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 (業) " 詩作 note

‘정말 죽고만 싶었던 내 늙은 청춘의 여름날’이라는 부제를 달고 지어진 오래 전의 고백시다. 물경 25년도 넘은 시절의 이야기인데, 어째서 부제에 ‘늙은 청춘’이라는 단어를 인용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없다. 돌아보면 길지 않은 인생살이이건만, 인생길이 평탄한 적은 거의 없었던 듯 하다. 언제나 근심과 걱정을 한 보따리씩 짊어지고, 벅차게 헉헉대면서 살아온 것 같아서 돌아보는 소회도 그리 편치는 않다.

늘상 당시가 가장 어렵고 최고로 힘겨운 시절로 여겨지곤 했는데 결국은 아주 넘어지지는 않았고, 어찌어찌 용케도 굽이굽이 고개길을 넘어서 예까지 온 게, 또 달리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늙어빠진 초췌한 모습에 스스로도 퍽이나 안쓰럽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삶의 사연들이지만, 그래도 특출난 필자의 평생은 그야말로 소설로 써도 장편이요, 다큐멘터리로 특집을 만들면 온 나라가 눈물바다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쓴 웃음을 짓고 만다.

이 시를 지었던 시절을 돌이켜보니, 필자가 나름 전국을 무대로 화장품업을 대규모로 진행하다가 잘못되어져서, 가족과 생이별하고, 모든 지인들과의 연락을 두절한 채 홀로 고시원 등을 전전하던 몇 년 동안 역사의 한 부스러기다. 당시에는 마땅히 이름 석자 드러내어 남에게 광고할 처지도 아닌지라, 그냥 숨어서 떳떳치 않은 생계를 이어가던 비참한 지경이었다. 그러다보니 고시원비용이나 최저 생계비조차도 조달하기가 수월치만은 않았다.

그렇기에 흘러흘러 최하층의 직업들을 임시방편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저 닥치는대로 주어진 일상에 쫓기면서 하루씩 날짜를 죽여나갔다. 허기사 살아나갔다는 표현보다도 어쩌면 죽여나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는 그런 고달프고 비참한 시절이었다. 철따라 달리 골라잡을 입장이 아니라, 한동안은 고물상에서 빌려주는 리어카를 생계수단으로 삼아 고물장사를 하기도 했고, 중간에 터무니없는 욕심을 부리다가 허리를 다친 이후로, 할 수 없이 힘 쓰는 일은 집어치우고 전철역 입구에 서서 전단지 배포를 한다거나, 차량에 광고지 끼우는 일로 돌아치며 시간벌이를 하기도 했다.

겨우 연락이 닿은 친구의 소개로 변두리 보습학원에서 임시 시간강사를 하기도 했고, 더욱 더 막바지로 몰린 상황에서는 급기야 리어카에 이런저런 물건들을 싣고 대학가 입구의 간선도로에 터를 잡아놓고는, 시절 좇아 앙고라장갑이나 여성용 겨울 머플러, 덤핑 매니큐어, 호떡 튀김 등 수시로 메뉴를 바꿔가면서 노점상으로 연명하기도 했다. 실상 직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던 많은 업(業들)이 하나같이, 피 보다도 진한 삶의 철학을 부여해준, 너무나도 뜻 깊은 경험치들이었던 것 같다.

또한 이제 와서 보니 그 시절, 어려움이 더 이상은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과 기도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참으로 지금 돌이켜봐도 지워버리고 싶고, 소름이 돋는 체험의 나날들이었다. 물론 그 이후라고 해서 필자가 평탄하고 온전한 삶을 누리면서 고생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어찌 보면 의미는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나이 훨씬 더 먹어 오늘날에 이르렀지만, 그 시절 보다 더 버겁게 힘을 쓰면서 삶의 여정을 끌고 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삶이 고해라 했던가? 예컨대 삶이 다하는 날까지 이렇게 버둥거리다가 마감을 할지도 모르는 것이 필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주어진 숙제이며 원천적인 운명일 게다.

남들에게는 별로 관심도 안가는 이야기이겠으나, 아무튼 필자의 삶의 역정 속에서는 한 획을 그은 몇 년 동안의 줄거리들임이 틀림없으며, 당시에 여러 편의 시를 통해서 육필로 표현되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도 읽어보면 먼 시절의 이야기 같지 않게 절절이 그 서글픈 면모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고물장사에 관한 각종 이야기나 학원강사 관련 이야기, 그리고 전단지 돌리는 현장의 경험 등을 그대로 시의 소재나 주제로 삼아 한동안 세월과 싸운 거다 보니, 그 때 적었던 시도 꽤나 많은 분량이 있어서, 지금은 눈물겹던 시절의 추억록으로 대신하고 있으니, 어찌 세월 이만큼 흘렀다고 그저 잊을 수가 있으랴?

