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도 전설 " 詩作 note

전설 혹은 신화라는 제목을 갖고있는 추상적인 내용의 이야기는, 역사와는 좀 색깔이 다른, 혹은 더 먼 옛날의 어떤, 사실적이지 않은 신비한 줄거리를 의미한다. 허기사 그래서 더욱 사람들의 추억과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비현실적이면서도 마치 현실에 기적처럼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바람 같은 것,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의 대리만족이 전설에는 숨어있다.

전설에서는 어떤 경우라도 불가능이 없다. 신화 속에서는 현대의 엄청난 문명과 문화의 발달을 뛰어넘는 기상천외한 반전이 있다. 어쩌면 그 먼 이야기의 주인공이 살아나와 지금의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만사형통의 마술을 제시해주기를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

사실이지 복잡하고 어렵게, 점점 더 꼬여만 가는 현실 속의 정국이나 사회현상은 그냥 이대로는 안되겠다.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종국에는 파멸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승자는 없이 모두가 패자가 되는 이상한 게임이 도처에서 진행되고 있다. 결과는 뻔한데도, 마치 머리를 처박고 숨어있는 꿩처럼 임기응변만 발휘하며 서로를 지탄하는 모양새가 진흙탕싸움을 연상시킨다.

어째서 그들만 모를까? 무슨 이유로 무조건 본인들의 주장만 참이며 진리라고 우겨대면서, 상대방의 허점을 파고드는 파렴치한 언행에 불철주야 탐닉하는 걸까? 게다가 ‘국민의 뜻’이라는 거대한 대의명분으로 몸을 휘감은 채, 상대방과 대화조차 하려고 들지 않는 그네들의 의식구조를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도덕이 근간이 되어있는 인류사회인지라 개인적인 단죄나 체벌은 어차피 불가능할테고, 전설 속의 어떤 영웅이나 절대자가 환생하여, 모조리 치죄하고 새롭게 거듭나도록 계도라도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이 아침에 햇살을 바라보면서 부끄럽지 않기를 스스로에게 약조하는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며 기원이다.

실상 바람직한 대화를 위해서는 침묵해서도 안되고 감정을 폭발시켜서도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 감정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것인가? 감정을 잘 표현하는 첫 단계는 감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모든 어려운 대화에는 격렬한 감정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물론 감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올바른 해결은 아니다. 감정이 문제라면 감정에 대해 다루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이 표현되기 위해 꼭 합리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평소 느끼듯이 느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해서, 자신의 감정을 원초적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는 법이다. 순간의 감정은 관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그런 감정에 대해 마음이 편치 않다거나, 그런 감정이 일리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감정표현의 서두를 열 수도 있다. 목적은 단지 감정을 끌어내는 것이다.

두번 째는 모든 감정을 다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감정은 해도 될 것 같아서 표현하고, 어떤 감정은 해서는 안될 것 같아서 숨기다보면 자신도 그 실체를 모르게 된다. 그러므로 솔직하게 느끼는 전부를 이야기해야 한다. 극단적인 표현이나 상대방에 대한 비난은 피하고 자신의 감정만 솔직하게 전달하면 된다.

감정표현으로 대화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물론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대화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다투지 않고 이해와 참여의 폭을 넓히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대화 방식을 찾을 수 있는 길은 보이게 될 것이다.

세번 째는 서로의 감정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나는 상처받았다.” 라고 말했을 때 상대방이 “네가 과민반응을 하고 있는 거다.” 라고 하면 대화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다. 어떤 감정이 합당한 것인가에 대해 서둘러 판정하는 것은 감정표현을 손상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판정하지 말고, 탓하지 말고, 비난하지 말고, 솔직한 감정만 나누어야 한다. 대화를 독점해서도 안된다. 문제 해결은 나중에 해도 된다. 또한 지금 사용하는 단어들이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는 단어인지 주의해서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너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 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내가 얼마나 힘든지 너도 짐작할 것 같은데 연락도 없어서 속 상했다.” 라고 말하고 나서 공통적인 원인 제공에 대해 분석하며 이야기를 풀어가야 한다. 자신의 감정이 격해졌다면 당연히 상대방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대화를 일방적으로 독점하지 말고 상대방의 감정도 들어야 한다.

감정을 다룬다는 것은 어렵고 힘들지만 함께 해야 할 일이다. 관계를 개선하거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길고 힘든 일이다. 그렇다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감정과 문제에 대해 상대방과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이다. 물론 이러한 대화의 기술들이 요약처럼 단순하게 진행될 수 있는 만만한 사안은 아니다.

