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16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7집. 구름에 달처럼 살아가는 이야기  


  "7집. 구름에 달처럼 살아가는 이야기"
1996년 11월 25일을 인쇄일로 탄생된 詩集입니다.

역시 인쇄 출판에 관련된 판권은
증인출판사에서 소유하고 있습니다.

序詩는 '겨울, 그리고 동면'이며
'구름같은 이야기'에 30편,
'달 닮은 이야기'에 31편,
'살아가는 이야기'는 '세월 하나(10편)',
'세월 둘(10편)',
세월 셋(11편)'으로 나누어 목차를 정했으므로
전체적으로 보자면
총 93편의 詩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별하게는 경제적으로 침체되고 힘들었던 시기이기에
세파에 시달려 생활고에 찌달리는 일상이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꿈을 키우며 도전하던
그 시절의 여러가지 직업을 대변하는 詩들이
많이 실려 있는 詩集입니다.
[ 증인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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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 되리 *



시작노트

" 호수 되리 " 詩作 note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4년에 한 차례씩 주기적으로 겪는 몸살이다. 허기사 국회의원 선거만 있는 게 아니고 대선이니, 지방자치제 선거니, 보궐선거니 이런저런 선거를 통틀어 계산해보니 거의 매년돌이로 투표라는 숙제가 주어지는 셈이다. 사정이 그러니 그렇게 번잡하게 뽑아놓은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겠다. 심지어는 시간이 좀 지나면 자신이 어떤 선거에서 누구를 선택했었는지 조차가 아리송하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다 그렇고 그런 사람들끼리 도토리 키 재기식의 경쟁을 하는 모양새가, 일견하기에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영 개운치 않을 때가 많다. 과연 이번 선거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부름을 받을까? 그리고 그들은 주어진 여건과 기간 내에 얼마나 훌륭하고 뛰어난 실력 발휘를 할 것인가? 도리 없다. 또 기대해보는 수밖에 없다.

문득 생각해본다. 이렇게 콩 볶듯 요란한 소음이 판을 치는 시기에는 어디 조용한 피난처가 있어서, 한 며칠 폼나게 쉬고 왔으면 참 좋겠다. 세상사 모두 잠시 접어놓고 재충전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는 호사는 영 불가능한 걸까?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것 변변치 못하고, 여유부릴 형편이 못되니, 하루살이처럼 그저 허구헌 날 연중무휴로 달려야 하는 팔자려니 하면서 쓴 웃음 한 번 짓는다. 그리곤 먹고 살기 위해 잰 걸음 또 옮긴다.

시골 출신이라서 그런지 필자는 자연을 꽤나 연모하는 축이다. 힘겹고 울창한 삶의 밀림을 헤치다가 언뜻 꺾어질지 모르는 불안에 직면하거나, 무릇 세파라는 대해를 헤엄치다가 버거워서 손짓 멈추고 싶어질 제면, 필자는 어김없이 자연의 한 자락을 찾아들어 피안의 위로를 받는다. 임시방편이라는 제목으로 시도 때도 정하지 않고 찾는 자연이지만, 자연은 귀찮아 하지 않고 언제라도 두 팔 벌려 필자를 안아준다.

지치고 피폐해진 심신에 기운을 북돋아주고, 몸 속 세포 하나하나까지 쓰다듬어주면서 자연은 속삭여준다. 얼른 일어나서 다시 돌아가라고, 가서 힘을 내서 또 도전해보라고, 세상과 대적해서 이기려 들지 말고, 구태여 거슬러 극복하려 애쓰지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라고, 세상의 모든 순리가 단지 육신의 조화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걸 깨달으라고, 자연은 변함없는 가르침을 전해준다.

다친 자존심을 어루만져주고, 상실된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면서, 자연은 조용한 목소리 얹어 필자의 등을 슬금 떠민다. 그렇게 되돌아온 일상은, 영락없이 필자에게 또 다른 삶의 터전이 되어 역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필자의 긴 행로에 또 다른 빛을 비추어주는 것이다. 계절도 따로 없다. 그냥 아무 때고 생각나면 찾아오라고 자연이 손짓을 하는 걸 알기에 망설임 없이 찾아갈 수 있는 거다.

산이고, 강이고, 바다이고, 호수이거나, 그저 앙상한 가지 여나믄 드리운 작은 그늘 아래이거나를 가리지 않는다. 흙이 있고, 돌이 있고, 물이 있고, 햇살 따스하고, 구름 흘러가며, 바람 살랑이는 곳이라면, 하나같이 필자의 고향이며 휴식처다. 밤이면 휘영청 달이 미소 짓는 언덕이거나, 새벽까지 별들과의 대화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벌판이라도, 필자에게는 아늑하고 포근한 천혜의 요새가 되어진다.

