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의 호걸임을 자부하면서
시대를 엉뚱히 타고 났다 !
세상 잘못 만난 사주 팔자 원망하며,
그래도 이 만은 인류의 유일한,
그리고 유익한 걸작 발명품이라 -
소주 예찬론에 날밤 까는 줄 모르시던 우직한 고집.

지겹도록 쌓여대는 빈 병을 내던지며,
차라리 이럴 바에야
아범 직업 자체를 고물상으로나 바꿔버림이 낫겠다고
혼잣소리로 툴툴대던
마누라 보기가 안쓰러워서
툇마루에 앉아 가래침만 하릴 없이 뱉어대곤 했었는데 -

놀랍게도 오늘 아침
우리 오두막 토담 앞에는
그 지겨운 병이 굴러다니지 않는다,
설 날도,
한가위도,
한식날도 아니며
해방절이나 징글벨은 더욱 먼
춘삼월 초 아흐렛날인데
어르신의 헛기침 소리도,
허세나 열성이나 정의감도,
너스레나 고집이나 그 어떠한 흔적 하나까지도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유일하게 군주 노릇을 인정 받던,
평생 걸려 건설해 놓으신
당신의 나라에서
봄비 따라 떠나가시는 파발이신듯,
어젯밤 장타령 소리가
유난스럽게도 길게 이어지드니만 -

어르신,
부디 극락 왕생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