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6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6집. 인생 복사기  


  "6집. 인생 복사기"
1996년 3월 28일 인쇄된 詩集입니다.

목차는 크게 넷으로 분류되며
'날궂이 굿 - 자연예찬'에 21편,
'씻김이 굿 - 인간지정'에 21편,
'내림이 굿 - 영혼고백'에 21편,
'살풀이 굿 - 세상백태'에 21편,
합계 84편의 詩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章의 분류에서 알 수 있듯이
서경시, 서정시, 고백시, 서사시로 규정지을 수 있는
각 章마다에 완전히 다른 성격의 詩들이 실려있으며
그 詩風을 비교 분석하면서
감상하실 수 있는 詩集입니다.
[ 도서출판 가람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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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노을 그리고 사랑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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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까페를 다시 찾은 것은
살을 에는 듯 한 칼바람과
송곳같은 싸락눈이
외투까지 뚫고 스물대며 침입하는
엄청나게 추운 밤이었어.

그날은 마침 세상 사람들이
하나같이 들떠 노래하는
이름 있는 밤이라서
강추위조차도 오히려 즐기려는 듯
밤 깊어질수록 수많은 인파 모여들어
난리 버거지로 들끓고 있었고,
난 그 바닷가를 한참 걸어서
이윽고 반가운 간판등이
빛나는 걸 보았지.

바다 노을 그리고 사랑 !
그래,
오늘같은 밤이면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이런 장소가 제 격이야.
폭풍 속의 고요,
혼란 속의 고독,
가 없는 방랑자의 회한,
내겐 이게 더 어울리지,
맞아.
바다 쪽으로 난 작은 창을
조금이라도 열어놓았으면 참 좋으련만,
아니 빨간 촛불이라도 하나
켜져 있다면야 금상첨화일텐데.

삐꺽거리는 나무 층계에 걸쳐져 있던
단 하나의 꼴불견
흉칙한 붉은색 카페트는 차라리
벗겨버린다면 한층 더 멋질텐데,
오늘은 화룡점정을 제안해볼까나.

그리고선
아무도 반길 이 없건만
홀로 새가슴 되어져
콩닥콩닥 가볍게 흥분된 설레임 안고
천천히 계단을 올랐어.

멍청한 눈길의,
그래서 잔 정이라도 기꺼이 나누어주고픈
안경잡이 시인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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