굴곡진 굽이가 하도 많아서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으나, 이후로도 수많은 깔딱고개들이 필자의 앞을 가로막을 적 마다 너무나도 힘들었던 젊은 날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제법 단련된 정신과 육신을 대변해주면서 너끈하게 고난을 극복하게 해주곤 했다. 이제는 육십 고개를 넘은지도 한참, 머지않아 힘 빠지고 기력 더 쇠하면 생각만큼 행동으로 옮기는 삶의 활동량을 자신할 수는 없겠지만, 이른바 불굴의 의지와 기상으로 무장된 필자의 청춘은 탈색되지 않고, 세월 거슬러 영속되리라고 믿는 바이다.

그래서 이 아침에도 필자는 새로운 삶의 좌우명을 설정하면서 마음을 갈고 닦기에 여념이 없음이다. 아주 작은 원인과 요건들이 무르익어 커다란 결과로 연결되어지는 것이 삶의 법칙이기에 소홀히 넘기기 쉬운 일상의 작은 일부터 챙기며, 가족과 이웃, 더 나아가서는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와 각종 조직들에 이르기까지, 인연과 인과로 결속되어 있는 모든 연분들이 더없이 소중하고 아름답기 위한 노력을 오늘도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페르시아’의 유명한 장군이자 대왕이었던 ‘다리우스 황제’가 유럽을 정복하기 위해 ‘알렉산더 대왕’이 이끄는 군대와 전쟁을 하게 되었다. 그 때 다리우스 황제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선전포고하면서 병사를 통해 선물을 하나 보냈다. 그 선물은 참깨가 잔뜩 들어 있는 부대였다. 다리우스 황제는, 그의 군대는 이렇게 많으니 너희는 승산 없는 싸움을 하지 말고 항복하라는 의미에서 그 참깨를 보냈다.

깨가 가득 들어 있는 부대를 받은 알렉산더 대왕은 답장으로 작은 봉투에 작은 겨자씨 하나를 넣어서 다리우스 황제에게 보냈다. 그 선물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우리의 수가 적다고 무시하지 말라. 우리는 작지만 무섭고 놀라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너희들을 맞이해서 충분히 싸울 준비가 되어 있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 전쟁에서 알렉산더가 승리했다.

겨자씨는 어떤 씨앗보다 작지만, 자라면 어떤 풀보다 더 커져서 새들이 쉬어갈 만큼 큰 나무가 된다고 한다. 지금 우리 자신이 겨자씨 하나 만큼 작게 느껴지지는 않는가? 그렇다면 낙심하지 말고, 겨자씨 하나의 힘을 믿어보자. 우리는 어쩌면 각자가 생각하는 그 이상보다 더 큰 잠재력이 있을지 모른다. 자신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끝까지 굳세게 밀고 나가야 한다. 비록 수많은 어려움과 난관이 가로막겠지만, 절실한 경험과 기억들을 근거로 삼아 도전한다면 반드시 최후의 승리와 안정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모든 일들은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이어지는 끝없는 여정이다. 이 긴 여정 중에 만나는 어떤 사람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고, 가볍게 여길 인연은 없는 것이니 언제나 스스로를 낮추고 배우는 자세로 인간관계를 맺고, 이어가려는 노력이 어쩌면 가장 필요한 덕목일지도 모른다. 김 부장은 회식 때 된장찌개가 나오면 ‘그 친구’에 대해 말했다. 직원들은 자주 듣는 이야기였지만, 아무도 중간에 자르거나 자리를 피하지는 않았다.


“그 친구 말이야. 그렇게 먹는 걸 좋아했거든. 특히 이 된장찌개!” “하루는 이 된장찌개를 한 뚝배기 끓여 놓고 밥을 비벼 먹는데, 얼마나 맛있게 많이 먹는지 걱정이 다 되더라니까.” 그러다 급체라도 걸리는 날엔 김 부장이 그 친구를 업고 응급실을 달려가기도 했다고 한다. “병원에 안 가고 손을 얼마나 따댔는지 열 손가락이 다 헐었더라고.” “한 번은 나랑 만나기로 해 놓고 나타나질 않는 거야. 그 때도 난 된장찌개를 먹다가 급체했다고 생각했지.”

