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2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7집. 구름에 달처럼 살아가는 이야기  


  "7집. 구름에 달처럼 살아가는 이야기"
1996년 11월 25일을 인쇄일로 탄생된 詩集입니다.

역시 인쇄 출판에 관련된 판권은
증인출판사에서 소유하고 있습니다.

序詩는 '겨울, 그리고 동면'이며
'구름같은 이야기'에 30편,
'달 닮은 이야기'에 31편,
'살아가는 이야기'는 '세월 하나(10편)',
'세월 둘(10편)',
세월 셋(11편)'으로 나누어 목차를 정했으므로
전체적으로 보자면
총 93편의 詩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별하게는 경제적으로 침체되고 힘들었던 시기이기에
세파에 시달려 생활고에 찌달리는 일상이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꿈을 키우며 도전하던
그 시절의 여러가지 직업을 대변하는 詩들이
많이 실려 있는 詩集입니다.
[ 증인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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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잎 *



시작노트

" 꽃잎 " 詩作 note

새 해의 문을 열자마자 며칠이라는 날짜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아직 어떻게 올 한 해를 살아내야겠다는 다짐도 채 여물지 않았는데 이미 달리는 세월 열차는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정신 못 차리다가는 열차에서 떨어질 판이다. 그리고 일단 한 번 떨어진 승객에게는 가차없는 응징이 가해질 태세다. 그러니 누구를 원망하고 무엇을 탓할손가? 얼떨결일지라도 보조를 맞추어 새 해의 살림살이에 불 지펴야 하는 게 도리다. 그리고 마땅한 의무다. 해서 필자의 각오나 구상도 미처 단도리는 되지 못한 상태지만, 하마 무르익기 시작했음이다.

단도리? 시작부터 이상한 단어를 써버렸다. ‘단도리(だんどり)’는 원래 일을 해 나가는 순서, 방법, 절차 또는 그것을 정하는 일을 뜻하는 일본어이다. 이 말이 작업 현장에서 가공, 조립 공정에 있어서 공작물, 공구, 지그 등을 소요의 상태에 설치하여 작업 준비를 한다는 의미의 용어로 일반적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그냥 ‘단도리 작업’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단도리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도리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이 일본어인 단도리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준비’ ‘채비’ ‘단속’ 등의 뜻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채비나 단속을 뜻하는 순 우리말로는 ‘잡도리’가 있다. “이번에 잡도리를 못하면 더 버릇없는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처럼 쓰이지만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비슷한 뜻으로 ‘당조짐’(단단히 단속하고 조임)도 있다. 단도리 대신 잡도리나 당조짐을 사용하는 것이 한자어나 일본어에 밀려난 순수 우리말을 되찾는 길로, 가능하면 “아랫사람을 잘 잡도리해야 한다.”처럼 잡도리를 써 버릇하는 것이 좋겠다. 아무튼 외래어라고 하면 대부분 영어에서 비롯된 것이 주를 이루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많이 쓰여지다가 국어사전에 떡하니 이름을 올린 단어들이 많아서 요즘은 어떤 게 고유의 한글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참 많다.

