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여 성상
진즉에 은애하며 섬기어주더니
매몰차게 인연줄 떨쳐,
가로거치던 사모의 울타리
훌훌 벗어제끼곤
임자 영영 오데로 갔노?

희번득이는 눈알 씻고
한 평 누리 둘러본즉
애저녁에 종적감춰
당최 털끝인들 뵈질 않는 걸,

오날 어그러지고 거스르는
이내 그리움의 깊이 바다 뻗치고
이내 외로움의 크기 땅끝 닿으며
이내 보고픔의 높이 하늘 솟으니
임자는,

속절없이 스러져서
가없이 야속한 임자는,
날 두고 게 가니 속 시원하오?
아마도 그러한가 보구려,
쪽잠에서나마 찾아주지 않는
하마 억울한 꼴새라니

한탄의 낙루 강을 이루고
원망의 한숨이 탑 쌓을 제
일월조차 숨 멈춰 슬금 눈치보거늘,
풍상마저 기 죽어 설설 기어가거늘,

조바심도 안달도 가득 모두어
방구석 빼곡이
먼지되어 쌓인 하냥 세월
족히 한 길이나 덮여
궁상맞게 별리 기리우니

상흔 연유 서러운 심사
딸꾹질로 이골난 목젖에
이불삼아 덮어 씌우고
홀로 드는 잠 자리일 망정 이젠
궁그리고 긴긴 잠으로나
들어가 볼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