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3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7집. 구름에 달처럼 살아가는 이야기  


  "7집. 구름에 달처럼 살아가는 이야기"
1996년 11월 25일을 인쇄일로 탄생된 詩集입니다.

역시 인쇄 출판에 관련된 판권은
증인출판사에서 소유하고 있습니다.

序詩는 '겨울, 그리고 동면'이며
'구름같은 이야기'에 30편,
'달 닮은 이야기'에 31편,
'살아가는 이야기'는 '세월 하나(10편)',
'세월 둘(10편)',
세월 셋(11편)'으로 나누어 목차를 정했으므로
전체적으로 보자면
총 93편의 詩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별하게는 경제적으로 침체되고 힘들었던 시기이기에
세파에 시달려 생활고에 찌달리는 일상이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꿈을 키우며 도전하던
그 시절의 여러가지 직업을 대변하는 詩들이
많이 실려 있는 詩集입니다.
[ 증인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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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치는 그날 *



시작노트

" 공치는 그날 " 詩作 note

일곱 번 째 시집인 ‘구름에 달처럼 살아가는 이야기’에 수록되었던 시다. 필자의 평생 중 쉽게 살아진 적 있었겠냐만 이 시도 물경 삼십년 쯤 전, 이도 저도 다 망가지고 홀로 고시원에 머물면서 막연한 내일을 기대하며, 그래도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고물장사로 연명하던 시절에 적은 걸로 기억한다. 아마도 하염없이 비가 오는 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시간을 때우다가 싱숭생숭한 심사를 달래면서 푸념처럼 읊조렸을 게다.

누구나 제 사연 제일로 서럽고 한스럽기는 마찬가지이겠지만, 어째서 필자의 지난 날들은 하나같이 굴곡과 파고로만 점철되어 있는지 아무리 곱씹어보아도 억울하고 한스럽다. 모든 삶들이 순간의 선택과 집중에 의해 그 성격과 본질이 결정되어지는 것이며, 따라서 책임과 결과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는 것쯤은 이미 오래 전에 터득한 진리이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예컨대 이런 삶의 사연이라는 건 너무나도 거칠고 투박하여 애닯다.

어찌된 노릇이, 고르기로 작심했던 길마다 가시밭길이요, 이만하면 타당하다 여긴 결론들이 하나같이 모순덩어리였으며, 애써서 노력한 일마다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었는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모름지기 평생을 두고 싸워온 자신과의 싸움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으니 이거야 원! 천하의 못난이가 어디 따로 있겠는가. 그저 스스로의 운명이 허망하고도 허망하여 하릴없이 하늘 바라보며 썩은 웃음만 흘릴 뿐이다.

다만 그럼에도 끝내 굴하지 않고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아 있는 이 현실에, 제아무리 심한 난관이 풍파로 몰아닥쳤어도 종국에는 어딘가에 빌붙어서 모진 목숨줄 연명해낸 은근과 끈기의 얼에 스스로 찬사를 보내며, 슬그머니 가점 얹어준다. 그렇다. 사람이 산다는 건 어차피 불확실과 혼돈의 미로를 헤쳐나가는 지난한 투쟁의 길인 걸 진즉에 깨우쳤으니, 명불허전 이제와서는 어떤 도전이 다시 엄습한다 하여도 너끈히 물리치고 나갈 체력이나 정신력 쯤이야 애저녁에 터득한 거 아니겠는가?

코로나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한 고난이라 하더라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건 필자 뿐만 아니라 모든 우리 국민들이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유전자요, 오래 전부터 역사가 증명하는 빛나는 저력인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는 사실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도 가장 확실하고 분명한 대처와 단합된 실천력으로 극복의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모범적인 일상과 불굴의 의지에 무한한 찬사와 긍지를 보내고 싶다.

따지고보면 세상은 그저 고맙고 감사할 일로 넘쳐난다. 불평과 불만의 또 다른 얼굴은 기대와 희망이라는 말도 있듯이 어차피 세상사는 마음 먹기 나름이고 자기 하기에 따라 행복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일상을 고마워하고 사랑하기에 주저하지 않던 ‘안하림 작가’가 생각난다.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그 글을 읽게 하는 작가의 사명이 어떤 건지를 잔잔하게 풀어내던 예전 작가의 의견이 새삼 가슴 적신다.