거기서부터 김 부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 친구와의 약속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그 날 친구는 병원에서 위암 말기 선고를 받고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 친구는 김 부장에게 마지막 부탁을 남겼다. “우리 엄마 틀니 할 때 되면 여기에서 이삼백만 원만 좀 챙겨줘.” 그리고 김 부장에게 적금통장을 건넸다. 그렇게 김 부장의 절친은 한 계절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말하진 않았지만, 직원들은 ‘그 친구, 그 친구’ 하는 사람이 그토록 사랑했던 그의 아내였음을 알고 있었다. 차마 ‘아내’라는 말이 목구멍을 넘지 못해 ‘그 친구’라고 추억해야 하는 김 부장의 이야기를 직원들은 수없이 아무 말 없이, 그렇게 듣고 있었다. 이별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지만 가장 냉정한 이별은 죽음일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숨 쉬고, 먹고, 자던 사람과의 이별... 사랑하는 아내, 남편, 부모님, 형제, 자녀, 친구의 죽음은 살면서 겪어야 할 가장 큰 고통임엔 분명하다.

세상에서 가장 냉정한 이별 앞에 ‘좀 더 사랑하며 살 걸...’ 그리고 후회하지 말고, ‘그래도 마음껏 사랑해서 다행이다.’ 라고 말할 수 있도록 후회 없이 오늘을 살아보자. “이별의 아픔 속에서만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갖가지 이별들을 수없이 경험하면서, 그냥 보내고, 그냥 떠날 것이 아니라, 가슴 깊이 모든 기억들을 소중하게 새겨놓고, 다음에 이어질 삶의 페이지로 이어가며 곱게 곱게 엮어나가야 함이 마땅하다.

중세 ‘폴란드’ 왕 ‘에릭’은 ‘바사공작’을 지하 감옥에 가두었다. 이유는 반혁명 주동자로 종신형에 처한 것이다. 남편의 종신형에 큰 충격을 받은 바사의 아내 ‘카타리나’는 왕을 찾아가 간청했다. “폐하, 저는 제 남편과 한 몸이오니 저도 남편과 함께 복역하게 해주십시오.” 왕은 아내를 말리며 거절하였다. “바사는 대역 죄인이니 이제 공작도 무엇도 아니다. 이제는 부부관계에 연연하지 말고 새 인생을 살도록 하라.”

하지만 카타리나는 힘주어 말했다. “저는 모든 현실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내 왕에게 보였다. 반지에는 ‘모르스 솔라(Mors sola)’라고 적혀있었는데, 이는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라는 뜻이었다. “폐하, 저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약속은 지키고 싶습니다.” 결국, 카타리나는 17년 동안이나 남편과 함께 고통스러운 감옥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들이 석방된 것은 에릭 왕이 죽고 난 뒤였다.

에릭이 더 오래 살았더라면 아마도 그들은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감옥 생활을 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죽는 날까지 사랑하되 하루하루 더 사랑하는 것...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 기쁨으로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 한 순간에 타오르기 보다 은근한 온기가 계속되는 것,그것이 진정한 부부의 사랑이다. 아니, 모든 사랑의 근원은 한 가지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지는 관계들은 우리의 삶을 더욱 가치있게 만드는 근본이다. 어려웠던 기억들이나 힘겨웠던 시절들의 경험들조차 모두어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반죽을 하면 더욱 맛있고 보기 좋은 생명의 양식을 빚어낼 수 있음이 인지상정이다. “사랑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이라고 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을 기억하자.

옛날 어느 마을에 부자가 살았다. 그런데 그는 욕심이 많고 구두쇠로 소문이 나서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평판이 안좋았다. 어느 날, 부자가 지혜롭기로 소문난 노인을 찾아가 물었다. “어르신, 마을 사람들에게, 제가 죽은 뒤에 전 재산을 불쌍한 이웃들에게 나눠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도 사람들은 아직도 저를 구두쇠라고 하면서 미워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겠습니까?”노인은 부자의 물음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느 마을에 돼지가 젖소를 찾아가 하소연을 했다네. 너는 우유만 주는데도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는데, 나는 내 목숨을 바쳐 모든 것을 다 사람들에게 주는데도 왜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거지?” 노인은 계속 부자에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젖소가 돼지에게 대답하기를, 나는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살아 있는 동안 해주지만, 너는 죽은 뒤에 해주기 때문일 거야.”

이야기를 듣고 있던 부자를 쳐다보면서 노인은 다시 말했다. “지금 작은 일을 하는 것이 나중에 큰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소중하네. 작고 하찮은 일이라도 지금부터 하나씩 해 나가는 사람만이 나중에 큰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라네.” 인생에서의 중요한 과제를 나중으로 미루는 사람들이 있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부모님께 효도할 거야.” “나중에 집 사고 차도 구매하면 그때 자녀한테 잘하려고.”

