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꺼리 모자랄 젠
잘난 새끼들 창자 곯을세라
뒬안 우물가 몰래 숨어서
소리 없이 냉수 한바가지 벌컥 벌컥 들이키곤
아랫배 툭 툭 치시며
아 - 배 부르다
게슴츠레 실눈 뜨시던 그 여유.

전쟁통 어수선한 지경
보리 고개 구비 돌아
헌 보롱이 하나 달랑 메고,
경황 중 얼떨결에
설풋 시집 오신 울엄니,
한평생 인생 역정 가난만은 면해보리,
염원 고이 품어 안고
무한한 세파의 골짝
이름 석자 잃어버린 채
어찌 어찌 살으신 겐가 ?

주변머리라곤 애저녁 씨마른
서생 샌님 낭군 봉양에,
못난 자식 사남매 뼈빠지는 뒤치다꺼리
허드렛일 줄서 있어
변치 않는 시집살이,
당신 육신 되볼 겨를 없는
박복 팔자 운명땜 채우다 보니
살과 같은 세월 타고
강산 변모 여섯 성상.

머린 온통 된서리 내려,
곱던 얼굴 죄 찌그러져,
허리 굽고 키 줄어 무릎 관절 꺾였지만,
깍지 손가락 굵은 매디
옹이 백인 손바닥엔
안즉도 따스한 기운
핏줄 타고 흘러 오누나.

내리사랑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데
울엄니 사랑만은
뿌리 내려 가지 치고 줄기 키워 잎 틔우기,
꽃이 피고 질 때까지
어디 한방면으로도 인색치 않으셨고,
그침 없이 솟아나는
옹달샘의 수원으로
사시사철 어느 하루
마르실 날 없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