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에서 영등포 방향
쭈욱 뻗은 길
여의도를 내닫고 있었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

그 때 갑자기
탁 트인 차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뭉게구름 덩어리들
그 뒤로 높은 하늘 거기 있었고,
시야에 들어온
느릿한 걸음걸이 비행기 한 대.

순간,

숨막히는 현실,
꽉 짜여진 일상의 틀에서
간절히 벗어나고팠는데,
내 생명의 불꽃을 되지펴 줄
어디론가
탈출하고팠던 참인데,

실은 엄두도 나질 않았고
딱히 갈 데도 떠오르질 않았고
해서 더더욱
갑갑하기만 하던 나인데,

그래 !

저걸 쫓아가보자.
하늘로 난 길 따라
저 비행기는 날
어쩜 자유의 세계로 데려다 줄 지 몰라,

행복과 만족이 샘으로 솟는
미지의 땅으로 아마도 날
안내해 줄 수 있을거야.

난
힘주어 가속 페달을 밟았지.
놓치면 안돼,
지금이 내겐 마지막 기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