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였어,
정작 문제는
내가 다 들을 수 있다는 거였어

내가 유난히 눈물이 많은 이유가,
내게 서러운 이별이
이리도 버릇처럼 이어진 까닭은,
남이 듣지 못하는 걸
나만 다 들을 수 있었기에

고요히 눈 감고 자리에 누우니
마음으로 열리어진 어떤 느낌
오롯이 귀 기울이면
살그머니 들려나는 소리 소리 소리들

그래, 나는 다 들을 수 있어
바위가 봄비에 깎여가는 소리부터
들판에 새싹이 자라는 소리까지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는 소리에서
개미들 줄지어 땀흘리는 소리로

내 삶의 가장자리로
속절없는 세월 흐르는 소리
그런 소리들이 다 내 귀에는 들려

그날 그 새벽
의식불명으로 중환자실에
홀로 누워계시던 아버지
마즈막 숨 내쉬며
영원한 안식 찾아 떠나실 적

비록 임종조차 못지켜
높이 한스런 탑 쌓아올렸지만
그래도 나는 알아,
사람스럽게 살아가라
당부하시던 유언

분명 생생하게 들리는
내 아버지의 어눌한 음성이었음을

그리고 더께 놓여지는 시절 위로
일흔 남짓 빚은 나이테
안즉도 살기 고달픈 밤이면
슬몃 찾아오셔서
손 잡아주시는 그 소리

아가야, 힘 들지?
그렇지만 이젠 뚝!
울음 그치고 남은 세월 잘 살아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