사람들이 가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묻는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주저없이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연인을 사랑하듯이 글 쓰기를 사랑하게 되면 우리 안에 있는 이야기들이 스스로 밖으로 나오게 된다. 특히 사람들. 저마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야기를 비추는 거울처럼, 그들의 삶이 많은 모티브를 제공한다. 그들이 하는 말들과 표정, 제스처를 관찰하고 거짓이나 진실을 말할 때의 눈빛 등, 인간이 가진 다양한 성격들이 글의 소재가 되고 캐릭터로서 독창성을 가진다.

물론 문장력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작의 핵심은 스토리 구성 능력이고, 스토리라는 것은 결국 상상력에서 나온다. 국문학이나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을 보면 단어의 사용 능력이나 조사, 그러니까 ‘은는이가’는 잘 사용하지만 스토리 구성 능력이 떨어지고 상상력이 받쳐주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것은 창작을 틀에 끼워 맞추는 데서 오는 부자유함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자유로운 생각 속에서, 자유로운 상상 속에서 제멋대로 사유할 때 오히려 좋은 글이나 낯선 이야기들이 태어난다.

독서도 중요하지만 글쓰기를 가르치는 학원이나 선생들은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글이란 여백 위에 나열하는 누군가의 인생이다. 그러므로 글의 핵심은 가능한 사람에게서 찾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야말로 현실로 이어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세상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이 사람들의 역사와 발전을 이어내려온 힘이며,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근원이 되어질 수 있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꿈꾸는 것이 있다. 옛날 조선의 선비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랑방에서 소금장수가 백년 묵은 여우에게 홀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야기 공간을 만들어 이야기꾼들과 날밤을 새고 싶다. 결국 인생은 가고, 이야기만 남는 것을 알아서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먼저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 그것도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한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는 이미 준비된 작가다. 그러한 작가들에 의해서라야 세상 사는 작은 이야기들이 큰 감동으로 비추어질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작가는 좋은 독자를 부른다. 작가의 좋은 삶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되어져 독자들의 좋은 삶을 잉태한다. 세상의 모든 진리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진리의 양상이 변화하고 그 본질이 바뀌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그 관점에서는 최선과 최상을 추구하는 것이 진리의 성격이다. 그리고 그러한 최선의 사고방식이 인류의 문명을 이끌어냈다. 최상을 추구하는 도전의식이 인류의 오늘을 창조해냈다. 이 사연의 전말이 오늘의 인류가 존재하는 이유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서로를 소중히, 그리고 아끼며 살아야 한다. 운명이라는 것은 그림자와 같기에, 언제 우리들 삶에 끼어들어 서로를 갈라놓을지 모르기에 서로 함께 있을 때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작은 말 한 마디라도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항상 자기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화는 입에서 나와 몸을 망가지게 하므로 입을 조심하여 항상 겸손해야 하고, 자신은 타인에게 어떠한 사람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타인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이 되려면 먼저 타인을 소중히 해야 한다. 나보다 먼저 항상 남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넓은 마음이 되어야 한다. 내 자신이 서로 아픔을 나눌 수 있는 포근한 가슴을 지녔는지, 그리고 타인에게서 언짢은 말을 들었더라도 그것을 다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이 되어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어차피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이라면 서로 사랑하며 이해하면서, 좀더 따스한 마음으로 감싸가야 한다.

아픔이 많고 고뇌가 많아서 이 세상은 ‘사바세계’라고 불린다. 참고 인내하지 않으면 서로 가슴 저리는 이별만 많을 수밖에 없는 세상인 듯 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한 세상, 생각하면 한숨만 절로 나오는 이 세상, 하지만 아직은 마음 따뜻한 이들이 있기에 살아 볼만한 세상이지 않은가 싶다. 진정 나 자신부터 마음 따뜻한 사람이 되어 이 세상 어떠한 것도 감싸 안을 수 있는 우주와 같은 넓은 마음이 되어야겠다. 소중한 인연으로 남을 수 있기에 말이다.