오늘 시작노트의 소재는 계절 감각과는 어울리지 않아 좀 생뚱맞은 느낌이지만 직접적으로 표현해서 ‘꽃잎’이다. 허기사 요즘이야 꽃이 계절과 무관하게 사철 우리 곁에 머물고 있으니 비단 겨울이라고 해도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살벌하고 쓸쓸한 이 혹한의 계절에 꽃이 주는 따스하고 평화스러운 느낌을 좀 안아보고 싶어서 슬그머니 꽃의 숨결을 탐하고 있음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올 해를 꽃의 이름으로 시작하면 혹시 한 해 내내 아름답고 정겨운 꽃처럼 활짝 운세가 피어날지 누가 알까? 한 번 쯤은 신비하고 소박한 꿈으로 겨울꽃을 떠올려 볼 일이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꽃의 마음을 그대로 닮도록 노력하여, 꽃의 향기를 온 누리에 전하는 아름답고 사랑겨운 삶으로 올 한 해를 살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보이지 않는 우물이 깊은지 얕은지는 돌멩이 하나를 던져보면 안다. 돌이 물에 닿는 데 걸리는 시간과, 그 때 들리는 소리를 통해서 우물의 깊이와 양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내 마음의 깊이는 다른 사람이 던지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내 마음이 깊으면 그 말이 들어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리고 깊은 울림과 여운이 있다.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 흥분하고 흔들린다면 아직도 내 마음이 얕기 때문이다. 마음이 깊고 풍성하면 좋다. 이런 마음의 우물가에는 사람들이 모이고 갈증이 해소되며 새 기운을 얻는다. 비난이나 경멸의 말(돌던짐)에 내 우물은 어떻게 반응할까? 내 마음의 우물은 얼마만큼 깊고 넓을까? 세상이 아무리 험악할지라도 진정 사랑을 거부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든,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면, 그는 희망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문제가 무엇이든 간에 이겨낼 힘을 얻는다.

어려움을 만난 사람에게는 더욱 더 사랑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유형이 있다. 키가 큰 사람, 말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 잘 생긴 사람, 귀여운 사람, 터프한 사람, 돈 잘 쓰는 사람, 날씬한 사람, 통통한 사람 등 다양하다. 그런데 이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희망하는 유형이 있다. 마음이 넓은 사람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좁고 작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자신은 사랑받고 싶어한다.

때문에 그런 자신을 이해할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넓히기 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넓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 땅에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적다. 처음 만났을 땐 마음이 넓은 것 같지만, 조금 지나면 그도 역시 우리만큼 밖에 안 되는 속 좁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또 다시 마음 넓은 사람을 찾아간다. 그러나 세상에서 자신보다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를 맞는 것 보다, 넓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어렵다.

사랑할 줄 아는 사람, 그는 바보를 천재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고, 고장난 세상을 고치는 기술자다. 우리가 남들보다 조금 더 사랑할 줄 안다면, 우리는 모든 곳에서 환영받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사랑받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주는 사람이 세상의 참된 주인공이다. 올 해는 진정 세상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노력으로 한 해를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필요로 하는 인격체로 거듭나고 싶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날들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자동차 정체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억지로 끼어들기를 하는 사람과 이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또 주말 고속도로에서는 버스 전용차로로 달리는 얌체족들이 많다. 하지만 이보다 더 길게 줄을 서야 하는 놀이동산이나 급하기 이를 데 없는 아침 출근길의 화장실, 인기몰이 중인 극장 예매 창구, 이런 곳에서는 새치기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자신의 맨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 밤 중, 아무도 보지 않은 곳에서 살짝 실례를 하는 사람들, SNS나 컴퓨터 등의 공간에서 익명의 숲 뒤에 숨어서 근거 없는 비난을 일삼는 사람들, 모두 모두 자신의 얼굴을 자신있게 드러낼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당당함이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음이다. 또한 질서란 상식의 한결같음이다. 우리가 올 해를 정정당당하게 살아가고, 떳떳하게 자기 자신을 언제 어디서나 부끄러움 없이 드러내야 하는 이유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 사귀는 일이 쉽지가 않다. 사람을 사귀고 알아간다는 것이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한 일임에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만큼 복잡한 것도 없기에 서로에게 다가가기가 무엇보다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당신과 내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푸근한 위안이며 기쁨이며 큰 행복인지 모른다. 우리라는 이름만큼 넉넉하고 편안한 불리움이 또 있을까? 당신과 내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때, 더러 고달픈 삶이라 할지라도 푸르름이 가득한 삶의 정원을 가꿀 수 있을 것이다.

