 다행스럽다.

어쩐지 이 봄에는 묵었던 때가 벗겨지고, 쌓였던 먼지가 털어내지는 역사의 대청소가 차근차근 진행되어지고 있는 듯 해서 여간 마음이 놓이는 것이 아니다. 겨우내 이어져온 광장의 방황도 그 본격 궤도를 찾아 서서히 안정으로 향하고 있으며, 국민의 상실감을 부추겼던 여러 가지 비정상의 일탈들은 하나씩 순서를 정해 처리되어지고 있음이다. 이것이 모두 봄이 오면서 일어나는 불가사의다. 봄이 가져온 신비다. 봄이 선물하는 기적이다.

늘 봄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언제나 꽃피고 새우는 봄의 향연이 넘쳐나는 축복받은 나라가 되어진다면 참으로 좋겠다. 그런 봄을 만들어가기 위해 모든 이웃들이 하나로 마음을 모아 손을 맞잡고 내일로 나아가는 동행의 걸음을 걷는다면 얼마나 멋진 삶이겠는가? 생각만으로도 벅찬 환희와 행복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펑펑 울면서 기쁨에 겨운 환호를 내지르고 싶은 봄날 아침이다. 절대 그냥은 헛되게 보내고 싶지 않은 봄의 시간이다.

잊지 않고 이 땅을 찾아준 봄이 이토록 고마울 수가 없다. 기억했다가 꽃망울을 준비하는 자연의 숨결이 이 이상 감동일 수가 없다. 뭐 대단한 자격을 갖춘 나라라고, 뭐 내세울 것 있는 국민들이라고, 이렇게 극진히 사랑을 나누어주고 관심을 베풀어주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계절 앞에서 우리는 선택받고 축복받은 사람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 자랑스런 긍지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이제부터는 이 봄을 마음껏 살아가자.

봄에 어울리는 고운 마음들로, 봄에 걸맞는 생각과 행동으로 이 봄을 장식하자.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이 봄이 온 누리에 활짝 피어나게 하자. 그렇게 아름답게 가꾼 소중한 나라를 우리의 사랑스러운 자손들에게 떳떳하게 물려주자. 세상의 최고봉으로 우뚝 설 자랑스러운 나라를 빚어서,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주자. 그것이 이 봄에 우리가 짊어져야 할 위대한 과업이다.

영원한 부모의 마음으로, 기꺼이 희생과 봉사와 양보와 겸손을 우리 삶의 기본으로 삼아 봄의 씨앗에 온전히 실어 곳곳에 심자. 그리고 자라나는 새 싹을 온 정성 모두어 가꾸어나가자.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을 때까지. 풍성한 보람이 영글어질 때까지.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거보를, 지금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걸어가기 시작하자. 그것이 이 봄에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거룩한 업보이다.

한 요양병원에서 서예 교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서예가 뇌졸중과 치매를 앓는 노인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요양병원에는 뇌졸중이 심하신 할아버지가 계셨다. 본인의 이름과 몇 개의 단어를 겨우 쓰시는 정도다. 어느 날, 수업이 마쳐갈 즈음에 할아버지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할아버지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보이시는 할머님은 바로 할아버지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를 본 할아버지의 얼굴에 환하게 웃음이 번졌다. “어무이, 어무이요.”를 말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꼭 아이와 같았다. 할아버지는 더듬더듬 어머니의 얼굴을 만지고 손을 잡는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자랑하려는 듯 서예 실력을 뽐냈다. 느릿한 손으로 겨우 붓을 새 먹에 담그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붓글씨를 본 어머니의 두 눈에는 눈물이 고여 흘렀다. 삐뚤삐뚤했지만 정성스럽게 쓴 할아버지의 붓글씨에는 바로 어머니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할머님은 웃음 반 울음 반으로 붓글씨를 가슴에 품었다. 머리가 하얗게 바래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아들도 어머니에게는 여전히 어린 자식이었고, 가슴 아픈 손가락이었다. 어머니에겐 초등학생 아들도, 결혼한 아들도, 백발 노인이 된 아들도, 여전히 염려되는 어린 자식일 뿐이다.뱃속에 품는 그 순간부터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식 걱정 뿐인 어머니, 그런 사랑과 헌신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음을 잊지 말자. 그렇기 때문에 그런 위대한 사랑의 유산을 우리의 깊은 마음 속에 소중하게 품어야 하는 것이다.

어지럽고 혼탁한 오늘 이 나라에서 우리가 간직해야 할 마음이 바로 변치않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청춘은 퇴색되고, 사랑은 시들고, 우정의 나뭇잎은 떨어지기 쉽다. 그러나 어머니의 은근한 희망은 이 모든 것을 견디며 살아나간다.” 라고 말한 ‘올리버 홈즈’의 명언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아무리 여건이 어렵고 도전이 거세더라도 모두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어머니의 사랑이다. 그렇게 최후의 승리를 가져다주는 것이 어머니의 사랑이다.

