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발톱마져 문드러진 걸음걸이로
염통 풀어헤쳐 공중에 피 뿌리며
절망의 늪으로 늪으로
침잠되어 가면서라도 -

그럭저럭 잊혀져 가는 거야.

송곳 세워 머리통 짓찧고
목청 터져나도록 허공향해 발악하며
진흙뻘 가시밭 길
기어 건너면서라도 -

다신 돌아오지 못할
기억 저 편 꿈자락이
한 마리 솔바람에 흩날려
짐승 울음 울어버리고,

거기에 실잠자리 날개로 얹혀
겨우 겨우 숨 붙여 연명하던
희망의 조각조차,
행복 부스러기조차,
기쁨의 작은 편린조차,
그리고 사랑의 비늘마져도
훌쩍 저바리고 만
쓸쓸한 날의 광시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