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7집. 구름에 달처럼 살아가는 이야기  


  "7집. 구름에 달처럼 살아가는 이야기"
1996년 11월 25일을 인쇄일로 탄생된 詩集입니다.

역시 인쇄 출판에 관련된 판권은
증인출판사에서 소유하고 있습니다.

序詩는 '겨울, 그리고 동면'이며
'구름같은 이야기'에 30편,
'달 닮은 이야기'에 31편,
'살아가는 이야기'는 '세월 하나(10편)',
'세월 둘(10편)',
세월 셋(11편)'으로 나누어 목차를 정했으므로
전체적으로 보자면
총 93편의 詩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별하게는 경제적으로 침체되고 힘들었던 시기이기에
세파에 시달려 생활고에 찌달리는 일상이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꿈을 키우며 도전하던
그 시절의 여러가지 직업을 대변하는 詩들이
많이 실려 있는 詩集입니다.
[ 증인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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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창 *



시작노트

" 마음의 창 " 詩作 note

벌써 2월말이다. 그러고보니 봄이 바로 코 앞이다. 이렇듯 정신 못차릴 정도로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라니. 조바심도 아쉬움도 별무소용이라, 애타는 늙은이 심사야 알 바 없다는 듯 무심한 세월은 제 갈 길을 내닫고 있을 뿐이다. 언제 쯤이었을까? 필자도 세월이 지루하고 시간이 더디 가는 게 불만이었던 시절은 있었다. 아무도 안믿을지 모르지만, 그리고 비록 까맣게 타버린 속내만큼이나 먼 기억의 편린이지만, 그래도 그런 청춘의 계절이 있기는 있었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늙어진다는 게 전혀 실감이 안 나던 질풍노도의 시절 말이다.

세월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시를 사랑하던 그 시절. 모든 있어지는 것들이 죄다 아름답고 생기로만 여겨지던 그 시절, 언제까지라도 변색되지 않을 거라는 굳은 믿음으로 젊음을 허비하던 그 시절이 왜 없었겠는가? 지금의 필자가 젊은 세대에게 제언하는 충고들을 정작 그들은 따분하고 고리타분한 잔소리로 여기듯, 선배 웃어른들이 하는 말을 귓등으로 튕겨내며 온갖 거드름을 다 피우던 그 시절이 아주 아주 길 줄로만 여기던 오만을 이제 와서 눈물 흘려, 한숨 몰아쉬며, 절절이 반성해본다.

얼마 전에 동창 친구 하나가 주소록을 작성해서 SNS에 올리면서 이미 고인이 된 친구들 명단을 별도로 적으며 귀띔을 했다. 어느새 우리 동창들 중에 15%가 이런 저런 사유로 유명을 달리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가끔씩 전해지는 부고에 혀를 차며 안타까워하기는 했지만 막상 수치상으로 다시 확인을 하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친구들이 이승을 하직한 거였다. 아무리 세상이 ‘백세 인생’이니 ‘무병장수를 임의로 조정하는 시대’이니 하며 떠들어대지만, 인명은 재천이라 70세의 목전에서 벌써 이리도 많은 숫자의 친구들이 작별을 한 것이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씁쓸하고 우울해진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것도 건강과 열정을 간직한 채, 질병과 난관을 동반하지 않은 강건한 삶의 날들이 과연 몇 해나, 몇 달이나, 몇 날이나 남겨진 걸까? 아무도 모르는 삶과 죽음의 궤적을 추측하면서 오늘을 사는 의미와 가치를 곱씹어본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그리고 더 좋은 날로 다가올 내일을 기대하면서 하루 하루의 진솔한 삶을 한 걸음씩 조심스레 걷고 있는 현실을 겸허하게 수용한다. 이제부터는 더욱 정신 차리고 더 순리대로 선하게 착하게, 그리 살아야겠다.

가능하면 좋은 말만 하고, 할 수 있다면 이웃과 좋은 관계만 유지하면서 서로 돕고 양보하는 아름다운 삶으로 빚어가고 싶다. 그렇게 서로의 애로사항을 함께 헤쳐 나가며 같이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는 인연으로 가꾸어가고 싶다. 어차피 길지도 않은 삶의 구석자리까지 시기와 질투와 모함으로 인간관계를 써내려가고 싶지는 않다. 그냥 행복과 평화와 만족의 이름으로 서로 나누며 공유하고 싶은 바람이다.

살면서 먼지처럼 쌓여지는 수많은 기억들, 좋은 기억은 너무 많아서 그런가? 쉽게 잊어버리면서. 나쁜 기억은 많지 않아서 그런가? 오래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프다. 정작 기억해야 할 행복한 순간들은 기억 속에서 찾아내지 못하고, 벌써 버렸어야 할 숨 막히는 순간들은 한참이 지난 후에도 왜 그렇게 생생한지, 이제라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잊어버리는 연습을 해볼까 한다.