그러기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시도하며, 반성과 다짐으로 전진해야 하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공공의 적이 되어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작금의 당사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무엇보다도 먼저 가장 기초적이며 근원적인 제반 대화술을 먼저 가르치고 싶다. 회초리라도 들어 종아리를 치면서 끝없는 훈련과 반복학습이라도 시켜주고 싶다.

비록 계획만 세우다가 말 이름뿐인 계획이라 할지라도, 차근차근 준비해두었다가 먼 훗날 반드시 교육을 좀 해야겠다고 작심한다. 살아가다보면 우리는 남들이 하지 말라며 반대하는 일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만약 반대하는 일 모두를 포기했더라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인생의 재미와 기회를 놓쳐버렸을까?

살면서 ‘미친놈’ 소리 한 번쯤은 들어주어야 내 인생이다. 흔히 우리의 마음가짐을 ‘작심삼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작심삼일을 삼일마다 계속한다면 영영히 작심하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작심삼일 했다고 포기하지 말자. 까짓 삼일마다 다시 새롭게 결심하면 되는 거다. 똑똑한 사람들은 확률을 계산하고 포기하지만, 때론 모르고 시작하는 것이 약이 되기도 한다. 한 번 뿐인 인생, 질질 끌려다니지 말고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보자.

정말로 중요한 건 변명도, 이유도, 도망도 문제가 아니다. ‘이후로 내가 정말 무엇이 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이다. 그에 대한 답을 찾는다면 문제는 더 이상 문제로 남아 있지 않는 것 같다.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기에 우리는 무엇이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요한 폰 쉴러’는 이런 말을 했다. “처음부터 겁먹지 말자. 막상 가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게 세상엔 참으로 많다. 첫 걸음을 떼기 전에 앞으로 나갈 수 없고, 뛰기 전엔 이길 수 없다. 너무 많이 뒤돌아보는 자는 크게 이루지 못한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현실에서, 당장 오늘의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시작하자. 적어도 영원히 이어질 가치가 있는 미래의 전설을 장만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나아가보자.

중국 ‘안후이(安徽)성’에 사는 대학생 ‘궈스쥔(郭世俊)’의 이야기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집이 가난했다. 어머니는 제대로 챙겨 드시지 못한 탓인지 오랫동안 수막염을 앓다가 결국 정신 장애인이 되었다. 2012년, 아직 어린 청소년이었던 그에게 감당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아버지마저 15m 높이 다리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되고 말았다.

당시 수입이라곤 월 200위안(한화로 약 35,500원)의 사회구호기금이 전부. 하지만 지극한 그의 효심을 아는 사람들이 도움을 주어서 생활은 겨우 해나가고 있었다. 문제는 대학 진학이었다. 아버지를 홀로 남겨두고 갈 수는 없었다. 아들은 학교를 찾아가 부탁하고 사정했다. “아버지와 기숙사 한 방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세요.”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대학은 그의 효심에 감명을 받고,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이제 대학생이 된 아들은 세 끼 식사 준비를 해서 침대에 누워있는 아버지에게 먹여드리고, 용변을 볼 때 마다 시중을 들고, 욕창이 생기지 않게 몸을 돌려 주물러드렸다. 아버지 간호가 끝나고 나서야 방 한 쪽 책상에서 불을 켜고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2시가 넘어야 겨우 눈을 붙일 수 있었지만 그는 아버지를 돌보며 공부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하였다.

혹시 지금까지 내가 가진 조건과 상황들에 불평하고 낙담하지 않았는가? 진솔하게 되돌아보자. 그리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고이 간직하자. “부모를 사랑하는 사람은 남에게 미움을 받지 아니하고, 부모를 공경하는 사람은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지 않는다.”는 ‘소학’의 가르침을 좌우명처럼 새기고 살아가보자.

그럼 객쩍은 소리는 이 쯤 해두고 오늘의 시로 돌아가본다. ‘이어도 전설’에 등장하는 이어도는 제주 사람들에게는 낙원과 같은 곳이었다. “이어도 이어도여, 요내 노야 부러진들요, 내 손목이야 부러질 소냐, 한라산에는 곧은 나무가 없을쏜가, 이어도요 이어도요.” 제주 해녀들이 불렀던 이어도의 노랫말이다.

