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3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8집. 우짜 멧시지가 웁노?  


  "8집. 우짜 멧시지가 웁노?"
1997년 10월 8일 인쇄된 詩集입니다.

다른 부제는 정하지 않고 그냥 분류만
22편씩 3개의 章과
14편 1개의 章으로 하였으며,
합계 80편의 詩가 수록되어 있고
부록으로 '클래식음악 감상문'이 7편 실려있습니다.

감상적인 내용의 詩가 가장 많이 포함된 詩集인데
이 詩集만 보아서는 평소의 林森의 詩風과는
다소 상이한 면모를 엿볼 수도 있습니다.
[ 증인 출판사 ]

위로 이동

* 풀잎 향기 *



시작노트

" 풀잎 향기 " 詩作 note

지난 주에 향기치료에 관하여 몇 가지 예를 들면서 시작노트를 작성했었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상식에다가, 인터넷에 나오는 각종 자료들을 눈치껏 훑어보면서 작성했었는데, 그 걸 보고나서 마치 필자가 향기치료계의 대가나 되는 걸로 여겼는지 지인들 중 여럿이, 답변하기 곤란한 사항들을 마구 질문해대는 바람에 이제까지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다시 밝히건대 필자는 그냥 치자꽃 향기가 좋아서 신나게 적다보니 향기치료에 이용되는 몇 가지 식물들까지 예시하게 되었던 거다. 대충 이 정도로 지난 신상 발언을 매조지하고, 내친 김에 향기라는 묘한 매력의 단어에 조금만 더 젖어보고자 한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향기’는 ‘꽃, 향, 향수 따위에서 나는 좋은 냄새’를 통칭하는 단어다.

무조건 좋은 냄새란다. 허기사 일단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본격적인 치료행보에 접어들기 이전에 좋은 향기가 선행되어야 친근감과 호감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래야 각종 치료효과도 상승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리라. 심하게 역한 냄새를 풍기지만 몸에 좋으니까, 괴롭더라도 꾹 참고 계속 맡으라고 한다면 좋아 할 사람이 없다. 제아무리 결과적인 치료효과가 좋다고 강조해도, 우선은 냄새가 좋고 볼 일이다.

한 여름에는 온 누리에, 시절을 대표하는 초록의 향기가 흐드러진다. 주위에 신록들이 만개하면서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잎의 향기들을 한껏 선사한다. 커다란 나무들은 무성한 나뭇잎들을 매달고 당연히 거창한 향기를 뽐내지만, 들판의 작은 풀들도 하나같이 정성껏 풀잎향기를 가득 머금고 우리를 유혹한다.

어느 거리 한 켠, 어느 구석진 자리에서라도, 작은 풀잎 하나 쯤은 자라고 있다. 때로는 나름대로 소복한 군락들을 이루고 있는 그들의 부름에 못이기는 체 쪼그려 앉아, 그 상큼하고 신선한 풀잎향기에 잠시나마 취해보노라면, 각박한 일상의 회오리에서도 조금쯤은 헤어나올 수 있는, 여유의 미학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향기는 사람들을 착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향기는 모든 만물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마력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마술사같은 능력을 지닌 향기의 주체가 비단 꽃이나 일부 식물에 국한될 이유는 물론 없다. 사람에게서는 사람의 향기가 풍기고, 도시에서는 도시의 향기가, 자연에서는 자연의 향기가, 나아가서 세상의 삼라만상에게는 다 저마다의 향기가 배어난다.

그 향기는 새롭게 만들어져 싱싱하고 신선한 향일 수도 있으며, 오래 되어 은근하고 친숙한 향일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 여건에 따라서, 모두가 달리 느껴지고, 각각 다른 향으로 사람들의 감정과 정서에 반향을 일으키겠지만 분명한 것은, 향기는 일차적으로 향기이기 때문에 그냥 그 이름만으로도 곱고 찬란하여 영원하다.

얼마 전 어떤 사람과 상담을 하면서, 덧없이 나이 먹은 것에 관한 한탄과 한숨에 상대적으로 위로를 얹었던 적이 있다. 황혼의 아름다움이 진정한 완숙미를 찬란하게 발휘하는 거라는 오래된 진실을 주장하다가 되레 동병상린의 심정이 되어지면서, 필자도 덩달아 감정이 격해져서 언성을 높이게 되었고, 급기야는 결론적으로 스스로 자위하는 늙음의 미학을 소리 높여 예찬하기에 이르렀었다.