아울러 우리가 지녀야 할 아름다운 또 하나의 마음도 기억해야 한다. 한 남자가 공원에서 누가 봐도 멋진 자전거를 닦고 있었다. 그때 한 소년이 다가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구경했다. 소년은 자전거를 닦고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아저씨, 이 자전거 꽤 비싸게 주고 사셨지요?”그러자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비싼 건 맞아, 그런데 이 자전거는 내 형님이 나에게 선물로 주신 거란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소년은 부러운지 중얼거렸다. “아저씨... 나도...” 당연히 남자는 소년이 자신에게도 그런 형이 있어서 자전거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소년의 다음 말은 이랬다. “저에게는 몸이 약한 동생이 있는데, 조금만 뛰어도 숨을 헐떡여요. 나도 아저씨 형처럼 내 동생에게 이런 멋진 자전거를 타고 마음껏 달릴 수 있도록, 사 주고 싶어요.” 무언가를 바라기보다는 베풀고 싶어서, 간절히 염원하는 마음, 그것이 아름다움이다.

얼마 전 심한 감기몸살로 끙끙 앓던 필자에게 어린 손자가 다가왔다. 평소 할아버지에게 장난기 많은 아이라 또 장난을 걸겠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내 이마에 손을 댄 채 발음도 제대로 되지 않는 소리로 눈을 감고 기도하는 것이었다. “우리 할아버지 빨리 낫게 해주세요. 안 아프게 해주세요.” 손자의 기도 덕분인지 몸은 금세 괜찮아졌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은 작은 기적을 만들기도 한다.

아이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우리 어른들도 간직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삶에서 가장 순수했던 어린 아이 시절로 돌아가자. 만일 그럴 수만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는 조금 더 살만 한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다. 개인의 욕심이나 집착 보다는 남을 위하고 배려하는 마음들이 절로 솟아나 봄을 닮은 따스하고 신선한 삶의 기운들이 세상에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신나는 일이다. 절로 웃음꽃이 피어나는 참 좋은 일이다.

중국의 사상가이며 도가 철학의 시조인 ‘노자(老子)’가 눈이 많이 내린 아침, 숲을 거닐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노자는 깜짝 놀랐다. 노자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굵고 튼튼한 가지들이 처음에는 눈의 무게를 구부러짐이 없이 지탱하고 있었지만, 점차 무거워지는 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러져 버렸다. 반면 이보다 가늘고 작은 가지들은 눈이 쌓임에 따라 자연스레 휘어져 눈을 아래로 떨어뜨린 후에 다시 원래대로 튀어 올라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를 본 노자는 깊이 깨달았다. “저 나뭇가지처럼 형태를 구부러뜨림으로써 변화하는 것이, 버티고 저항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이치로구나!” 부드러움은 단단함을 이긴다. 부드러운 것은 자신을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자신을 낮춰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좋은 것을 취하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을 이기는 지혜로운 사람일 것이다. “부드러움이 억셈을 이기고 약함이 강함을 이긴다. 그러므로 혀는 오래가나 이는 억세어서 부러진다.” 바로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억지로 힘을 기울여 남보다 위에 서려고, 강해지려고, 군림하려고 드는 것이 얼마나 미련하고 우매한 짓인가를 깨달아야 한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 진리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물을 거슬러 오르려는 노력은 결국 헛심만 쓰다가 스러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연스럽게 시류에 몸을 맡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상과 함께 흐르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그냥 자연스럽게 떠내려가는 무저항이 결국은 성취로 이어지는 첩경이다.

어느 대학의 교수가 강의시간에 투명한 상자를 갖다 놓고 그 안에 제법 큰 돌 몇 개를 넣어 가득 채웠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이 상자가 가득 찼습니까?” 학생들이 대답했다. “네!!” 그러자 교수는 그 상자에 다시 작은 자갈들을 넣어 큰 돌 사이로 자갈들이 채워지게 했다. 그리고 다시 학생들에게 물었다. “이번에도 상자가 다 찼습니까?” 학생들은 역시 대답했다. “네!! 이번에는 정말 다 찼습니다.”

교수는 웃으며 그 상자에 이번에는 모래를 채우기 시작했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한 번 더 질문했다. “여러분, 지금 제가 뭘 말하려고 하는지 아시나요?” 학생들은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교수는 다시 말했다. “많이 넣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큰 것부터 상자 속에 넣지 않으면 큰 것을 넣을 기회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예컨대 진리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되어진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부터 먼저 해야 한다. 그런데 삶을 살아가다 보면 많은 일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결정짓기 어려울 때가 있다. 또한, 급한 일만 하다가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니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급한 일을 처리하기에 급급한 인생이 아니라 삶의 목적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일부터 먼저 할 때,
성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우둔한 사람이 가장 나중에 하는 일을 즉시 해치운다. 아주 평범하지만 중요한 철학이다.

