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길"
2023년 03월 07일 오늘의 편지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 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 두리번 찾아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 발 한 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합니다.
좋은 글을 옮깁니다.
2023년 03월 07일 from 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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