“화려하고 화사한 젊음을 잃었다고 너무 한탄하지 맙시다. 오히려 지금의 당신 향기가 더 아름답고, 더 그윽합니다. 묵향처럼, 난향처럼, 가슴 속까지 깊이 배어드는 당신의 그 향기가 더 좋습니다. 만개한 꽃은 머지않아 시들어도, 세월의 주름살 따라 흐르는 경륜과 식견의 향기는 마르지 않고 항상 온화한 것입니다.

포기하지도, 낙망하지도 맙시다. 온 방을 가득 채우고 남아, 가슴을 흥건히 적셔오는 당신의 향기에 스스로 취해보세요. 그 향은 난향이 되기도 하며, 그러다가 국향인가 하면, 매향처럼 향긋하기도 하여, 당신은 결국에는 사군자의 향기 모두입니다. 인격과 후덕함이 쌓여서 빚어내는 그런 당신의 향기 말입니다.”

인생의 깊은 의미를 다 아우려 헤아리는 노년은, 언제든지 사랑하고, 또 얼마든지 사랑받을 그런 멋을 갖춘 사람이다. 매화 빛깔 붉은 가슴 펼치면서 쌓인 인생의 연륜으로 어느새 눈 속에서도 바로 새 꽃을 피워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이제 우리는 자신의 인생과 기품에 따라, 자기만의 향기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가꾸어가야 할 때이다.

젊은 시절에 희생으로 베풀고, 곱디 고운 심성과 아량으로 살아온 발자취가 있었기에 나이 들어 이토록 아름다운 자태로 빚어내고 있으려니 하면서, 절대로 지난날 삶을 아쉬워하지 말아야 한다. 주름살이 깊어진 만큼 우리의 가슴 속도 깊어지고, 피부가 거칠어지는 대신 우리의 사랑은 더 부드럽고, 향기는 더욱 더 짙어져가기 마련이다.

있는 그대로의 참 모습이 어느 화장품, 어느 향수 보다도 더 곱고 더 향긋한 법이다. 느낌으로 전해오는 우리 자신의 향기를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면 된다. 금쪽 같은 하루들을 보람있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물론 말처럼 그리 쉬운 건 아닐 거다. 이미 나이 들었다면 여러 가지로 젊은 시절과 비교되는 현실이, 꼭 아름답고 고아한 향기만을 풍기는 건 아니다.

고독감과 무력감이 엄습해오는 어떤 때는 정말 눈물나도록 옛날의 시절들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만만치 않은 삶에 부딪쳐 힘에 겨울 제면 튼튼하고 혈기 넘치던 젊음이 뼈저리게 사무치기도 한다.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시절 따라 흐른 삶의 얼굴인 것을 어쩌랴만,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젊은 기억으로 살아가고 싶은 것이 솔직한 바람일 거다.

요즘 들어 부쩍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의식을 하게도 된다. 젊었을 때는 무턱대고 운동을 하거나, 조금 무리하게 노동을 해도 탈이 없었는데, 지금은 조금만 과격해도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씁쓸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탈무드’를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늙는 것을 재촉하는 네 가지가 있다. 그것은 두려움, 노여움, 아이, 악처이다.”

좀 더 젊게 살려면 이런 부정적인 것들을 마음 속에서 몰아내야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순수를 잃어버리고, 고정관념에 휩싸여 남을 무시하려는 생각이 앞선다. 자신도 모르게 왠지 뻔뻔스러워지고, 우연한 행운이나 바라고, 누군가에게 기대려 한다.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으로, 남을 섬기기 보다는 의지하려 하고, 대우를 받으려는 생각만 든다.

진정 우리가 이렇게 맥없이 나약해져가고 있는 건 아닌지, 누군가의 말에 쉽게 상처를 받고,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심통을 부리지는 않는지, 전철에서 누군가가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며 훈계하려 하고, 누가 자리를 양보해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마음이 늙으면 몸도 더 빨리 늙기 마련이다. “남자는 마음으로 늙고, 여자는 얼굴로 늙는다.”라는 영국 속담이 있다. 우리는 이를 부정하거나 두려워해서도 안되고, 젊은 날을 무작정 아쉬워해서도 안된다. 젊은이들이 누리고 있는 청춘을 우리는 이미 누렸으며, 그런 시절을 모두 겪었었다는 사실에 만족해 하고, 대견스러움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인생이란 결국 혼자서 가는 길이므로, 한 편으로 독립적인 존재라는 인식을 확고하게 가지고 살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그만큼 경륜이 쌓이므로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하고 너그러워져야 하는데, 오히려 아집만 늘어나고 속이 좁아지는 사람도 더러 있다. 이루어놓은 일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삶에서 성취감을 느끼며 감사하며 살아간다. 그런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넓고 큰 마음을 갖는다.

