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도 공간도 아닌
어떤 세계
인생이란 어차피 근본적으로
그 밑바탕에
매연처럼 굳센 허무와 우울을
안개마냥 깔고 섰다.
짐 꾸리고나서
떠날 채비 갖춘 초라한 나그네
마지막 손님이란 걸
알아차리고나선
웬지 멈칫거리지만,

음악으로, 회화로,
그 만의 이상이 펼쳐지는
회색의 누리엔
지옥에서 출품한 서사시가
장원으로 뽑혀버리고
삼색의 지고지순한 사랑 펼쳐지는데
이제 이 세상에 남은 건
오직 너와 나 뿐인 것을

질투하지 않는 사랑은
의미 없는 일상,
인생 공부나 새로 시작하자.

닭벼슬 같은
맨드라미 검붉은 빛에
눈 부셔 하며,
적정 온도의 사랑을 넘어버린
열정에 부르르 떨며,

차창에 부딪는 뿌우연 김
햇살의 세레나데로 녹여버리며,
그렇게 꾸준히 내닫는
네가 거기 있고
보아주는 내가 또 예 있는
허무한 세계
우울한 인생,
회색의 빛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