그 자연에서 생명을 훔치고, 소망을 틔우며, 내일을 품는다. 사실이 이럴진대 어찌 필자가 자연의 아들이 아닐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어주 어린 시절부터 가슴으로 쌓아온 ‘자연앓이’가, 숨을 멈추는 그 날까지 사랑할 ‘자연바라기’가 날이 갈수록 한껏 심각해지는 지경임에는 틀림이 없다. 예컨대 자연과 하나가 되는 꿈을 꾸면서 필자는 오늘을 산다.

자연을 통한 자아의 발견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각 분야에 골고루 퍼져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대로의 자연관을 펼치며 지니고 있는 생각과 주장을 피력한다. 문학으로, 예술로, 사진으로, 학술로, 자연은 그려지고 묘사된다. 필자가 참으로 인상 깊게 읽은 책이 있다. 2011년 ‘강연숙 박사’가 ‘소로우의 초월적인 자연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책이다.

이 책은 ‘데이비드 소로우’의 자연관이, ‘힌두인’들이 믿는 자연관과 유사함을 밝히고, 아울러 소로우가 살았던 1800년대 ‘뉴잉글런드’ 초절주의 정신을 언급하면서, 이 논문의 제목인 초월적인 자연사랑에서, ‘초월적인’이라는 개념을 분명히 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소로우의 초월적인 자연 사랑의 특징들을 서술했다.

소로우의 자연 글쓰기는 여러 종류의 세분된 제시를 통하지만, 결국은 자아에 대한 글이다. 소로우는 거울처럼 투명한 자아가 반사하는 자연을 묘사한 것이다. 아울러 소로우는 깨달은 의식을 지니기 위해 자연의 신성함에 대한 진실을 확신하고, 자연과 더불어 자아를 성찰해나간 것이다. 소로우의 자연은 기쁨의 노래가 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호수를, 강을, 미끄러지듯 아름답게 흘러가는 기쁨을 누리게 한다.

현재 환경이 파괴되고, 자연 속에서의 인간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생태주의자들은 소로우의 사상을 무엇보다도 가치있게 받아들이며, 소리 높여 자연을 보호할 것을 말하고 있다. 소로우의 자연사랑은, 어떻게 사는 것이 진실된 삶인지, 그의 자연사랑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가장 서쪽 끝은 가장 동쪽 끝일 따름이다.(Week 94)”는 소로우의 글처럼, 아시아 동쪽 끝 나라에서 ‘월든’을 마지막 임종 시까지 곁에 둘 정도로 소로우를 좋아했고, 소로우처럼 살다가 2010년 3월 입적하신 ‘법정스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내가 이 자리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는 새로 돋아나는 꽃과 잎들이 전하는 거룩한 침묵을 통해서 듣기 바랍니다.(2009년 봄 설법)” 라는 문구는 자연과 초월적인 사랑을 교감한 소로우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저자가 피상적인 근거나 상상력에 의존하여 내용을 저술한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부딪쳐 체득한 사실에 입각하여 책을 썼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로우가 살았던 ‘콩코드’를 비롯해서 소로우가 여행했던 거의 모든 곳을, 소로우가 직접 그린 지도를 보며 옛날 길을 따라 찾아다녔다. 잠시 영어통번역사로서 도청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기도 했지만 이내 그만두고 다시 소로우 연구에 전념했다.

2008년에는 ‘보스턴’에 살면서 ‘하버드대학 와이드너 도서관’에서 소로우와 힌두철학, 심층생태학, 초절주의 철학을 연구하며 소로우의 사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다. 그리고 하버드대학에서 콩코드까지 소로우가 걸어 다녔던 길가에 있는 집에 살면서, 그가 타고 다녔던 기차를 타고, 콩코드와 ‘월든 호수’를 다니면서 월든 호수의 사계절을 체험하고, ‘콩코드 강’에서 카누를 타보고, ‘메리맥 강’을 따라서 여행했고, 이 강 종착지인 ‘뉴베리포트’ 바닷가를 비롯, ‘페어헤이븐’ 언덕과 콩코드 곳곳의 소로우가 자주 갔던 곳을 찾아다녔다.

그야말로 종합 선물세트같은 자연의 파노라마가 책에 녹아들어있다. 저자의 경험을 통한 자연의 기운이 내용에 고스란히 스며있다. 그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자연을 호흡할 줄 아는 사람이다. 자연은 자연을 아끼는 사람을 감싼다. 자연은 받는 만큼 사랑한다.