반면 늘 열등감에 사로잡혀 패배의식으로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은 작고 닫힌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러니 자신보다 어리고 약자인 사람에게 대우를 받으려 하고 나날이 편협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일방적으로 더 대우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들을 갖게 된다. 그런데 서로가 대우를 받으려고 하면 매사가 부대끼게 된다. 어떻게 살아왔든 지금의 이 삶을 기왕이면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만족하며 살아야 자기 주변에 평안함이 흐른다.

나이가 든 만큼, 살아온 날들이 남보다 많은 사람일수록, 더 오랜 경륜을 쌓아왔으므로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배려하며,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을, 아랫사람들을 포용함으로써 나이 듦이 얼마나 멋진지를 보여주며 살았으면 좋겠다. “주름살과 함께 품위가 갖추어지면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는 ‘위고’의 말처럼, 마음의 향기와 인품의 향기가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 향기로, 각박하고 험난한 세상을 치료하는 향기치료의 원천이 되는 삶을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향기로운 꽃은 나무가 피워내는 최고의 아름다움이다. 그래서 꽃을 안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안다는 것이다. 꽃은 저마다 다른 향기가 있다. 그렇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진한 향을 맡을 수 있고, 좋은 향기는 오래도록 멀리 간다는 사실은 공통이다.

사람의 향기도 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사람도 백리향, 천리향이 있다고 한다. 그냥 몸에 뿌린 향수에서 나오는 향기가 아니다. 사람이 내는 가장 좋은 향기는 말에서 풍겨 나온다.마음이 담긴 따뜻한 말, 사랑이 가득 담긴 언어는 그 향기가 멀리멀리 갈 뿐 아니라, 그 풍김이 오래오래 간다. 그래서 인간에게서 풍기는 인격의 향기는 바람이 없어도 상대에게 전달되게 마련이다.

진실로 다른 사람의 가슴 속에 한 점 별빛으로 빛날 수 있는 한 마디는, 작으나 소중한 말만으로도 인생을 외롭지 않게 살게 한다. 그렇다면 가슴 깊이 묻어둔 말을 털어놓으며 누군가에게 말을 할 때, 귀 기울이며 진실로 마음을 열고 들어줄 사람을, 진실로 상대의 눈을 쳐다보며 마음 열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우선 가까운 주변에서 둘러보며 찾아보자.

가족이든, 벗이든, 다른 모습의 동역자들이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 나이 들어가는 삶의 황혼길에서 진심이라는 화두에 공감대가 형성될 진솔한 이웃을 찾아내자. 우리는 세월이 흘러가면서, 그에 비례하여 쓸쓸하고 외롭기에 자꾸 목소리가 높아지면서도, 혼자 고립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감추고 싶어 한다. 그러나 숨길 수 없는 고적함에 사람을 그리워하나 보다.

은은하고 감미로운 격려의 목소리가 그리워질 제라면 한 마디 말로도, 많은 인생 덧없이 흘려보냈을 망정 어려운 세파를 뚫는 힘을 줄 수 있기에, 따스한 별처럼 빛날 수 있는 말을, 가슴 속 깊은 사랑으로 고이게 하여 살아가는 세상이라서 더욱 아름다울 수가 있다. 진솔한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고 성의껏 고개를 끄덕여줄 사람, 말의 잘못된 부분까지도 따스한 미소로 감싸줄 수 있는 사람, 살면서 가까이에 두고 싶기만 한 그런 사람을 이웃으로 찾아냈다면, 당신의 삶은 이미 축복받은 삶이다.

어느 날 시계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시계 안에는 세 사람이 살고 있다.
성급한 사람, 무덤덤하게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 그리고 느긋한 사람. 당신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쫓기듯 살고 있다.

세상이라는 틀에서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무감각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내맡기는 것이다. 하루 24시간 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지만 그것을 즐기고 이용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시계 바늘이 돌아가듯 바쁘게 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씩 고요의 시간으로 돌아와 자신의 삶을 음미할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길가에 핀 풀꽃 한 송이를 음미도 해보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시간도 가져보고, 힘들어 하는 친구를 위해 편지 한 장을 쓰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인생이라는 먼 길을 걸어가는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소중한 우리의 인생에 이렇듯 사람의 향기가 나는 만남의 시간들이 가득 넘쳐나기를 바라게 된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만남으로 살아가지만, 만나고 싶은 만남과 만나고 싶지 않은 만남이 있다. 그리고 만나서는 안되는 만남이 있고, 만나고 싶지 않은데 만나야 하는 만남이 있을 것이다. 이런 여러 만남을 통해서 인생이 우리 뜻과 같지 않음을 배울 수 있는데, 사랑하면서도 헤어져야 하고, 미워하면서도 만나야 하는 것이 우리 인생의 삶의 이유인가 한다.

