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그늘에"
2022년 04월 11일 오늘의 편지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놓아보세요.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 몸으로 앉아보세요.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세요.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놓아보세요.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보세요.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청하게 앉아보세요.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입니다.
좋은 글을 옮겨드립니다.
2022년 04월 11일 from 림삼
for Mobile
(스마트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