2014년에 출간된,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이자 학자인 ‘최재천 교수’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자연을 사랑한 최재천’도 권장하고 싶은 책이다. 책에서는 자신의 삶을 통해 최재천 교수가 방황의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자연을 통해 시인을, 예술적 재능을 통해 미술가를 꿈꿨던 자신은, 꿈의 좌절로 인해 방황의 시간이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이 현재의 자신을 만드는 지표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꿈에 대해 고민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아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이다. 조용히 읽다보면, 우리 아이에게도 이런 삶을 살게 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솔솔 피어오르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을 한다. “이 세상에서 모든 꿈은 소중하다!” 사실은 우리의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삶의 최선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삶은 정말 본받고 싶어진다. 자연을 사랑하고, 그 속에서 정말 지혜로웠던 선택을 한 결단을 말하는 것이다. 꿈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낙관적으로 살아온 삶은 누구나 배워야 할 것 같다. 저자의 좌우명은 ‘알면 사랑한다.’ 라고 한다. 이 세상에서 사랑처럼 전염성이 강한 질병은 없다고 한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행동하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이웃과 자연에 대해 많이 알려고 노력 한다면, 이 세상은 점점 더 아름답고 밝은 곳이 될 거라고 믿고, 이 앎의 길이 우리가 이제껏 살아온 길이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을 한다. 너무나 멋진 말이다. 이 시대의 모든 아이들이 저자처럼 꿈을 향해 최선을 다 할 줄 아는 그런 아이로 자라주길 희망한다.

비구속적인 환경이 아이들에게 좋다고 한다. 자연과 함께 어우려져 뛰어놀 수 있는 환경과,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을 하고, 행동을 해야 할 것 같다. “친구들과 함께라면, 자연과 함께라면, 놀고 또 놀아도 질리지 않았다. 자연 속에서 놀 때 나는 가장 자유로웠고 행복했다.” 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실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통섭학자’다. 통섭이란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고자 하는 통합 학문이론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가 통섭학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이야기한다. ‘서울대학교 동물학과’ 재학 중에 프랑스의 생화학자 ‘자크 뤼시앵 모노’가 쓴 ‘우연과 필연’을 읽고 생물학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바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우주에 대한 철학을 갖고 연구할 때, 그것은 결국 인류에 필요한 진정한 학문을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가리킨다. 그것이 저자의 긴 학문 여정의 첫걸음이 되었던 것이다.

아무튼 자연은 항상 천진무구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으면서 우리에게 아늑함, 편안함만을 제공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자연의 모습이 너무도 감미롭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인간에게 영원한 쉼터와 안식처를 마련해주는 자연은 온 대지 위에 은은하게 펼쳐져 있다. 필자는 그런 자연이 너무나 좋기 때문에 시간이 있을 때에는 언제나 자연의 곁에 가 머무는 것이다.

자연은 절대로 오만하지 않고, 위용을 부리지도 않으며, 자신을 대지 위에 드러내며 사람들이 자주 찾아와 따뜻한 손길로 매만져주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자연의 은은한 미소를 맛보지 않은 사람은, 자연이 우리에게 풍겨주는 향기로운 향취와 그 정취를 느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이른바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의 당부에 귀 기울이며, 자연의 지침을 따를 수 있는 사람은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 준비가 된 사람이다. 살다보면 어렵고 힘든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역경이나 난관 앞에서 사람은 무기력한 자신을 바라보며 낙심할 때가 많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한탄을 하기도 하고, 혼자만의 고통에 몸부림치기도 한다.

그렇지만 사람은 어려움을 만나야 자신의 의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 때문에 모든 일이 순조로울 때는 절제를 잃고 산만해져, 많은 세월과 기회를 허비하기 쉽다. 심지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아 생활의 원칙과 방향을 상실하기도 한다. 사람의 의지력은 인생의 모든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는 요소로서, 인간 활동의 모든 상황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돈이 많으면 절약을 잊어 재산을 탕진하게 되고, 지위가 높으면 절제를 몰라 권력을 잃게 되며, 큰 명성을 누리다 보면 지조를 잃어 이름을 더럽히게 된다. 사람이란 존재는 고난을 잘 이겨내야 무슨 일에서든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고난을 이겨내지 못하면 자신을 망치게 되고, 행운이 다가와도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그냥 밟고 지나가게 된다.

