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6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6집. 인생 복사기  


  "6집. 인생 복사기"
1996년 3월 28일 인쇄된 詩集입니다.

목차는 크게 넷으로 분류되며
'날궂이 굿 - 자연예찬'에 21편,
'씻김이 굿 - 인간지정'에 21편,
'내림이 굿 - 영혼고백'에 21편,
'살풀이 굿 - 세상백태'에 21편,
합계 84편의 詩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章의 분류에서 알 수 있듯이
서경시, 서정시, 고백시, 서사시로 규정지을 수 있는
각 章마다에 완전히 다른 성격의 詩들이 실려있으며
그 詩風을 비교 분석하면서
감상하실 수 있는 詩集입니다.
[ 도서출판 가람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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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림삼(林森) 선생 *



시작노트

" 림삼(林森) 선생 " 詩作 note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이 있다. ‘진보와 변화를 많이 겪어서 다른 세상과 같은 느낌이라는 뜻’의 한자성어다. 물론 진보와 변화만이 전제 조건은 아니다. 그냥 예기치 않던, 또는 바라지 않던 뒤바뀜이 결국은 상황이나 사태를 완전하게 바뀌게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은 오래 지나지 않았으나 세상이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고 여겨지는 느낌이라는 뜻이다. 또는 세상이 아주 많이 바뀌어서 다른 세대가 된 느낌이나, 세대 사이에 사고방식이 매우 차이 난다고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실상은 그 말이 그 말인 셈이다.

‘고려 말, 조선 초’의 성리학자로서 고려에 대한 절의를 지킨 ‘길재(吉再)’가 지은 시조에는 이러한 격세지감이 잘 나타나 있다. 고려가 멸망한 뒤 길재가 수도 ‘송도(松都:지금의 개성)’를 돌아보고, 산천의 모습은 옛날 그대로인데 인걸은 간 데 없고, 태평성대했던 고려시대가 꿈이었던 것처럼 회상하면서, 세상이 예전에 비해 크게 바뀌어 달라졌다는 느낌을 표현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격세지감의 효시인 것이다.

다시 정리해보자. 격세지감은 세상을 거른 듯한 느낌이라는 뜻으로서, 세월이 흘러 환경의 큰 변화에 따라 아주 바뀌어서 딴 세상처럼 여겨지는 느낌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그러고보니 바로 필자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이 격세지감이다. 오늘 소개된 시는 20여년 전에 필자가 사업에 실패를 보고, 학원가에서 떠돌이 논술강사로 전전하던 시절에 지은 시다. 당시는 하루의 일과가 너무 버겁고,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내일의 막막함 속에 갇혀서 표류하며 허우적거리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자연히 하루의 일과가 이어지는 데 아무런 기쁨이나 보람을 느낄 수도 없었고, 피 끓는 청춘이나 의욕 따위는 애저녁에 잃어버린, 그저 그런 나날들을 겨우 이어가면서 겉늙은 표정의 자화상이나 그려대곤 하던 기억 뿐이다. 그리고 더불어서 찾아온 무기력증에, 버릇처럼 밤이면 쓴 소주나 들이켜 잠을 청하던 처절한 경험담이 켜켜이 쌓여, 결코 잊혀지지 않는 드라마처럼 엉켜 지금까지 뇌리를 어지럽힌다. 참으로 해도 해도 너무 한 삶의 질곡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벗어나고자 발버둥쳤던 그 시절의 일상이나 추억들이 지금에와서는 왜 이렇게 그리운 건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가슴 아팠던 가을의 방황이나 눈물짓던 어느 밤의 골목길조차도 이젠 못 견디게 그리워지니, 정말 야속할 지경이다. 결코 돌아가지 못할 어떤 이야기들이건만 지금의 필자에게는 너무나도 간절한 생각들이다. 아마도 다시금 살아지게 된다면, 그래서 그 시절로 다시 되돈다면, 정녕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일상을 엮어볼 수 있을 텐데, 하는 목마름 때문이리라는 결론에 하릴없이 물을 켠다.

그래, 이런 게 인생이다. 이미 지나간 어제들에게는 무한한 추억의 편린으로 손을 흔들면서, 다가서지 않은 내일들에게는 두려움 슬쩍 머금고 두 팔 벌려 안아주고픈, 그렇게 오늘로 이어지는 끈들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이런 게 바로 인생이리라. 그렇지, 그래야 인생 사는 맛이 나는 거다. 비록 지난 시절 가슴 저리는 아픔 있었다 해도, 기왕지사 다 지난 일인 걸, 부담과 상처로 가슴에 담아두면 무얼 할 겐가? 훌훌 털어버리고, 고운 기억만 걸러서 소복히 담으면 되는 것을.