한라산의 나무를 모두 배 젖는 노로 부러뜨려 없애는 일이 있더라도 노 저어 찾아가겠다는 이어도는 제주도의 서쪽 어딘가에 있는 제주도 부녀자들의 이상향이다. 방아를 찧으면서도 이어도를 불렀고, 말똥을 주우면서도 이어도를 불렀다. 제주도 사람들이 그토록 가고자 했던 이어도. 그 이어도에 가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체가 없는 유토피아이고, 무릉도원이고, 낙원의 섬이다. 다만 그 섬에 가면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점이 그렇게 제주도 사람들에게 가고 싶은 낙원으로 인식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어도는 과연 어디에 있는 섬일까?

이어도는 제주의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km에 위치한 수중 암초로, ‘파랑도’라고도 불린다. 2003년 이곳에 ‘해양 과학기지’가 건설되었으며, 최고봉이 수중 4.6m 아래로 잠겨 있어 10m 이상의 파도가 치지 않는 이상 육안으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제주도 전설에서는 이어도가 어부들이 죽으면 가는 환상의 섬, 즉 상상 속의 섬으로 전해지며 문학 작품 속에서도 자주 등장했다. 1900년 영국 상선 ‘소코트라호’가 처음 수중 암초를 확인한 후 국제해도에 ‘소코트라 록(Socotra Rock)’으로 표기한 바 있다. 이후 1984년 ‘제주대학’ 팀의 조사에 의해 바닷속 암초섬의 실체가 확인됐다.

인근 수역은 조기ㆍ민어ㆍ갈치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는 황금어장이며, 중국ㆍ동남아 및 유럽으로 항해하는 주 항로가 인근을 통과하는 등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해역이다. 중국은 이어도를 자국 영토로 편입시키기 위한 영유권 주장을 해 우리나라와 마찰을 빚고 있다.

우리나라는 1951년 국토 규명사업의 일환으로 이어도 탐사가 이뤄져, 이어도에 ‘대한민국 영토, 이어도’라고 새긴 동판표지를 가라앉힘으로써 이 섬을 확인하였고, 1970년 이어도 해역을 ‘제 7광구’로 지정한 ‘해저광물 자원개발법’을 제정하였다.

실제로도 존재하면서 오래 전부터 전설의 섬으로 불린 이어도에는 그 역사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들이 전설로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제주도 사람들이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이어도에 대해 전해 오는 것은 거의 없다. 다만 ‘바람난 남편이 첩을 데리고 건너가 살았다’는 이야기와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불귀(不歸)의 섬’이라는 것, 그 정도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을 뿐이다.

그런데도 제주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섬이 이어도이다. “이어도 하라. 이어도 하라. 이엿말 하면 나 눈물 난다. 이엿말은 말앙은 가라. 강남을 가건 해남을 보라. 이어도가 반이엥 한다.” 이어도를 노래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민요 속의 진짜 이어도는 과연 어디 있는가? 지정학적으로 표시한 좌표상의 이어도를 말함이 아니다. 구조물을 세워놓고 표지판을 새겨놓은 거기 어디 쯤을 지칭함도 아니다.

“긴긴 세월 섬은 늘 거기 있어 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가 섬으로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다시 섬을 떠나 돌아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청준’의 소설 ‘이어도’의 첫 부분이다.

언젠가 필자가 찾아가보고 싶었던, 그리고 필자가 간절히 살고 싶었던, 필자가 찾아가 살고자 했던 섬인 이어도가 소설 속에서는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이어도는 오랜 세월 동안 이 제주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 전설의 섬이었다. 천 리 남쪽 바다 밖에 파도를 뚫고 꿈처럼 하얗게 솟아 있다는 제주도 사람들의 피안의 섬이었다. 아무도 본 사람은 없었지만, 제주도 사람들의 상상의 눈에서는 언제나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수수께끼의 섬이었다. 그리고 제주도 사람들의 구원의 섬이었다. 더러는 그 섬을 보았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한 번 그 섬을 본 사람은 이내 그 섬으로 가서 영영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모습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섬이었다.”

때로 현실이 너무 고달플 때면, 사는 게 많이도 버거울 제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간절함이 연기처럼 솟아오른다. 그리고 그 염원의 끝에는 늘 이어도가 자리하고 있다. 어디 쯤에 필자 혼자 만의 이어도가 있을지, 어느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어도는 필경, 아직은 알지 못하는 그곳에서 필자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혼란스러운 삶의 숙제를 마치는 날, 주어진 업보를 마감하는 날, 필자는 그곳으로 갈 계획이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아마도 필자를 보낸 곳도 그곳일진대, 훌훌 털고 홀연히 돌아가리라. 그리고 남은 삶을 소중히 가꿀 예정이다. 오래 묵은 전설과 신비한 숨결이 조화롭게 유영하는 바닷속의 본향 이어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