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맞았습니다 " 詩作 note

역사라는 이름 앞에서 우리 모두는 공범이다. 미래를 예비해야 하는 사람들로서의 자격미달이다. 우리라는 공동체 개념에서 견주어볼 때, 그 속에서 비겁하게 기생하는 나는 엄연한 주범이다. 밝은 해를 바라보면서, 따스한 봄을 맞이하면서, 과연 내가 부끄럽지 않은 행동과 생각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건지 심히 의심스럽다. 그런 내가, 그렇게 눈치만 보고 있는 내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그렇게 자연스러운 일상인 양 누군가가 떠나고, 그 빈 자리에 들기 위한 움직임들이 자못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진실이라는 것이, 참 진리라고 하는 것이, 대체 어떤 모양으로 존재하면서 모두의 지표가 되어주는 건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렇다고 믿는 것이 있어서 신앙처럼 보듬을 따름이다. 그런데 왜 이리 가슴이 시린지 모르겠다. 어째서 이토록 마음이 아픈지 잘 모르겠다. 사필귀정이라 했던가? 뿌린대로 거둔다고 했던가?

그래서 이런 비극이,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역사 앞에서 영원한 오점 하나가 찍어졌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어쨌거나 결론은 났다. 이제는 추스를 때다. 이제는 보듬을 때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안아주고 가슴으로 감싸줄 때다. 대관절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란 말인가? 우리 모두는 하늘 아래 하나인 것을. 우리는 반만년 이상을 이어온 전통과 숨결을 공유하고 있는 한 핏줄인 것을. 그렇게 서로의 이웃이며 형제들인 것을.

하마 오래 전에 봄은 와있었다. 우리가 추운 광장에서 헤매면서 고함을 지르고 있던 곁으로 진즉에 봄은 스며 있었다. 그걸 깨닫지 못하고 옷깃 여미면서, 긴 겨울의 탓을 하며 지샌 밤들이 참으로 억울하고 한스럽다. 봄인 줄 모르고 지나쳐가게 했던 무수한 날들의 편린이 남은 날들을 더욱 절실하게 한다. 이젠 정신 차리자. 지금은 다시 긴장하며 새 역사를 적어나가기 시작할 때다. 위기 때마다 웅비했던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거보를 다시 내딛기 시작할 때다. 세상을 놀라게 했던 기적의 노트를 또 다시 펼칠 때다.

손을 내밀자. 팔을 벌리자. 앞에 보여지는 세상을, 사람들을, 현실을 사랑하자. 아끼자. 그리고 행복할 권리를 나누자. 우리 모두는 승리자다. 서로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며 덕담을 나누자. 혹여 조금 뒤처진 사람 있으면 얼른 다가서서 새로운 행렬에 동참시키면 된다. 행여 잠깐 넘어진 사람 있으면 빨리 손 내밀어 새로운 전진에 합류시키면 된다. 혹시 고개 돌려 외면하는 사람 있으면 속히 목소리 높여 부르면 된다. 그러면 되는 것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지 않던가? 굳건한 반석을 만들어갈 우리의 앞 길이 저리도 넓고 환하게 그 모습 드러내고 있거늘. 우리의 친구에게, 우리의 동료에게 사랑의 품을 내주자.

우리가 우리의 친구를 믿지 않으면 누가 우리를 믿어줄 수 있을까? 옛날 어느 마을에 절친한 두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중 한 친구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 판정을 받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은 남자는 사형을 당하기 전에 어머니의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보고 죽게 해달라고 왕에게 간청했다. 왕은 남자에게 그럴 수 없다고 하자 남자의 절친한 친구가 나서서 자기가 대신 감옥에 들어가 있을테니 친구를 집에 갔다 오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왕은 그 친구에게 물었다. “만약 네 친구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러자 그는 기꺼이 자기가 친구 대신 죽겠노라고 대답했다. 왕은 결국 그 친구를 대신 감옥에 가두고 남자에게 나흘간의 말미를 주고 풀어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흘째 되는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지만 풀어준 남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왕은 남자에게 말했다. “자, 보아라. 네 친구는 너를 배신하고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너는 네 친구를 믿고 있느냐?”

왕의 물음에 친구는 대답했다. “네. 저는 아직도 제 친구를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는 아마 피치 못할 사정으로 늦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되자 어쩔 수 없이 약속한 대로 친구에게 사형을 집행하려고 했다. 그 때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뛰어 들어왔다. “이제 제가 돌아왔으니 제 친구를 풀어주십시오.” 왕이 늦은 이유를 물으니 남자는 말했다.

“큰 비로 강물이 불어나 도저히 강을 건널 수 없어 늦었습니다. 겨우 배를 빌려 얻어탈 수 있었습니다. 이제 친구를 풀어주시고 저에게 사형을 집행해 주십시오.” 왕은 두 사람의 변함없는 우정과 신뢰에 감탄하여 두 사람 모두 풀어주었다. 진정한 우정은 ‘무색’이라서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슬픈 일이 있을 때는 나보다 더 슬퍼하고, 기쁜 일이 있을 때는 나보다 더 기뻐하는 변함없는 친구. 나의 어떠함 때문이 아니라 존재만으로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친구.

