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에 무너진 다리가
그럴싸 한 모습으로 서서
손님을 부른다.
중간이 뭉텅 잘려나간 걸
모르는 사람들이
훤히 뚫린 길에 현혹되어
가속 페달을 힘껏 밟는다.
그리곤 하나씩 줄 지어
깊은 강물속으로 뛰어내린다.
한 번 잠수한 차량들은
다시 솟을 줄을 모른다.
사람들은
앞서가던 차량들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알아차릴 법도 하건만
어찌 된 영문인지
다이빙의 행렬은 소리도 없이,
흔적도 없이,
끊임 없이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다리 입구에서
날개 달린 천사가
눈가리개 하나 씩을
나누어주고 있다.
예쁜 레이스가 달리고
감촉이 퍽 좋은.
그리곤 상냥스런 미소로
계속 달리라는 손짓을 하고 섰다.
이거였구나.
천사의 형상을 한 그 누군가가
이끄는 대로
미래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질주.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있는 힘을 다해서
난 액설레이터를 밟는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달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