자신의 마음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가 결국 그 사람의 삶의 품질을 결정짓는 요인이 된다는 걸 우린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마음에 상처를 담으면 아픔이 있을 건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그릇에 이별을 담으면 슬픔이 솟아남도 당연지사다. 어둠을 담으면 패배가, 미움을 담으면 싸움이 생겨남도 인지상정이다. 이렇게 뻔한 삶의 이치를 왜 깨닫지 못하면서, 어리석게도 아등바등 어려운 삶의 궤적을 만들어가려고 우리는 이토록 애를 써야만 할까?

한 사람이 길을 가다가 친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그는 궁금한 일이 생각나서 친구에게 물었다. “자네, 참 오랜만일세. 그런데 자네와 가까이 지내던 그 친구하고 심하게 싸웠다고 하던데 화해를 했는가?” “난 잘못한 것도 하나 없는데 왜 그 친구와 화해를 해? 그 친구는 몹시 나쁜 사람이기에 단단히 대가를 받아야 해. 나는 도저히 그 친구를 용서할 수 없어.”

그러자 그 사람은 친구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자네는 앞으로 절대로 죄를 지어서는 안 되네.” “아니, 그게 무슨 말인가?” 그는 다시 친구에게 조용히 말했다. “자네가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한 번도 잘못한 적이 없었는지 생각해보게. 분명 자네의 허물과 잘못을 누군가는 용서를 해주었을 것일세. 그런데 자네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해줄 수 없다면, 앞으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용서를 받을 생각은 이치에 안 맞지 않겠나?” 이 말을 들은 그 친구는 자신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자신에게 잘못한 그 친구를 용서하기로 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의 그릇을 가지고 있다. 이 마음의 그릇에 꼭 필요한 것을 담기 위해서는 되도록 비워두는 게 좋다. 필요 없거나 버려야 할 잡동사니가 가득 차지하고 있으면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을 담을 수 없게 된다. 특히 미움과 욕심을 가장 먼저 버리자. 그러면 그 자리에 용서와 화해, 행복과 기쁨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내일을 기다린다면, 미래를 맞이한다면, 그 사람의 삶은 빛나는 열매를 필경 맺게 될 것이다. “용서는 과거를 변화시킬 수 없다. 그러나 미래를 넓혀준다.” ‘파울 뵈세’의 말이다.

얼마 전에 ‘성인’의 반열에 추대된 ‘테레사 수녀’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한 여인이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고민을 이야기했다. “제 삶은 너무 권태롭고 인생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겠어요. 정말 이렇게 살 거면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어요.” 테레사 수녀는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제가 사는 인도에 오시면 진정한 삶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죽기 전에 꼭 한번 와 보세요.” 그 후, 그 여인은 테레사 수녀의 말대로 인도로 떠났다.

인도에 도착한 그녀의 눈에 펼쳐진 풍경은 처참했다.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테레사 수녀와 같이 그들을 돕고 보살피는 일에 전념했다. 도움의 손길이 있어야 하는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돕기 시작하자, 그녀는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권태로운 삶에 눈물을 흘리던 그녀에게 활기가 돋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손길이 있어야 하는 사람들을 도우며, 삶의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 한없이 권태로운 삶에 지치고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는지?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모두 빛나는 저마다의 가치가 존재하고 있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발견하여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될 때, 우리의 삶은 새로운 기쁨과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다. 자신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삶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하찮게 보일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높이는 방법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의미를 소중히 여기는 데서 시작된다.

삶을 사는 방식에는 오직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모든 것을 기적이라고 믿는 것. 다른 하나는 기적은 없다고 믿는 것이다. 새겨보아야 할 말이다. 순간 순간에 성의를 기울여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일상에서 늘 기적을 만들어낸다. 모든 시간들이 새로운 기적을 이루면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간다. 모든 사람들의 삶은 언제나 새로운 기적이다.