그래서 모든 만남은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나 보다. ‘만난다’는 말은 ‘맛이 난다’는 말과 같다고 한다. ‘만남’은 곧 ‘맛남’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체감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불행한 만남도 너무나 많다. 우리의 만남이 기쁨으로 만나 기쁨으로 헤어지고, 사랑으로 만나 사랑으로 헤어지고, 믿음으로 만나 믿음으로 헤어지고, 소망으로 만나서 소망으로 헤어지는 그런 향기롭고 행복한 만남이고 싶다.

우리의 만남이 서로에게 기쁨과 행복과 감사가 되고, 삶의 보람이 되는 멋진 만남이 되도록 각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의 만남을 단편적으로 끝낼 수 없는 것은, 우리에게는 보장되어 있고 성취되어질 사랑과 행복의 영원한 만남이 아직도 ing 중이며, 필경 훗날 완전한 모습으로 가장 아름답고 멋진 만남이 향기롭게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미친 듯 사랑하며 살다가 그 사랑이 시들면 우정으로 살고, 그것마저도 시들해지면 연민으로 살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사랑처럼 좋은 것도 없지만 한 떨기 꽃과 같아서, 피었다가 이내 시들어 떨어지고 만다. 사랑보다는 우정의 힘이 비록 강하다고는 하지만, 우정의 잎새 또한 무성하여 오래 갈듯 해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기는 매한가지다.

꽃 피고 잎새 무성할 땐 보이지 않던 나뭇가지들이 그제야 삐죽 고개를 내미는데 그 가지들의 이름이 바로 연민이 아닌가 싶다. 꽃처럼 화려하지 않고 잎새처럼 무성하지 않아도, 나뭇가지들은 변하지 않고 자라나는 것이다. 바람에 흔들리기는 해도 쉽게 꺾이지는 않는 것이다. 그것이 나뭇가지의 숙명이며, 나뭇가지의 향기이다.

인생이 한 그루 꽃나무라면, 그래서 무수히 꽃 피고 잎 지며 사계절을 견디는 거라면, 가장 말이 없고 가장 오래 가는 것이 연민이 아닌가 싶다. 사랑이 가고 나면 적막해지고, 우정마저 사라지면 한없이 삭막해 지겠지만, 그래도 연민의 나뭇가지 사이로 달도 뜨고, 별들도 새록새록 반짝이므로 우리 인생이 살만한 것 아니겠는가?

커피처럼 들꽃처럼 향기로운 이야기만을 아름답게 쓸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할 것 같다. 때묻지 않는 순수함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혹은 남들이 바보 같다고 놀려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미소 지으며 삶에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다면, 살아가면서 하루하루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조금은 모자라도 욕심 없이, 아무 욕심 없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 속에서 언제나 음악이 흐르고, 마음 속에서 언제나 아름다운 언어가 흘러나오고, 그렇게 아름다운 마음으로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면, 가진 것 넉넉하지 않아도 마음은 부자가 될 수 있을 게다. 그것이 가장 향기롭고 영원하며 아름다운 삶의 나침반이라고 할 수 있을 게다. 그런 믿음으로 오늘도 필자는 풀잎 하나에 코를 문지르며, 조금이라도 더 향기를 기억하고자 초록색 물을 들이고 섰다.


" 풀잎 향기 " 詩作 note 닫기
 | 배경이미지 새로적용  | |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풀잎향기 나는 그녀 내게로 다가왔네
토끼눈에 사슴목에 잠자리 숨결에
눈이 부셔 눈감아도 비단깃 스치는 소리

설레는 가슴인 양 살포시 돌아 앉아
고백일랑 목에 걸려 구슬인듯 맴을 도니
볼우물에 박힌 시선 휘청한 달빛인가

첫입 떼어 건넨 손길 안개마냥 뽀오얗고
쥐어짜며 던진 말이 샛별처럼 사라져도
아침햇녘 부챗살에 머금던 이슬방울

황금빛 실은 나래 풀잎향기 새롭더니
그윽한 유혹으로 진한 흔적 심어놓곤
미소띄며 섰던 그녀 내게서 멀어졌네

 | 배경이미지 새로적용  | | 글자 크게 글자 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