새 구두는 번쩍거리긴 하지만 왠지 불편하다. 사람도 오래 사귄 친구가 편하고 좋다. 나무도 오래 말려야 뒤틀림이 없고, 포도주도 오래 숙성해야 짙은 향기를 낸다. 오래된 것을 버리거나 잃으면 세월이 빚어낸 향기를 버리는 것이며, 지난 세월의 자기 인생을 잃는다고 할 수 있다. 오랜 친구와 오래된 물건을 소중히 간직하는 것이 삶의 지혜다. 산 정상에 오르면 행복할 거라 생각하지만 정상에 오른다고 행복한 건 아니다. 어느 지점에 도착하면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그런 곳은 아예 없다.

같은 곳에 있어도 행복한 사람이 있고 불행한 사람이 있다. 같은 일을 해도 즐거운 사람이 있고 불행한 사람이 있다. 같이 음식을 먹지만 기분이 좋은 사람과 기분 나쁜 사람이 있다. 좋은 물건, 좋은 음식, 좋은 장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대하는 태도다. 무엇이든 즐기는 사람에겐 행복이 되지만 거부하는 사람에겐 불행이 되는 것이다. 정말 행복한 사람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아니라, 지금 하는 일을 즐거워하는 사람, 자신이 가진 것을 만족해하는 사람,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 찾아갈 곳이 있는 사람, 갖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이다.

누구나 다 아는 공통된 사실이지만, 어릴 때는 나보다 중요한 사람이 없었고, 나이 들면 나만큼 대단한 사람이 없는데, 늙고 나면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너머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게 된다. 칭찬에 익숙하면 비난에 마음이 흔들리고, 대접에 익숙하면 푸대접에 마음이 상한다. 문제는 익숙해져서 길들여진 스스로의 고착된 마음이다.

집은 좁아도 같이 살 수 있지만, 사람 속이 좁으면 같이 못 산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내 힘으로 갈 수 없는 곳에 이를 수 없다. 사실 나를 넘어서야 이곳을 떠나고, 나를 이겨내야 그곳에 이르게 된다. 갈 만큼 갔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얼마나 더 갈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얼마나 더 참을 수 있는지 누구도 모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지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하면 된다. 천국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 된다. 모든 것이 다 가까이에서 시작된다. 상처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내가 결정한다. 상처를 키울 것인지 말 것인지도 내가 결정한다. 또한 상처를 지킬 것인지 말 것인지도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그 사람 행동은 어쩔 수 없지만 반응은 언제나 내 몫이다. 산고를 겪어야 새 생명이 태어나고, 꽃샘추위를 겪어야 봄이 오고, 어둠이 지나야 새벽이 오기 마련이다.

거칠게 말할수록 거칠어지고, 음란하게 말할수록 음란해지고, 사납게 말할수록 사나워진다. 결국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일 게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나를 다스려 뜻을 이루도록 시도하는 것이 어떨까? 지금까지의 필자의 삶이 비록 굴곡지고 방황과 혼돈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근본적인 사랑을 잃지 않고 지금도 꾸준히 아름다운 삶을 살고자 애쓴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어제의 그 아프고 슬펐던 모든 경험들이 지금을 살아가는 양분이 되어졌을 거라는 믿음만은 고이 간직하고 싶다. 이제 우리에게 다시 새봄이 찾아주었다. 머지않아 온 누리를 가득 채워 꽃향기가 만발할 봄날에 우리 모두의 멋진 꿈도 새싹같이 소록소록 커 나가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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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님 오시는 날은 공치는 그날,

새벽 선잠 빗소리 창문 때리면
고물장수 리어카 임시 공휴일

일찍부터 갈 데라곤 전혀 없어도
누군가 만나고파 가슴이 설레

늦을라 허둥지둥 무얼 입을까
구석에 쳐박아둔 후진 작업복

아니지 오늘만은 나도 신산데
옷걸이에 모셔놨던 외출복 등장

부랴부랴 단장할 땐 밥도 안먹어
지우산 급히 펴고 집 나서지만

골목도 못벗어나 어디로 갈까
전철역 대기 의자 죽치고 앉아

이리 뒤적 저리 뒤적 신문 뒤지다
하릴없이 속절없이 한나절 가네

주섬주섬 되돌아선 비닐봉지엔
두홉소주 한병과 쥐포 두어마리

오늘마냥 으시시 축축한 날엔
방구들에 쳐앉아서 요게 최고지

비님 오시는 날은 공치는 그날,
이날 가고 새날 오면 비 그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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