사람살이라는 것이 늘 호사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찌보면 마치 날씨와도 같이 변화무쌍하다. 애초에 계획되어졌던 일이라면 일사불란하게 처리해 나갈 수 있지만, 때로는 예기치 못했던 어려운 일들도 우리 삶엔 얼마든지 많다. 어려움이 없는 삶에는 감사함이 없다. 우리 삶에 질병과도 같은 어려움이 없다면 상대적인 감사함을 느낄 수 없을 뿐더러, 삶에 저항력 또한 기를 수 없어, 또 다른 힘든 과정 앞에 굴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고난은 더 큰 힘을 비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지도 모른다. 고난 앞에 도도할 이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오너라. 부딪쳐 주마!”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오늘이다. 허기야 자연에게서 배울 것이 비단 이 뿐만은 아니다. 자연은 언제나 그 넓은 가슴으로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친다. 오래 참고, 온유하며, 언제나 양보하며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준다.

사랑은 단번에 승부를 내는 복권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두고 차근차근 쌓아가는 적금이다. 훗날, 고운 정에다 미운 정까지 이자로 덧붙여 온다. 세상이 하도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까 느긋하게 뭔가를 기다리는 게 참 바보같이 느껴지는 세상이다. 식당에 앉아 밥을 주문하고 5분을 채 기다리지 못한다. 2분도 안되는 간격으로 오는 지하철도 언제나 답답하게만 느껴지고, 월급 차근차근 모아서 결혼하고 집을 사는 사람이 희귀종으로 취급되는 세상이다.

적금을 붓기 보다는 복권에 승부를 걸고, 그나마도 일주일간의 기다림을 참지 못해 또 다시 즉석 복권을 긁어대는 사람들, 아무리 바쁜 세상이라지만 사랑은 복권이나 증권처럼 단번에
승부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싫증나면 금방 돌아 설 수 있는 그런 사랑 말고, 오래오래 계속 될 사랑을 원한다면 차근차근 적금 붓듯이 사랑을 쌓아가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 고운 정은 물론 미운 정까지 이자로 덧붙여 주니까 말이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것이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것이고, 그래서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이며, 지극히 영원한 것이다. 사랑은 정답이 없는 것이고, 마음의 전부를 갖는 것이며, 영원히 식지 않는 것이고, 항상 생각하는 것이다. 사랑은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고, 한없이 그리워 하는 것이며, 다 잃고도 다 얻은 것 같은 것이고, 다 얻고도 다 잃은 것 같은 것이다.

사랑은 바로 옆에 있어도 모르는 것이고, 누구도 막을 수가 없는 것이며, 어떤 모순도 감싸 안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은 눈을 멀게 하는 것이고, 눈을 뜨게 하는 것이며, 바보 같은 짓을 되풀이하게 하는 것이고, 한없이 샘솟는 우물과 같은 것이며, 절망 속에서도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이다. 사랑은 가까이 있어도 더 가까이 가고 싶게 하는 것이고, 설명하고 또 설명해도 더 설명해야 하는 것이 생기는 것이며, 육체적, 혈연적 관계가 없어도 하나인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이렇게 복잡하고 장황한 사랑이지만, 도대체 답을 찾기 힘든 사랑이지만, 우리는 자연에서라면 정말 간단하고 쉽게 배울 수 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들어보면 곧바로 들을 수 있다. 마침내 “사랑은 자연을 닮는 것이다.” 라는 자연의 목소리가 들려나는 것이다. 우리들이, 우리의 아이들이, 영원히 살아가야 하는 이 자연이 바로 우리 사랑의 근원적 본향임을, 자연은 작은 소리로 크게 속삭여준다.


" 호수 되리 " 詩作 note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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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슴에 샛강 한줄기 있어
소리 없이 강물 흐르면

비는 내리쟎아도 늘 촉촉한
그래서 때론 그 강가에 새 소리 나면

혹여 숲일까 여겨
설레며 다가선 눈이 큰 산노루
시름없이 돌아설 제 퐁당,
돌 하나 던지고

또 언제인가 그 강가에
초록잎 지면

행여 숲이리라 믿어
다시금 찾아온 큰 눈에 목 긴 산노루
고개 떨궈 돌아설 제 나풀,
꽃 하나 띄우고

깃털보다도 가벼운 소녀가 되어

사알며시 강가로 되돌아와
이슬처럼 한모금 입에 반짝 머물고
머언 나라 파르란 편지 남실,
얼른 놓고 돌아서면

소리 높여 졸졸대는 강물은 싫어
그대 위해 영원한 호수가 되리

금잔디 별밤으로 흩어 뿌려진
너른 초장 푸르른 숲 조용스런 밀어,
그대 위해서만 노래부르는
물결이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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