어느 부잣집에서, 일하는 사람을 구한다는 말에 한 사람이 찾아왔다. 부잣집 주인이 그 사람에게 물었다. “자네가 가장 잘하는 일이 무엇인가?” 그러자 그 사람은 자신이 있게 대답했다. “잠자는 걸 가장 잘합니다.” 주인은 그의 대답이 영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마땅한 사람도 없고, 그래도 사람은 성실해 보여서 그를 고용했다. 그런데 주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부지런히 일을 잘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억수같이 비가 퍼붓고 유달리 천둥과 번개가 심한 밤중이었다. 심란해진 주인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집 안 구석구석 비가 새는 데는 없나 하고 여기저기 살펴보았지만, 집안은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다. 집안을 살피다가 코를 골며 자는 그 사람을 보게 되었다. 억수같이 비가 퍼부었지만, 그 사람은 낮 동안 힘을 다해 모든 일을 해놓았기 때문에 손 볼 곳도 없었고, 천둥 번개가 요란했지만 피곤해서 깊이 잠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제야 주인은 잠자는 걸 제일 잘한다고 한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더 많은 먹이를 먹을 수 있듯이 성실한 사람이 성공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최선을 다하는 그 성실함으로 성공하는 멋진 인생이 되기를 다짐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덕목은 바로 성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나치게 조급하거나 결과에 집착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수를 하게 되고, 여유없는 삶의 습관에 젖다보면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한 졸속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삶의 여백이다. 어느 날, ‘소크라테스’의 집에 친한 친구가 찾아왔다. 소크라테스는 친구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아내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저러지?’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의 마음을 짐작할 수 없었다.

잠시 후, 소크라테스의 아내가 화를 내며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그 모습을 본 소크라테스는 아내의 분노를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 친구와 나누던 대화에 열중했다. 그 때, 아내가 갑자기 커다란 물통을 들고 거실에 들어오더니 소크라테스의 머리에 물을 쏟아버렸다. 순식간에 봉변을 당한 소크라테스는 수건으로 천천히 물을 닦아내며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게, 친구! 너무 놀라지 말게. 천둥이 친 후에는 반드시 소나기가 내리는 법이라네.”

이 한 마디에 친구는 손뼉을 치며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화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의 삶에는 늘 여유가 있다. 하지만 사소한 일에도 분노를 못 이겨 당장 상대에게 화를 낸다면 그 시작은 싸움이요, 그 끝은 상처일 때가 많다. 세상을 살면서 항상 참고 인내하면서 살 수는 없겠지만, 때론 웃음으로 넘기는 지혜를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누구나 현실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어쩐지 부족하고 모자란 여건과 환경을 탓하고, 남보다 못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세상과 운명을 원망하는 마음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인생의 역경이 있을 때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어떠한 고난에도 희망이 있고 열정이 있다면 꿈을 이룰 수 있고, 승리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도전하자. 우리의 삶에 만일 겨울이 없다면, 봄은 그다지 즐겁지 않을 것이다. 만일 우리가 때때로 역경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성공은 그리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경기 시작 후 4분 밖에 안됐는데 스코어는 9 대 0... 크게 지고 있었다. ‘밀튼 고등학교’의 ‘크래머 코치’는 작전타임을 요청하고 벤치로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지금 뭣들 하는 거야? 연습한대로 하란 말이야. 정신 차려!” 벼락같은 호통에 선수들은 땅만 내려다봤다. 경기는 다시 시작되었고 밀튼고는 선수를 교체했다. 3학년 ‘잭 홋스킨(Zack Hodskin)’이 투입되었다. 신장 185 센티미터인 잭은 전열을 가다듬고 빠른 드라이브와 패스로 상대편 수비를 흔들어놓기 시작했다.

덕분에 밀튼고는 첫 2득점을 올렸다. 이어 연거푸 3점슛을 성공하며 순식간에 11대 9로 역전했다. 고등학교 농구는 사기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말처럼 승기를 잡은 밀튼고는 이후 4쿼터 내내 앞서갔다. 잭이 반칙을 얻어내 자유 슛을 던지게 되자 상대방 응원팀은 야유했다. 하지만 그의 슛은 백발백중이었다. 잭은 오는 6월 ‘조지아 알파레타’에 소재한 밀튼고를 졸업하고미국대학농구 리그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농구명문 ‘플로리다 대학’에서 선수로 뛸 예정이다.

그의 기량을 높이 산 플로리다 대학이 그를 영입한 것이다. 잭은 전국적으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여러 언론들이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며 취재했다. 그에 대한 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다. ‘한 손 밖에 없는 농구선수가 플로리다 대학농구에서 뛰다.’ 그렇다. 잭은 오른손 밖에 없다. 왼쪽은 손은 물론, 팔꿈치 아래는 태어날 때부터 없었다. 만일 그가 자신의 태생을 원망하고 주저앉아 있었다면 그의 성공신화는 아예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성공은 성실한 그가 만들어낸 드라마다. 그것이 그의 신화다. 그리고 역사다.

