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6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6집. 인생 복사기  


  "6집. 인생 복사기"
1996년 3월 28일 인쇄된 詩集입니다.

목차는 크게 넷으로 분류되며
'날궂이 굿 - 자연예찬'에 21편,
'씻김이 굿 - 인간지정'에 21편,
'내림이 굿 - 영혼고백'에 21편,
'살풀이 굿 - 세상백태'에 21편,
합계 84편의 詩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章의 분류에서 알 수 있듯이
서경시, 서정시, 고백시, 서사시로 규정지을 수 있는
각 章마다에 완전히 다른 성격의 詩들이 실려있으며
그 詩風을 비교 분석하면서
감상하실 수 있는 詩集입니다.
[ 도서출판 가람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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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년이면 삼백예순 날을 2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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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듯 한 품고도
시종 일관 하나이 된
검소와 근면으로 살아오신 울엄니가
오늘 새벽 천만 뜻밖
시집 오실 적 신으셨던 꽃고무신 찾으시네.

분단장에 동백 기름 머리 빗어 올리고서
참빗으로 정갈히 꽃댕기 동여매곤,
장롱 깊이 감춰두었던
단 벌 뿐인 자주치마
남색 회장 저고리 한복 곱게 차려 입고,
햇살 피해 서녘 하늘
툇마루에 서셨네.

떡만두국 아미송편 먹는 날은 아니고,
한식이나 칠석날도 아님이 분명하며,
눈 내리는 징글벨은 더욱 더 아닌
윤팔월달 초아흐레 서늘하게 이른 동녘,
일년이면 삼백 예순 날을
가죽처럼 붙어있던 몸뻬이 대신
나풀 나풀 치마저고리 차림새
환한 웃음 머금고
사뿐이 내리시네.

‘할마씨가 부르시오.
한스런 이 내 죄를
모다 용서해 주시마고 날더러 오라시오.
얼른 오라시누만은 퍼뜩 댕겨와야 겄소.
더 늦어버리기 전 내사 가봐야 쓰겄소.
낼랑을 잡덜 마오.
낼 보내어 주소.‘
콧소리 흥얼거리며
울엄니 너울 너울 나비춤 추시네.

깊은 골짝 구비 구비
두견새는 왜 우는가 ?
무심한 바람 장단에
갈잎 어찌 지는가 ?
문패 없어 제목 모를 첩첩 산중 기도원
불효자 용서 염원 피눈물 감추고서
노구 의탁 부탁하곤 돌아서는 참이어든,
뒷덜미 서늘하니
어찌 그냥 떠날까만
해 지는 산모퉁이 시집 오신 길목 따라
돌아오는 발 앞에는
회한만이 널렸세라.

어머니 !
어머니 !
제발 정신 좀 챙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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