인생에서 그런 진짜 친구를 얻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그런 친구를 기다리지만 말고 내가 먼저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 진짜 친구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내가 손을 내밀어야 상대방도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친구는 나의 기쁨을 배로 하고, 슬픔을 반으로 한다.”고 ‘키케로’는 말했다. 참다운 친구가 필요한 시기다. 그 필요한 친구가 기꺼이 먼저 되어주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할 때다. 지금이 바로 그럴 때다.

형편이 좀 나아졌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상황이 달라졌다고 해서 과거의 해묵은 앙금을 풀어버리려고 해서는 안된다. 언제 어떻게 우리의 처지가 바뀔지 모른다. 모든 현재의 여건은 다 지나가기 마련이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결국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굳은 심사를 견지하고자 하는 진심만이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한 요인인 것이다. 스스로 먼저 부서지고 낮추어야 산다는 진리를 항상 마음에 담아두어야 한다.

한 수도원에서 나이 많은 수도사가 정원에서 흙을 고르고 있었다. 그 때 그 수도원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되는 젊은 수도사가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수도사들로부터 거만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나이 많은 수도사가 후배 수도사에게 말했다. “이 단단한 흙 위에 물을 좀 부어주겠나?” 젊은 수도사가 물을 부었다. 그러나 물은 옆으로 다 흘러가고 말았다. 나이 많은 수도사는 옆에 있는 망치를 들어 흙덩어리를 깨기 시작했다.

그는 부서진 흙을 모아 놓고 젊은 수도사에게 다시 한 번 물을 부어보라고 말했다. 그러자 물은 잘 스며들었고 부서진 흙이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 때 나이 든 수도사가 젊은 수도사에게 말했다. “이제야 흙 속에 물이 잘 스며드는구먼. 여기에 씨가 뿌려지면 싹이 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거야.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우리 역시 부서져야 씨가 뿌려지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거지.”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음의 토양이 어떠한지에 따라 좋은 사람들이 모여들 수도, 남김없이 떠날 수도 있다. 그러니 좋은 땅이 되자.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각을 세우는 굳어진 토양이 아닌, 상대를 위해 자신을 부스러뜨리는 겸손하고 부드러운 토양이 되자. 인생은 겸손에 대한 오랜 수업이다. 우리가 겸손할 때 우리 주위의 모든 조건들은 우리에게 선한 반응으로 바뀌게 된다. 우리가 오만하고 건방진 상태에 안주할 때 우리 주위의 모든 친절과 긍정들은 우리를 떠나고 만다. 이것이 엄연한 진리다. 꼭 명심해야 한다.

사실 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좋은 사람들이 많다. 자기 살기에 급급해서 소외된 우리의 이웃을 미처 돌아보지 못하고 각박한 현실에 전전긍긍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사이 사이에, 우리가 깨닫지 못하던 선행을 조용히 행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렵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선뜻 나서서 과감하게 진행하는 의인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의 빛과 사랑이 있기에 아직도 세상은 살만 한 것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선각자들의 뜻과 마음을 닮고자 하는 보통 사람들의 의지가 또한 뒤를 잇기에 세상은 아직 구석까지 따뜻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작은 소망의 불씨들이 모여서 커다란 횃불의 기치가 되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 우리에게 불어닥친 모진 시련의 바람을 이겨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필경 머지않은 장래에 안정과 번영을 추구하는 새 도전은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앞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자.

재균이는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심장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재균이 아빠는 뇌졸중으로 아무 일도 못하는 상황이었고, 할아버지가 학원 셔틀버스를 운전해서 버는 수입이 전부였기에 심장 수술비 1천만 원은 너무도 큰돈이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아이를 그냥 하늘나라로 보내자...” 어떤 도움의 손길도 없어 결국 수술을 포기하려던 그 때, 한 할아버지가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다. 그 덕분에, 재균이는 다섯 번의 대수술이 있었지만, 건강을 찾을 수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어느새 11살이 된 재균이는 오랜만에, 도움을 주신 할아버지를 찾았다. 하지만 이제는 할아버지의 따뜻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아이가 찾은 곳은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나기 전 무려 4,242명의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그는 ‘오뚜기 그룹’의 창업주인 ‘고 함태호(86) 명예회장’이다. 그는 1992년부터 24년 동안 심장병 어린이를 후원해왔다.

자신이 도움을 준 어린이들이 보낸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해줄 정도로 그의 후원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때론 물질을, 때론 시간을, 때론 진심 어린 마음을 이웃과 나누어보자. 나의 진심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안 쪽에만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손잡이는 자기 자신만 잡을 수 있는 손잡이다. 잠겨있던 그 손잡이를 돌려서 마음을 열고 세상을 보자. 그러면 보일 것이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이.