그렇게 일의 순서를 정하고 나서 도전해야 한다는 진실도 물론 우리가 이 봄에 깨달아야 할 진리임에는 분명하지만,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될 삶의 공식이 있다. 지난 2월 10일 오후, ‘경북 군위군’의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그런데 집 안에는 할머니가 불길 때문에 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었다. 불길이 치솟는 현장에서 마을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때 한 사람이 망설이지 않고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사람은 ‘스리랑카’에 있는 어머니의 암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5년째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니말’이었다. 니말은 사고 당일 인근 농장에서 작업하고 있었는데,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안에 할머니가 갇혀 있대요.” 할머니 혼자 불길 속에 있다는 말을 듣고 니말은 지체할 수 없었다. 불길을 헤치고, 방 안에 홀로 있던 할머니를 구해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얼굴과 폐 등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 3주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여전히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온 그가 타국의 어르신을 위해 목숨을 걸고 도왔던 이유에 대해 말했다. “평소 마을 어르신들이 저를 따뜻하게 보살펴주셔서 늘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스리랑카에 있는 어머니 생각이 나서 무작정 불 속으로 뛰어들어 구해드려야겠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봉사단체인 ‘따뜻한 하루’는 니말을 ‘칭찬 꽃 릴레이’의 주인공으로 선정하여 감사의 마음 가득 담은 꽃다발을 전달했다. 또한, 니말의 치료와 스리랑카 부모님 치료를 위해 소정의 후원금을 함께 전달했다. 니말은 얼마 후 본국 스리랑카로 돌아갈 예정이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해준 그의 용기와 고마움은 잊지 않도록 하자. 그리고 꼭 기억하자. 세상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과 용기는 어떤 조건이나 환경을 고려하고 계획하고 진행하는 치밀한 행사가 아니라, 신속하고 즉각적인, 남보다 앞선 실천의지다.

이제부터 하루씩 누리는 달라질 게다. 금세 노란 꽃, 붉은 꽃들이 화려하게 피어나 온 세상을 지천으로 물들일 게다. 봄이 흐드러지면서 하늘도 천지도 다 달라질 게다. 그 속에서 봄을 살아가는 우리의 얼굴들이 덩달아 활짝 피어날 게다. 멋지고 흥겨운 일이다. 봄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다잡아야 할 이유다. 정녕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할 이유다. 바로 우리가 시작해야 할 사람다운 사람의 모습이다.

살면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사랑을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서 늘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축복받은 사람은, 베품을 미덕으로 여기며 순간의 손해가 올지라도 감수할 줄 아는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마음이 넉넉한 사람은, 욕심을 부릴 줄 모르고 비움이 곧 차오름임을 아는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존경 받는 사람은, 덕을 베풀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사람은, 일에 대한 보상과 이득을 따지지 않는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은,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남의 잘못을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가슴이 따뜻하고 예쁜 사람은, 차 한 잔을 마시면서도 감사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세상을 욕심없이 바라보는 마음의 눈과 맑은 샘물처럼 깨끗하고 아랫목처럼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다. 그런데 이 모든 사람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사람은 먼저 사랑을 품고, 먼저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다. 모름지기 사랑은 깊은 우물을 닮아야 한다. 내 안의 물을 퍼내고 또 퍼내어 그의 갈증을 씻어주는.... 사랑은 ‘함께’ 이다. 그러나 그가 나와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와 ‘함께’ 하는 것이다. ‘함께’를 통해 ‘나’는 점차 소멸되고 드디어 ‘우리’가 탄생한다.

사랑은 실천이다. 그를 위해 몸을 움직이는 수고다. 나의 전 생애를 한 곳으로 모으는 노력이다. 생명을 걸고 쫒아야 할 헌신이다. 사랑은 그를 향한 깊고도 먼 눈길을 지녀야 한다.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을 더 깊이 마음에 품어두어야 한다. 사랑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이해하려 애쓰지 말자. 이해되지 않는 부분 때문에 속상해 하지도 말자. 사랑은 이해보다 훨씬 윗 길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그의 쪽으로 걸어간다는 뜻이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그가 내 편으로 다가옴이다. 사랑을 이룬다는 것은 두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간다는 뜻이다. 사랑은 다시 시작케 하는 힘이다. 지쳐 주저앉은 나를 일으키는 동력이다.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가능성이다. 사랑은 그 사람을 등에 업고 먼 길 가는 것이다. 지치고 고단해도 내려놓지 않은 채 뚜벅 뚜벅 아득히 먼 길을 걷고 또 걷는 것이다.

어제에 대한 집착이 오늘의 사랑을 초라하게 만든다. 어제와 오늘의 비교가 사랑을 무력하게 만든다. 어제는 오늘의 사랑을 이룩한 한 과정이었다. 오늘은 내일 더 사랑키 위한 또 다른 과정이다. 진정한 사랑은 내 자신을 태운다. 나를 태워 마침내 그를 따뜻하게 만든다. 그에게 온기가 되어주지 못한다면 나는 아직 사랑 밖에서 서성이고 있는 셈이다.

목하 봄이다. 봄이 여기 와 있다. 서로 사랑하고 감싸 안아야 마땅한 봄이다. 봄을 봄답게 살아내야 하는, 봄에 걸맞는 모양으로 거듭나야 할 그런 계절, 봄이다. 이제 봄을 호흡하자. 지금 봄을 삼키자. 그리고 봄으로 살자. 그렇게 봄이 되자. 우리가 봄이다. 바로 봄 자체다. 사랑으로 세상에 향기 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