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야 해,
해 저물 때 쯤이어야 하구,
바람부는 빈 들판에 홀로

“난 참 쓸쓸해”
입속으로 말하면 참 쓸쓸한 거야

“난 더 쓸쓸해”
입속으로 말하며, 먼 하늘 바라보면 더 쓸쓸한 거야

“난 너무 쓸쓸해”
입속으로 말하며, 먼 하늘 바라보며, 눈가에 눈물 맺히면
너무 쓸쓸한 거야

“난 정말로 쓸쓸해”
입속으로 말하며, 먼 하늘 바라보며, 눈가에 눈물 맺히다가,
넘쳐나 주룩 흘러내리면 정말로 쓸쓸한 거야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혼자 남겨진

사람과 사람의 모든 이별에 있어서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의 쓸쓸함이
똑같다 말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아

어차피 떠나는 사람에겐
새로움에 관한 다소 간의 설렘
쓸쓸함 속에서 숨어 살겠지만,
미상불 보내는 사람에겐
남겨짐에 관한 억제 못할 슬픔
쓸쓸함 밖으로 차고 넘칠텐데

흔적, 상처, 거기 피나는 아픔,
말할 수 없는 쓰라림 여울
해서 죽어도 아물지 않는

“난 죽을 만큼 쓸쓸해”
조용히 입밖으로 작은 소리내면 그 땐
죽을 만큼 쓸쓸한 거야, 정녕 죽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