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싫다.
그래서 나를 버리고 싶다.
그러나 버릴 나조차 잊어버리고
헤맬 때가 많다.

달리는 뒤안길에서 나를 잊은 불안감,
봄병이 또 도졌나 보다.

기왕지사 의미 없는 무료한 나날들,
짜증과 권태로 점철된 현실을 탈출하여
무작정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다.

어떤날 갑자기
기억 상실증에라도 걸려
지금의 나를 외면하고
역마살에 순응하여
그냥 낯설은 거리에서,
낯선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히죽거리며 헤매 돌다가
이름 모를 아무데서나
쓰러져 자고 깨고
그렇게 내던져 살고 싶다.

어쩌면 십년후쯤 정신 되찾게 돼
어렴풋한 기억 더듬어 짚으며,
또 다른 낯설음에 흥미진진 낯이 설어
가벼운 흥분에 들떠
나 돌아온다면
어떤 이 혹여 관심 가져
드라마같은 인생이라 불러줄 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