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3집. 당신은 나의, 나는 당신의  


  "3집. 당신은 나의, 나는 당신의"
1995년 3월 23일에 출판된 詩集입니다.

詩人이 직접 '책 머리에'라는 인사글을 썼고
총 4개의 章으로 나뉘어져있는데
'방황하는 자아'에 15편,
'현실을 찾아서'에 15편,
'해묵은 운명'에 15편,
'살며 사랑하며'에 15편,
합계 60편의 詩가 실려있습니다.

유난히 連作詩가 많아서 총 60편이지만
훨씬 많은 量의 詩를 감상하시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 도서출판 가람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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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무리 *



시작노트

" 별무리 " 詩作 note

거의 같은 궤도를 따라 운동하면서 몇 해, 또는 수십 년의 주기를 공통적으로 가지는 서로 다른 여러 개의 혜성의 무리를 ‘별무리’라고 한다. 즉, 천구(天球) 위에 수십에서 수백 개의 항성(恒星)이 한 지역에 불규칙하게 모여 있는 별의 집단인 성좌를 가리키는 말인데, 구상 성단에 비하여 거리가 가깝고 은하면 안에 집중되어 있다. 종교적으로 보자면 ‘히브리어 성경’의 헬라어 역본인 ‘70인역(ⅩⅩ)’에서는 ‘오리온(Orion)’으로 번역하고 있으며 개역 한글판에서는 ‘별 떨기’라고도 표기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은하수’를 떠올려도 무리가 없다.

겨울철의 밤은 유난히 별무리가 다양하고 풍성하여 특히 가깝게 느껴지면서 휘황찬란한 하늘의 정경을 마음껏 드러내기 때문에, 바라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황홀하고 감동적인 느낌을 맛보게 해준다. ‘안드로메다은하’와 ‘오리온성운’, ‘플레이아데스 산개성단’과 ‘히야데스 산개성단’ 등 맨 눈으로도 볼 수 있는 은하와 성운 및 성단이 있는가 하면, ‘오리온자리’의 ‘베텔기우스’, ‘리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마차부자리’의 ‘카펠라’ 등 보석처럼 밝은 별들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춥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밤하늘도 맑아 별자리를 관측하기에는 가장 좋은 계절이다.

사실 별무리에 대해서 특별한 지식이나 정보를 지니고 있지 않아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감동을 받는 데에는 누구라도 한결같을 것이다. 밤하늘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은 모두가 시인이며 예술가이며 작가다. 밤하늘에서 받은 감동은 곧 삶의 기쁨이기에 우리의 힘이 되어주고, 내일을 설계하는 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밤하늘의 별무리가 영원히 우리에게 꿈을 심어주는 한 설사 우리의 오늘은 고달프더라도 행복한 내일과 연결짓는 지름길이 되어주는 것이다.

‘별무리’라는 제목의 예술작품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걸 뽑으라면 누구나 영국이 주목하는 젊은 극작가 ‘닉 페인(Nick Payne)’의 작품을 우선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은 2012년 ‘런던 로열 코트 극장(Royal Court Theater)’ 초연 당시, 영국 비평가들과 언론으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았으며 그 해 영국 ‘3대 연극상’ 중 하나인 ‘이브닝 스탠더드 어워드(Evening Standard Award)’의 ‘최고 연극상(The Winner of the Best Play)’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따뜻한 로맨스와 작가 특유의 세련되고 지적인 은유가 강조된 이 작품에 대해 닉 페인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의 3부작 다큐멘터리 ‘우아한 우주(Elegant Universe)’를 접하게 되면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혔다. “우리가 단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우주는 언제 어디서든, 어떠한 형태로든 존재 가능하다.”는 ‘양자 평행우주이론’은 극 전반에 자리하며 내용은 물론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차지한다.

닉 페인은 이 작품의 모티브에 대해 “결정론을 포기하고 개연성에 집중하여 자연의 어떤 측면들은 우연의 지배를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작품 속에서는 다양한 상황들이 연출되며 무수히 많은 가능성들을 보여준다. 수많은 다른 별에서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연히’ 일어나는 일처럼 말이다. 동시에 그 가능성 속에서도 우리가 특정한 누군가와 만나고 사랑하고 다투고 고민하다 헤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필연적으로 완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수한 변주 속에서 그가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장면을 택했던 것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만나고, 헤어진다. 작가는 ‘사랑에 대한 의지’를 꺾을 만한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온전히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고, 관객들은 그 안에서 웃고 울고 숨죽이며 바라본다.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의 반응이 더해져야 비소로 닉 페인이 그린 별무리라는 세계가 완결되는 느낌이다. 마치 관객들의 반응까지 대본에 넣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정하’ 시인은 ‘우리 사는 동안에’에서 이렇게 말한다. “바람이 부는 것은 누군가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너에게, 혹은 네가 나에게 보내는 바람엔 향기가 묻어 있다.” 삶이란 게 그렇다. 기쁨보단 슬픔이 더 많기 마련이다. 또한 사람이란 것도 그렇다. 같은 양이라 할지라도 기쁨보단 슬픔을 더욱 깊게 느낀다. 뿐만 아니라 기쁨은 순간적이지만 슬픔은 그렇지 않다. 슬픔의 여운은 기쁨의 그것보다 훨씬 오래인 것이다.