사랑과 믿음이 꽃피는 하루 하루의 꽃밭에 그 어떤 꽃보다 향긋한 사람의 향기가 머무를 것이다. 물소리가 정겨운 개여울로 일상의 작고 소박한 이야기가 잔잔히 흐를 때 손에 손을 잡고 사랑의 징검다리를 건너갈 수 있다. 꽃잎으로 수놓은 예쁜 손수건처럼 송알송알 땀방울이 맺힌 서로의 이마를 닦아줘보자.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세상,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세상, 분명 꿈은 아닐 것이다.

얼굴은 달라도 서로의 꽃이 될 수 있고, 생각은 달라도 서로의 나무가 될 수 있고, 삶은 달라도 서로의 숲이 될 수 있는 우리, 모질지 않게 모나지 않게 섭섭지 않게 배려와 조화로 함께 어우러지는 삶, 황무지같고 모래알같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우리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당신을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 돌이켜보니, 나이를 먹어갈수록 만남이 어려운 이유는 아마도 세월의 무게만큼 아집이 쌓여가는 탓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얼마 전 송년회라는 이름으로 모처럼 친구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다. 인터넷을 하면서 얻어진 것도 많지만 실은 필자의 경우는 얻어진 것 이상으로 잃어진 것 또한 많은 것 같다. 사람들이 멀어진 것, 오랜 지인들과의 만남이 적조해진 것, 그래도 좋은 친구들은 오랜만에 만나도 늘 푸근하고 어제 본 듯 익숙해서 편안하다. 나이를 먹어가니 사람이 그립다. 때로 는 많이 외롭다. 필자만 그런가 했더니 친구들의 마음도 필자와 같더라는 걸 알았다.

이젠 정말 인맥 관리를 해야 할 나이인 것 같다, 우스개소리 삼아 이야기를 했지만 정말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람이 절실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이런 기회를 통해 만나는 독자들과 함께 하는 정겨운 공간이 있음이 필자에겐 얼마나 커다란 행운인지 모른다. 비록 서로 생활이 다르고 얼굴은 모르지만 한 공간에서 공감하면서 희노애락을 나눌 수 있음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기쁨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이 시작노트가 더욱 소중하고 새삼 귀하게 여겨진다.

인생이란 보이지 않는 승차권 하나 손에 쥐고 떠나는 기차 여행과 같다. 연습의 기회도 없이 한 번 승차하면 시간은 거침없이 흘러, 뒤돌리지 못하고 절대 중도에 하차할 수 없는 길을 떠나게 된다. 가다 보면 강아지풀이 손 흔드는 오솔길이며, 푸르른 숲으로 둘러진 산과 들이며, 오색 꽃 화려히 손짓하는 화원이며, 금빛 모래사장으로 눈부신 바다도 만나게 되며, 밝은 아름다움이 주는 행복감들 속에서도 때로는 어둠이 가득찬 추운 터널과, 눈보라가 휘날리는 매서운 길이며, 뜨겁게 숨 막힐 듯한 험한 길을 지나갈 때를 경험해보기도 한다.

허나 고통과 막막함이 느껴지는 곳을 지난다고 해서 우리의 손에 쥐어진 승차권을 내팽개쳐 버리거나 찢어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 당장 빛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목적지에 채 도착하기도 전에 승차권을 찢어버리고 중도하차 하려는 인생은 어리석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내하며 가야 한다.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지금보다 더욱 더 아름다운 햇살이 나의 머리맡에 따스하게 내릴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말이다.

