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진 만두처럼 구겨진 우거지 꼴상 보니
이제 속 좀 풀어지셨습니까 ?
야생마 하나 푸른 초장에서 추방시키고 나니
깨끗하고 선한 꼭두각시들만 모아
야금야금 꾸려가는 인간역사 단순할지니
그런 동네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

그래서 할 일 조금 줄어들어 주름살관리 수월해지니
당신 팔자 좀 피신 걸로 생각되십니까 ?

살며 지은 죄,
살아가며 지을 죄,
죄가 하늘만큼 바다만큼 커
도무지 감당키가 어려워
정녕 당신 그 엄청난 능력으로도
포기하는 것 밖엔 달리 방도가 없었나요 ?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이 어둠과 절망의 시간
경위 따질 것도 없이 쌀쌀맞게 돌아선 당신,
기실 허리띠 풀러놓고 말하자고 들자면야
머리털 올올이 엮어 당신께로 이어질 다리 삼아

한많은 사연 주야장창 구구절절
끝닿은 데 없이 숨도 안쉬면서
송이송이 엮어도 모자를 참이지만
하소연도 고백도 대충 얼버무리고
미련 양념삼아 구질구질 버틴 자존심,

하마 한참 전 내게 등을 보이고 섰어도
아주 다 식어버린 건 아닐 당신 체온 부여잡은 채
마즈막 숨만 짜내어
횡설수설하는 내 목소리 들리시나요 ?

다른 인간들 주다 남은 일말의 빛이라도
내게 조금만 나누어주십사고,
제발 한번만 더 인생 잘해볼 기회 내려달라고,
이렇게 나를 외면하는 행위는
나를 퇴출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당신이 세상에서 퇴장당할 반칙인 거라고,

영원에 심장 얹어 이제 난
새해 첫아침
무릎 꿇고 스스로 모가지 비틀며 피튀겨 기원하나이다
들어주소서, 아멘

- 2010년 1월 1일의 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