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그리 긴 세월 아니었으매
아주 잊혀질 리 없으련만
어찌 이리도
먼 이야기인 듯
가물거리기만 한단 말인가?

한 날의 사연들이
쌓이고 되쌓여
꾸역꾸역 먹어온 나이
이룬 것도 없이 저문 세월임에
골파인 얼굴론
자조로다 짓는 웃음뿐

그래!
이만큼 살아냈다면
나도 이젠 제법 늙어버린 게야

용서란
용서하지 못하는 것을
애써 용서하는 척 하는 게 아니라
용서하지 못하기에
마음 깊은 구석 밀어넣고
꺼내지 않는 것

그렇게 익히고 묵힌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는
코가 아니라
가슴으로 맡는 것

진심으로 좋아하고
따르고 싶은 사람이 나타나면
가슴은 용케 알아차리고
그 향기를 맡는다지

어렴풋이 알게 된
진실의 속내
헛물만 켜다가 지새버린
숱힌 날밤들이 모두어
세모의 하늘로 날아오른다
송구영신이 널리는
우리네 밤하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