촉촉히 내리는 빗방울 가운데서도, 소복히 내리는 눈 가운데서도 우리는 갈 길을 찾곤 한다. 딱히 지정된 목적은 없지만 우리는 시간 속에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달리는 것이다. 가끔은 쓴 잔 속에 비틀거리기도 하고, 때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환희를 느끼게 될 때도 있다. 아직 다하지 못한 일들 속에 허우적거리며 내일을 기약하면서 오늘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소한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작은 것에 감동을 받는 그런 게 우리가 지금 달리는 인생 여행이 아닐까?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과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넉넉함이 채워지는 시간, 혼자서 가는 것보다는 함께 손잡고 가는 여행이 재미있고 멋지지 않을까 싶다. 살며시 내밀 수 있는 손에서 행복과 기쁨,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이 묻어나겠다는 걸 소망하면서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계속 이어진다. 여럿이 어울려 함께 하는 여행에서는 별별 일들이 많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교감하고 교류하다 보면 소중한 인연을 맺기도 하고, 원치 않는 만남이나 이별도 경험하게 된다.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찬과 칭송을 듣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본의 아니게 화가 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겪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주위의 모든 이들이 칭찬을 하고 칭송을 할 때 조심하지 않으면 자칫 자신을 잊는 수가 있다. 자신을 잊는다는 것은 자제력을 잃은 것과 같은 것이니 잘못하다간 수렁 속에 빠질 수 있다. 주위가 칭송과 칭찬을 하는 것은 나의 순간의 결과만 칭찬을 하는 것일 뿐, 다음에 이어지는 상황까지 무조건적으로 영구히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그 대목을 몰라 혼돈하고 있다.

칭찬받을 때의 겸손은 또 다른 칭송을 듣게 되지만 칭찬에 빠져 오만함은 또 다른 흉이 된다. 칭찬이라는 것은 순간의 말일 뿐 영원함은 아니니 칭찬을 받을 때의 겸손이 훗날 칭송을 받게되는 법이다. 아울러 화날 때 더 조심해야 한다. 주위의 사람들이 비웃고 멸시할 때 조심하자. 자칫 자신을 잃게 되게끔 흥분할 수 있다. 화가 날 때는 두 눈을 감자. 두 귀를 감싸고 머리를 땅 쪽으로 숙여보자. 화가 결심의 화신으로 되어 보이는 순간이다. “이 다음에 이 순간을 틀림없이 돌려주마. 그래서 참는다, 그래서 나는 분발한다, 당신들이 화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나는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자.

화날 때 함께 하는 행동은 아무런 댓가성도 없지만 순간만 참는다면 참는 순간부터 승리는 당신의 것, 바로 그것이다. 어쩜 굳게 다진 굳은 마음은 상대의 사람들을 걱정하게 하는 것인지 모른다. “열 번 잘하다 한 번 잘못하면...” 이런 말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람이 참 간사해서 나부터도 한 가지 섭섭함에, 오래 감사했음이 다 잊혀질 때가 있더라는 걸 고백한다. 그래서 겸손이나 교만과는 다른 시각에서 칭찬에 관해 짚어보고 싶다.

칭찬, 그것도 약간의 중독성이 있다. 칭찬의 말을 들으면 그 칭찬에 부합하기 위해 때론 힘에 버거울만큼 칭찬받을 일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되곤 한다. 분명 내 능력 밖의 일임에도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표현은 하지 않더라도 마음 안에 원망이 쌓일 때도 있다. 그러기에 노력은 하되 능력 밖의 일이라면 단호히 멈출 줄도 알아야 하고, 잠시 섭섭하더라도 거절할 줄도 알아야 서로에게 두고 두고 편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그것이 지혜다.

칭찬의 말이 미움이나 원망을 키우는 씨앗이 된다면 골 깊기 전에 싹을 잘라내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때로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때로 그 정직함을 표현하는 것이 칭찬의 말에 중독이 되어가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미국의 시인 ‘에머슨’이 어렸을 때 겪었던 일이다. 서재에서 책을 보고 있던 아버지에게 소년 에머슨은 큰 소리로 외친다. “아빠, 좀 도와주세요. 이 송아지가 말을 안 들어요.” 송아지를 외양간에 넣으려고 이런 저런 방법을 써 보았지만 송아지는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에머슨의 말을 듣고 와서 역시 송아지를 외양간에 넣으려고 별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번에는 에머슨과 아버지가 힘을 합쳐 송아지를 넣기로 했다. 에머슨은 뒤에서 밀고 아버지는 소의 앞다리를 잡아 당겼다. 그러나 소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들은 지쳐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이 때 그 광경을 지켜보던 늙은 하인이 달려왔다. 하인은 자기의 손가락 하나를 송아지의 입에 물려주었다.

