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이라
꽃수레에 봄날 어우러지면,
진달래 언덕 우로 불붙은 듯
흐드러지게 꽃잎 피어나더니

짧지 않은 세월 중에
길지 않은 인연 맺자
부지불식간 쳐들어와
만남의 제목으로 열어젖힌 운명

틈새 비집어 창문마다 싹 돋던
사랑, 사랑, 진달래 빛고운 사랑아

헤어짐의 문패 내걸기도 전
스치듯 매듭지은 봄날 그 순간
어쩜 상처보다도 커다란 흔적
마음자리 또아리 트는데, 그니는 시방

어느 하늘 올려다보며
어드메 쯤 살아가려나

눈에서 멀어진즉 마음 좇아 멀어질 게라
그리들 말 하기에,
하시절 흘러가면 기억 조차 잊혀질 게라
그리 말들 하기에,

하루 이틀 사흘 지새다 문득
천 날은 언제 오려나
만 날은 과시 올거나
허면 아주 잊을 수 있을 게라

진즉 품어 키워내던
막막한 기둘림의 날들
훠이훠이 품 떠나 흩뿌렸건만

한 장씩 꺼내보면 사진첩에 맺힌 숨결
한 줄씩 되새기면 일기장에 어린 손길
새록새록 솟구치는 그리움
가없는 보고픔

무심한 계절 사연 실어 지나치건만
덧없는 청춘 속절 몰라 스러지건만
추억의 누리 강산 따라 변해가건만

촛불로 빛나던 봄날 밤의 맹세
영 꺼지지 않고
애타는 이 내 간장 심지로 태우누나
절절한 이 내 심장 불살라 버리누나

옳지, 차라리 다 타올라
검정 숱 되어지고 잿빛 먼지 되거라

진달래 피던 언덕으로 봄날 질 적에
꽃잎 물든 자취 함께 스러졌건만,
되레 내 마음의 언덕 우엔 오늘도
진달래만 지천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