왜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해답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까닭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비바람을 거친 나무가 더욱 의연하듯 사람도 슬픔 속에서 더욱 단련되어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사랑이라는 것도 그렇다. ‘헤세’가 얘기했듯이 사랑이라는 것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고뇌와 인내에서 얼마만큼 견딜 수 있는가를 보이기 위해서 있는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겪은 것은 모두가 언제나 극한 상황이었다. 언제나 다만 스치고 지나간 뒤에야 “그것이 내 삶의 한 부분이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점차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 재밌다니? 눈살을 찌푸릴 사람도 있겠지만 삶이란, 한 번 살아 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극한 상황이었고 언제나 최악이었지만 삶이란 어차피 곡예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그만큼 진지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쓸쓸하거나 외롭지 않을 수가 있다. 왜냐하면 늘 혼자임을 알고 있었기에 모두들 스치고 지나간 뒤에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러하길 바란다. 비단 이것이 시인 그 혼자만의 바램은 아닐 것이다.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함께 느끼고 같이 누리는 삶의 문제이며 공식이고 해답일 수가 있는 것이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시절 월남에서 부상 당하여 돌아온 군인들을 위한 대대적인 위문공연을 준비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인 감독은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인 ‘밥 호프 (Bob Hope)’를 이 공연에 초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밥 호프는 너무나 바쁜데다가 선약이 있어서 갈 수 없다고 거절했다. 밥 호프가 없는 위문공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감독은 “전쟁터에서 돌아온 군인들을 위로해주는 아주 중요한 자리에 당신이 꼭 필요합니다.” 라며 여러번 간곡히 부탁을 했다.

밥 호프도 끈질긴 감독의 부탁에 “그러면 제가 5분 정도만 얼굴을 보이고 내려와도 괜찮겠습니까?”하고 물었다. 주최측에서는 그렇게만 해줘도 고맙겠다고 했다. 드디어 공연 당일, 밥 호프는 5분이 지나도 끝낼 생각을 안 하고 거의 40분 동안 공연을 하고 내려왔는데,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감독은 5분을 공연하기로 하고 40분을 하게 된 경위와 눈물을 흘리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의 물음에 밥 호프는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저 앞줄에 있는 두 친구 때문에 그렇습니다.” 감독이 나가보니 앞줄에 상이(傷痍) 군인 두 사람이 열심히 박수를 치며 기뻐하는 모습이 보였다. 한 사람은 오른팔을 잃어버렸고, 한 사람은 왼팔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오른팔을 잃어버린 사람은 왼팔을, 왼팔을 잃어버린 사람은 오른팔을 사용해서 두 사람이 함께 박수를 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광경을 보며 밥 호프는 이런 유명한 이야기를 남겼다. “저 두 사람은 나에게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한 팔을 잃어버린 두 사람이 힘을 합하여 함께 기뻐해주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참된 기쁨을 배웠습니다.” 참된 기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어떤 상황이나 여건과 비교해서 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과 열정이 샘솟듯 솟아나는 기쁨의 느낌이야말로 어떤 기쁨보다도 우선하는 참기쁨일 것이다.

겨울이 익어가고 있는 밤하늘의 별무리에서 우리가 느끼는 기쁨의 감동은 흐르고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언제나 빛나는 참기쁨의 얼굴이다. 시간이 흐르는데도 변화하지 않고 늘 같은 모습이라면 그것은 퇴보나 다름없다. 세월은 흘러가는데 나이만 늘어갈 뿐, 오래 전과 다르지 않은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다면 성공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제에 머물러 있는 나를 뛰어넘어 매일 새롭게 변화하고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변화하려는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건이다. 지금까지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제와 같은 오늘에 만족한다면 내일이 오늘보다 행복할 리 없다. 꿈을 갖고 목표를 세운 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매일 한 걸음씩 나아갈 때, 그리하여 변화된 모습을 갖게 될 때 새로운 자신과 만날 수 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성공하고 싶다면 잠시도 멈추지 않는 심장처럼 달려야 한다.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뒷걸음질이 시작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의심하지 말고 우선 시작하자. 오늘 노력하면 분명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된다. 오늘 1센티미터 전진했다면 내일의 출발점은 1센티미터 앞선 지점이다. 그것만으로도 벌써 성공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지금 하자. 그러면 다음 것을 하기가 수월할 것이다. 첫 발을 내딛으면 그 다음 걸음은 쉽게 뗄 수 있다. 미루는 것도 버릇이다. 미루게 되면 할 일이 쌓이게 되고, 할 일이 쌓이면 뒷사람에게 밀리게 된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던가? 아니다. 시작은 바로 끝이다. 깊어가는 이 겨울밤, 빛나는 밤하늘의 별무리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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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님들은 세상에 한사람 씩
의미를 두어 사랑 준다는데
그 영혼마져 파괴된
나목의 어줍쨚은 자유의 기분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며
아픔도 슬픔도
무섭게 빨리 전염시키고 있네

당신은 나 없이
살 수 있다 하나
나는 그대 있어서
살아가고 있음인데
차가운 이 계절을 덮히어 줄
따스한 만남 그리워
감은 눈 속에는
담채색 자작나무 한 그루

겨울 밤하늘이
별빛에 타오를 때면
정녕 그냥은 잊기 어려운 우수의 사련
수묵화로 아름다운
별무리에다 묻어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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