그러자 송아지는 젖을 빨듯이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하인이 자기 손가락을 송아지에게 물린 채로 외양간으로 천천히 들어가자 송아지도 따라 들어갔다. 에머슨과 아버지가 힘을 합쳐도 할 수 없었던 일을 늙은 하인은 했던 것이다. 에머슨은 그 때의 일로 감명을 받았고, 후에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알았다. 무력이 진정한 힘이 아니라 사랑과 온유가 더 큰 힘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세상에서 제일 고약한 도둑은 바로 자기 몸 안에 있는 여섯 가지 도둑이다. ‘눈도둑’은 보이는 것마다 가지려고 성화를 한다. ‘귀도둑’은 그저 듣기 좋은 소리만 들으려 한다. ‘콧구멍도둑’은 좋은 냄새는 제가 맡으려 하고, ‘혓바닥도둑’은 온갖 거짓말이나 하며 맛난 것만 먹으려 한다. 제일 큰 도둑은 훔치고 못된 짓 골라 하는 ‘몸뚱아리도둑’이다. 그러나 더 큰 마지막 도둑은 ‘생각도둑’이다. 이놈은 싫다, 저놈은 없애야 한다, 잘난 놈은 죽이고 못난 놈은 짓밟고, 나 혼자 잘났다고 설치는 교만 덩어리 마음도둑, 혼자 화내고 떠들며 난리치는 도둑이다. 도둑을 잡으려거든 우선 몸 안의 여섯 가지 도둑부터 잡아야 한다.

늘, 처음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결심을 하게 만들었었다. 하루의 아침이 그랬고, 일주일의 월요일, 그리고 한 달을 시작하는 첫 날 또한 그러했다. 무언가를 하고자 마음을 먹고, 기대만큼의 성과를 딱히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겐 그 결심들이 조금씩 조금씩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졌었던 것 같다.

황금돼지 해가 밝아와 첫인사를 나눈 지가 어제 같은데 벌써 열흘이 훌쩍 지났다. 새 해 첫 날 각자 다짐했던 한 해의 계획들, 벌써 잊지는 않고 있을 것이다. 작심 삼일? 까짓, 삼일마다 작정하면 된다. 삼일을 세 번 지냈으니 오늘 또 한 번 작정하자!! 필자도 나름의 설계를 했었는데 힘껏 실행하려 애쓰고는 있지만, 글쎄다~ 아직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즈음에 스스로에게 몇 점의 점수를 줄 수 있으려는지.

오늘부터 또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멋진 작심 잘들 하기를 바란다. 바야흐로 우리는 새 시작과 더불어 한 겨울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날씨는 수시로 많이 춥다. 어쩌면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지 모르겠지만 기지개 크게 켜고, 소리내어 웃으면서 오늘의 삶을 힘차게 진행하기를 바란다. 나 자신과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그리고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까지도 다 함께 한껏 행복하고, 꽃다운 삶으로 아름답게 피어나 평화롭고 축복된 한 해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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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꽃다이 지던
그 이른 아침
아름다워 더욱 슬픈
석별의 세상사마져
덧없는 녹음 되어
목숨 다 하고,

발등에 쏟아부운 태양의 넋으로써
살다 간 흔적 아프기만 해서
나그네 모아쥔 손아귀
계절 속 스민 부활의 날갯죽지
저리게 자라난다

청사슴 고운 선혈
반짝이는 눈 뜨고 세상 보다가
착하디 착한 부끄럼으로
갈잎 노래 부르던
목이 긴 소녀여!

뇌살적인 나뭇가지에서
검붉은 휘파람 소리
빗줄기 타고 흘러내리거든
작은 손 움켜 쥔 꽃잎 놓아 보내주되
아침이거늘
눈물 거두라,
속으로만 울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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