“만약 우리 배에서 그런 일이 생겼다면 다른 배도 똑같이 도왔을 거예요. 바다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처럼 했을 겁니다.” 불 붙은 배에서 얼음장 같은 바다에 뛰어들어야 했던 선원 7명이 인근 어선의 신속한 도움으로 무사히 구조됐다. ‘707 현진호’의 ‘김국관 선장’은 ‘목포해경 상황실’로부터 구조 협조 요청을 받자마자 현장으로 향했다. 당시 넓게 그물을 치고 물고기가 잡히길 기다리던 상황이었지만, 긴급 상황임을 직감하고 선원들에게 그물을 칼로 자르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추운 날씨에 강풍특보가 내려져 있어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김국관 선장은 전속력으로 신속히 움직였다. 출발한 지 10분도 채 안돼 불길에 휩싸인 배에 접근할 수 있었다. 다행히 선원들은 불이 난 배에 밧줄을 묶어 연결한 부이를 잡고 물 위에 떠 있었다. 김국관 선장과 현진호 선원들은 바다에 빠진 선원들을 한 명씩 뱃머리 위로 끌어올렸다.

7명을 모두 구조한 시각은 오전 3시 40분쯤이었다. 화재 신고가 접수된 지 30분, 선원들이 바다로 뛰어내린지 25분 만이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신속히 달려간 김국관 선장은 이날 7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기자의 질문에 어색해하며 말을 얼버무렸지만,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단한 결단과 과감한 행동이 이루어낸 쾌거가 틀림없다. 그런 의인들이 이 세상의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기울어지려고 하는 세상의 진실을 떠받치고 있다.

하루 하루 진행되는 모든 사람들의 삶이 따지고 보면 대단한 기적이나 사건의 연속은 아니다. 그냥 평범하고 다분히 지루한 평온함의 연결이다. 어찌 보면 변화 없고 천편일률적인 그 일상들이 세상의 거대한 문화와 발전을 이룩하는 원동력이라는 건 조금 아이러니한 인과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그 평범함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억지로 부정하려 한다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작은 미소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이념이 되고 사상까지 발전시킨다.

흔한 ‘나비 효과’들이 예상치 못한 엄청난 변천의 역사를 생성시킨다. 작은 바람이 태풍으로, 해일로 커지다가 온 누리를 뒤엎는다. “단지 미소를 지어보는 것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얼굴을 찌푸리면 금세 침울해질까?” 자! 당신은 이 물음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심리학자들이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실험을 해봤다. 사람들에게 입술에 연필을 물고 “이-” 하고 웃는 표정을 짓게 한 후 만화를 보여주었더니 “아주 재미있다.”고 했다고 한다.

또 “우-” 하고 입술을 삐죽 내밀어 화난 표정으로 만화를 보게 했을 때는 “재미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우리도 답을 알고 있다. 지금 거울에 당신의 얼굴을 비춰보면서 직접 해보는 건 어떨까? 오늘 하루를 웃는 표정으로 사물을 접하고, 일을 대하고, 사람을 대하면 어떨런지? 때로는 무엇이라도 의식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처음엔 몸에 익지 않아 어색할지라도 반복하다 보면 몸에, 마음에 배어 버리니까 말이다.

훈련이다. 훈련을 위해서는 정신적 시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 투자가, 소득 없는 투자라면그야말로 버려지는 것. 나의 에너지와 시간 에너지를 미소에 투자해 보겠는가? 아마도 마음의 통장에 엄청난 이자로 되돌려질 것이다. 많이 웃는 하루, 그 미소가 가까운 이들과 이웃들에게 선물이 되어지는 하루, 그리고 또한 그 미소가 스스로에게 다시 되돌려지는 멋진 하루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 마음이 하늘을 날거나 땅으로 꺼질 때가 있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 한 마디에 쉽게 불쾌해지거나 즐거워진다면 그것은 내 뇌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과 같다. 자신의 뇌는 스스로 잘 관리해야 한다. 나의 뇌를 기쁘게 해줄 메시지를 적어 뇌가 감동받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반복해서 읽어 본다. 우리의 뇌는 컴퓨터와 같아서 입력하는 정보가 중요할 뿐 누가 입력했는지는 상관없이 반응한다. 자신의 뇌를 스스로 기쁘게 할 수 있다.

목하 이제 봄이다. 봄에는 봄에 걸맞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 봄이라면 의례껏 봄다운 언행으로 하루를 보내야 한다. 봄임에도 불구하고 겨울의 옷을 벗어버리지 못한다면 그건 봄에 대한 실례다. 모욕이다. 봄을 살아가는 진실에 대한 배신이다. 바야흐로 길고 긴 질곡을 벗어나서 이제야 진정한, 봄다운 봄을 맞았다. 이제부터 우리는 봄의 이야기만 하자. 봄의 희망과, 봄의 사랑과, 봄의 행복과, 영원한 봄의 축복을 이야기하자.

그런 의미에서 우선 필자는 오늘 다짐한다. 산 열어 아침 해 받드는 사람, 호수가 가슴에 깃든 사람, 봄이 너무나도 안성맞춤인 사람, 세상 가득한 흔한 사람이 아닌 사람, 그런 사람이 되련다. 그런 사람으로 거듭나련다. 그런 사람처럼 살으련다. 바로 그 사람이련다. 예컨대 봄 맞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