미소 하나를 꺼내서 슬픔을 지우고, 웃음 하나를 꺼내서 상처를 지우고, 마음 깊이 담아 두었던 행복을 꺼내서 지우개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리고 지우기 시작하는 거다. 모두 다 지워질 때 까지... 생각만으로도 신나고 흥에 겹기까지 한다. 이런 모양으로 살다가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할 거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라고 여기면서 말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지만, 안에서도 열리게 되어 있다. 내가 행복할 때 나는 오롯이 오늘의 햇빛을 따스하게 사랑하고, 내가 불행할 때 나는 되레 내일의 별들을 사랑한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숨결은 밖에서도 들이쉬고, 안에서도 내어쉬게 되어있는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이 내 생명의 바다는 밀물이 되기도 하고, 썰물이 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출렁거린다. 이러한 삶의 모든 진실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기 마련이다.

혹여 살면서 부딪치게 되는 오늘의 시련이 힘겨워 절망의 나락 끝으로 다다를 때, 오늘이 끝이 아니라 내일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오늘을 참으로 잘 인내하여 내일을 맞는다면, 어제보단 오늘이, 내일보단 그 다음 날이 놀랄 정도로 가벼워짐을 느끼면 좋겠다. 신은 사람에게 감당하지 못할 고통을 주지 않는 것처럼, 오늘이 힘들더라도 내일은 덜 힘들 거란 믿음으로 웃으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면 인내하는 요령도 생기고 여유있는 자신감도 생길테니 되도록 힘차게 살아가면 좋겠다. 또한 많이 웃으며 살아야겠다.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늘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좋아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큰 사건이 한 번 일어나고 나면 그 때 비로서 깨닫는다. 평소에 모르다가 큰 일이 일어나 정신을 차리게 되면 그제사 지금의 온갖 것들이 다 복인 줄 알게 된다. 복은 늘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데 왜 그걸 평소에는 발견하지 못할까?

이미 다 아는 이야기지만,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 22%는 사소한 사건들,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것들이라고 한다. 나머지 4% 만이 정작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 고민이 많다고 해서 한 숨 쉬지는 말자. 고민은 우리의 영혼을 갉아 먹는다.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 그대로 실행하자.

그리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면 무시하자. 고민하나 안 하나 결과는 똑같지 않을까? 그러므로 고민은 꼭 해야 한다면 10분 정도만 하도록 하자. 가장 잊어버려야 할 일을 우리는 가장 잘 기억한다. 기억은 우리가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할 때 비열하게 우리를 떠날 뿐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가장 원하지 않을 때 어리석게도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니 기억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늘 온유와 겸양의 마음을 견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과 소금은 서로 다른 성격이지만 알고 보면 친한 사이다. 잦은 만남과 이별이지 않고, 고귀한 만남으로 둘은 빈 자리를 채워주길 원한다. 서로는 언제나 함께 함에, 식탁 위의 간을 맞춰주는 하나의 의미다. 만남이 싱거우면 소금이 되어, 짜면 물이 되어, 서로를 영원까지 찾아 주는 아름다운 물과 소금의 만남처럼, 우리의 삶에서 진행되는 모든 만남도 서로의 부족한 자리를 채워주는 필연의 만남이길 소망한다.

잘 생각해보면 인생길 외롭지 말라고 신은 우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주는 건지도 모른다. 인생길 쓸쓸하지 말라고 친구를 맺어주는지 모르겠다. 인생살이 춥지 말라고 가족이란 이불을 덮어주는지 모른다.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인해 따뜻해지는 심장을 가지고 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긴 겨울의 질곡을 벗어나 꽃 피고 새 우는 봄의 시절이 도래할 게다. 그러면 우리는 다시 샘솟는 활력과 생기를 마음에 가득히 품고 앞을 향해 나아갈 게다. 모두의 마음의 창을 활짝 열고 사랑과 행복과 평화의 의미를 가득 가득 채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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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작은 창
오직 하나 뿐이려니,
문 열 제 마다
떠난 님 창밖에 언제나 서있음에
굳게 닫아 살아온 나날

보고픔으로 보낸 시간
그리움으로 이은 계절
기다림으로 지난 세월

눈물 흘려 올올이 얼룩진 상처들
걸어잠근 창틈 새로
스물스물 스며들면
찢어지는 아픔 마다
어찌 그리 밉던지요

하지만 난 왜 진즉 몰랐을까요?
내 마음의 창은
단 하나가 아니란 걸

떠나간 이만 늘 보이는
마음의 창 옆 켠으로
또 하나 작은 창 열려지길 기둘려
콩콩대며 쉴 새 없이
신호 보내오는
그걸

이제 나 맘 가운데
새 창을 열을래요,
웬지 그 창 밖엔
뉜지 모를 누군가
오래 전부터 거기 서서
잔잔한 물결 일렁이듯
미소 짓고 있을 것 같아

한숨만 먹고 살아온
가여운 반 평생
옛 시절 다 지우고픈
이즈막 바람의 창
행복으로
사랑으로
대신 채워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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