그러나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나중에 행동하기는 더 어렵다. 백 번 말하기는 쉽지만 한 번 실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말 만 내세우고 행동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자. 지금 작은 것부터 하나씩 행동해야 나중에 더 큰 일도 할 수 있다. 나중에라는 길을 통해서는 이르고자 하는 곳에 결코 이를 수 없다. 어제 우리가 얼마나 힘겹게 살아왔던가? 지난 시절 우리는 얼마나 처절한 험로를 헤치면서 오늘에 이르렀는가?

그걸 잊지 않았다면 오늘 우리는 실천해야 한다. 직접 행동하는 생각만이 당연한 삶의 진리다. 그래야 참다운 내일이 진실의 문을 열고 우리를 맞이할 것이다. 우리가 내일 앞에 설 때 부끄럽고 후회스럽지 않기 위해서 당연하게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이 사랑의 실천이며, 아울러 어제를 돌이켜 반성하며 쌓아올리는 진솔한 삶의 탑이다. 한 청년이 추운 겨울에 구두를 새로 사게 되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구두가 망가지고 말았다. 청년은 집 근처 길모퉁이에서 구두를 수선하는 할아버지를 찾아가 수선을 부탁했다.

청년의 구두를 살펴본 할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정성껏 고쳐 놓을테니 내일 찾아가게.” 다음날 회사 업무로 며칠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출장을 갔다 온 날이 그 해 마지막 날이었고, 눈이 내렸기 때문에 청년은 할아버지가 나오지 않았을 거로 생각하고 신발을 찾으러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청년은 잠시 다른 일이 있어 밖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길모퉁이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구두 수선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할아버지를 보고 청년은 깜짝 놀라서 달려갔다.

“할아버지,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데 일을 하러 나오셨어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웃으며 대답했다. “일은 무슨... 자네가 신발을 찾아가길 기다리고 있었지.” 청년은 그제야 할아버지 옆에 수선하는 공구 상자가 없는 것을 보았다. “할아버지... 이제까지 저를 기다리고 계셨던 거예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뜻한 미소로 말했다. “언제 올지를 모르니까. 자, 어서 신발 가져가게. 이렇게 추운 날씨에는 이 신발이 제격이야.”

신발을 들고 선 청년의 가슴에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미안함과 따뜻한 것이 가득 차 올랐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과 신뢰를 전제로 한 약속. 그러기에 약속은 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키기 어려운 약속은 하지 않는 편이 나으며, 할 수 있는 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누구나 약속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약속을 이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찌 보면 우리의 삶은 약속의 연장선 상에 있다. 어제 한 약속들이 모두 오늘로 이어졌고, 오늘 하는 약속들이 내일을 열어간다. 우리의 약속들로 빚어올린 우리 삶들이 영근다.

힘들었던 어제, 우리는 참 많이도 넘어지곤 했다. 그러나 넘어지는 숫자는 결코 중요하지가 않다. 아무리 많이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면, 넘어진 것이 아니라 일어서 있는 사람이다. 어린 아이가 걸음을 배우기 위해서는 셀 수 없이 넘어짐을 반복하면서, 때로는 무릎이 전부 깨지는 아픔을 몇 번 겪고 나서야 바로 설 수 있는 것이다. 넘어지지 않고 바로 걸을 수 있는 인생은 없다.

과정을 보고서 포기한다면 한두 번 넘어진 아이가 걷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사랑에, 재물에, 명예에, 수 많은 삶의 문제 앞에서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실은 넘어지는 일상이 힘든 것이 아니라, 나를 일으켜 줄 이가 없는 것이 사실은 더 두려운 것이다. 가볍게 넘어진 것은 누구나 툭툭 털고 일어난다. 그러나 스스로 일어날 수 없을 때는 반드시 일으켜주어야 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곁에 누가 있는지 살펴보자. 일으켜줄 이가 있다면 당신은 이미 일어서 있는 자이며, 그래서 행복한 사람이다. 필자의 과거지사가 오늘날 삶의 궤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하여, 지금도 필자는 수도 없이 넘어지면서 하루들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 때마다 다시 일어나서 앞을 향해 나아간다. 중요한 것은 그럴 적마다 누군가 곁에서 손을 잡아주기도 하고, 격려의 말을 건네기도 하며, 심지어는 주저앉아 울고 있는 필자를 포근히 감싸 안아주면서 사랑을 베풀곤 한다는 것이다. 고맙고도 고마운 그들이 항상 가까운 데 있어주어, 필자의 삶이야 말로 오늘도 결코 고단하지만은 않은 하늘의 업(業)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