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16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3집. 당신은 나의, 나는 당신의  


  "3집. 당신은 나의, 나는 당신의"
1995년 3월 23일에 출판된 詩集입니다.

詩人이 직접 '책 머리에'라는 인사글을 썼고
총 4개의 章으로 나뉘어져있는데
'방황하는 자아'에 15편,
'현실을 찾아서'에 15편,
'해묵은 운명'에 15편,
'살며 사랑하며'에 15편,
합계 60편의 詩가 실려있습니다.

유난히 連作詩가 많아서 총 60편이지만
훨씬 많은 量의 詩를 감상하시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 도서출판 가람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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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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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차로에 서 있었다네.

앞에서는 흡혈귀인지 도깨비인지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삼지창을 꼬나들고 흉칙한 모습으로
달려 들었다네.

뒤에서는 펄 펄 끓는 쇳물이 유황불과 함께
점점 더 기세를 올리며 온 세상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네.

오른쪽에서는 사자인지 호랑이인지
좌우간 집채만한 맹수가 무리지어 이빨을 드러낸 채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었다네.

왼쪽에서는 날카로운 가시 덤불로 둘러쌓인
천 길 낭떠러지 밑에서부터 시적시적
팔뚝만한 구렁이들이 기어 올랐다네.

공중에서는 태산도 삼킬 듯이
거대한 회오리 바람이 계속해서 윙 윙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네.

내가 서있는 땅은 눈에 보여지는 곳으로부터
모래 늪으로 변해지며 스르르르
꺼져 들어가기 시작했다네.

이젠 아무 데에도 갈 데가 없었지.

나는 살려달라고 울부짖었지만 그 외침은
목구멍에 걸려 컥 컥 소리만 되풀이 되었고,
마침내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자,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 하는 비장한 각오로
있는 힘을 다해 그 사지로부터
탈출해내기 위하여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

급기야 나는 그 죽음의 땅으로부터 빠져 나올 수 있었으며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헐떡이며 숨을 몰아 쉬는 나를 구출한 건
제 멋 대로 그려진
한 페이지의 지도였지.

이 나이에 맨 정신으로 자다가 이부자리에
지도 그려본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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