가을이 왔다. 여기까지 오느라 저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다. 익는다는 것은 지나간 고통의 마지막 표현이다. 오늘 익기 위하여 그렇게도 울면서 밤을 새웠고, 불안과 두려움으로 아침을 맞았다. 오늘 빨개지기 위하여 그렇게 속을 태웠다. 오늘 노래지기 위하여 그렇게도 놀랐다. 오늘 당당해지기 위하여 그렇게 불안했다. 오늘 달기 위하여 그렇게도 부딪쳤다. 지금 이 맛과 색은 오늘 내는 맛과 색이 아니다.

지나간 시간들이 만들어낸 맛이고 색깔이다. 익어있는 가을을 보면서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쓸쓸한 들판과 외로운 산기슭을 어루만지는 투명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이 참 좋다. 가을은 이렇게, 지나온 것들과 남아있는 것들이, 세상의 모든 것은 사랑임을 증명하는 축제다. 가을의 두 얼굴 중에 우리가 어떤 얼굴을 사랑하느냐에 따라서 삶의 행복과 불행 중에서, 삶의 성공과 실패 중에서, 삶의 빛과 어둠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어느 무더운 날, 두 친구가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한 친구가 뒤늦게 도착해서 막 식당으로 들어서려는데, 식당 입구에서 꽃을 팔던 할머니가 다가왔다. “신사양반, 꽃 좀 사줘요.” “이렇게 더운데 왜 꽃을 팔고 계세요?” “우리 손녀가 아픈데 약값이 없어서 꽃을 팔아야만 손녀딸의 약을 살 수 있다오.”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들은 그는 할머니가 말씀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꽃을 샀다.

꽃을 들고 음식점으로 들어서자, 친구가 꽃장수 할머니를 가리키며 물었다. “너, 그 꽃, 저 할머니한테서 샀지?” “어떻게 알았어?” “저 할머니 사기꾼이야. 저 할머니 저기에서, 항상 손녀딸 아프다면서 꽃을 팔거든? 그런데 저 할머니, 아예 손녀딸이 없어.” 그러자 속았다며 화를 낼 줄 알았던 친구의 표정이 환해졌다.

“정말? 진짜? 손녀가 없어? 그러면 저 할머니 손녀딸, 안 아픈 거네? 정말 다행이네. 친구야, 밥 먹자!~” 그는 친구의 말을 듣고 가슴이 먹먹해서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신은 어떤가?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속았다고 생각하면 대부분 억울해 한다. 꽃을 할머니에게 도로 갖다 주고 꽃 값을 돌려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친구는 무더운 날씨에 꽃을 파는 불쌍한 할머니에게 아픈 손녀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진심으로 행복했던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우리의 삶과 마음은 이렇게 달라진다. 우리가 선택하는 삶의 조건은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지렛대다. 우리의 마음을 좌우하는 저울이다. 우리의 오늘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우리의 삶의 모범답안은 바로 우리 스스로가 갖고 있는 공식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삶의 문제는 삶의 답을 동시에 갖고 있다. 어려웠던 과거의 기억들이 사실은 오늘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다. 그리고 내일을 가꾸는 씨뿌림이다. 힘겨웠던 어제들이 문득 더 그리워진다. 아름다운 횃불의 불꽃이 되어져, 내일까지 쭈욱 이어갈 오래 된 이야기들이 못내 그립다. 정녕 그립기만 하다. 어제가 있어서 오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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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저녁나절 시작된 수업
어느새 자정을 넘기고 있는데
초롱한 눈망울엔 아직도 생기 가득,
쉬임 없이 이어지는
림삼(林森)선생 명강의에 넋 나간 학동들
완전 홀려버렸구만

듣고 듣고 또 들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마치 끝없이 솟아나는 생명수 샘물처럼
달콤하고 구수한 이야기 보따리

인기 만점 활력소 간판 좋은 실력자,
입담이나 연륜이나
입시학원 얼굴 마담 빠질 것 없건만
시원스레 넓은 이마 어리숙한 눈초리에
문득 문득 어리는 고뇌의 빛 웬 일인가?

허나 이보시오, 선생이여!
학원가 논술 과목 소문난 림삼(林森)선생이여!
당신 지금 저 어린 학동들에게
어떤 걸 떠들고,
무얼 가르치고 있는지,
정녕 알고는 있는가?
교사의 양심과 진리 전달자로서의 온전한 자격
정작 갖추고는 있는 겐가?

실패한 삶, 아픈 인생, 서러운 세상 살이,
가시밭길 산전 수전 홀로 헤쳐 살아남은
그 운명 그대로 물려줄 순 없는 노릇,
이 밤도 목청 높여
명강의에 골몰하는
림삼(林森)선생 절규 좇아 밤 이슬 내리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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