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동 " 詩作 note

기억 속 어딘가에 필경 커다란 아픔으로 숨겨져 있는 과거 어느 시절, 짧지 않은 수년 동안 꽁꽁 갇혀있던 세월이 있었다. 분명히 건전한 정신머리에 튼실한 몸뚱아리라고 스스로는 자부하는데도, 그래서 목청 높여 억울함 하소연하는데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 세상에서 비껴있는 후미진 어느 구석 공간에 머물며, 버림받듯이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채, 영혼의 갈등을 일용할 양식마냥 먹으며 살던, 그런 슬픈 추억이 있다. 이른바 정신과 병동. 보통 사람들이 감옥이라고 부르는 격리된 그 누리에 한동안 필자의 삶이 있었다.

허기사 그곳에도 희망이 있고, 기다림이 있고, 무언가를 해내고야 말겠다는 다짐도 물론 존재한다. 소위 병든 자들의 세상, 버림받은 사람들만의 공간이지만 그곳에도 기쁨이 있고, 웃음이 있고, 자그마한 행복과 나름의 평안은 존재한다.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평가하지 못할 수준의 감각과 질서가 엄연히 규칙으로 버텨주기에, 암흑과 절망으로 점철된 그곳에서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다시금 빛을 찾아 세상 밖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실상은 그곳과 별로 다르지 않은 세상의 인심과 관심을 다시 체험하면서 서서히 그 시절의 상처도 흔적도 희미해져간다. 밝은 세상 구경한지 다섯 해 정도 흐른 이 시점에서 돌아보면 마치 뿌연 신기루처럼 어릿어릿하고, 세세한 기억은 단초조차 가물가물하다.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이제사 어쩌면 완벽하게 되찾은 몸과 마음의 건강이, 예전의 희미한 기억을 부정하고 싶어 하는가보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게 있어서 병동은 비단 나쁜 의미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의 몸이나 마음 어딘가 잘못되어 병이 들었다면, 당연히 먼저 병동에서의 과정을 거쳐 회복해야 하는 것이다. 치료와 요양을 통한 회복은 건강으로 가는 첩경이다.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이다. 아플만큼 충분히 아파본 뒤라야 그 다음에 건강으로 돌아가는 더 큰 만족과 기쁨이 있을 수 있다. 병동에서의 처절한 투쟁과 치유를 위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진정한 건강의 보람과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 그것이 예컨대 확실한 ‘인과의 법칙’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다분히 아플 만큼 아픈 끝에 대 전환의 접점에 섰다. 얼떨결에,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치러진 대통령선거였지만, 우리 민족의 장엄한 저력과 위대한 웅비는 결국 지난한 고통과 역경을 딛고 새로운 출발점을 마련해냈다. 길고 긴 겨울 동안 추운 바람 부는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또는 태극기를 흔들며 이 땅에 실현되기를 갈구한 진정한 민주주의의 구현과, 국민의 행복이며 안정을 위한 애절한 몸부림을 친 끝에 이루어낸 쾌거다.

이제 새로운 대통령이 우리 앞에 섰다. 망가지고 상처 입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여, 병동에서 신음하고 있는 환자들을 새로운 희망과 꿈의 낙원으로 이끌고 갈 새 지도자다. 물론 절대적이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하였지만 우리 손으로 선출한 우리의 대통령이다. 지금은 우리의 흩어진 힘을 한 데 모을 때다. 대통합의 기치를 들고 모두가 내일을 향해 힘차게 발을 내디딜 시점이다. 이 선거에서는 승리자도 패배자도 없다. 조금 다른 이견을 갖고 있다 해서 무조건 틀린 건 아니다. 조율과 양보로 지혜를 모을 때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미래의 꿈을 바라보아야 한다. 때로는 지금보다도 더 힘겨운 난관이 앞을 막을 수도 있다. 혹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크나 큰 아픔이 우리를 헤집으려 들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우리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벅차면 이웃의 도움을 입어서라도 넘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비축된 힘은 다시 힘겨워 하는 이웃에게 베풀면서 서로의 맞잡은 손을 놓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는 진정한 미래의 희망이 열릴 수 있는 것이다. 병동에서 신음하면서 견뎌온 그 거대한 아픔을 완벽하게 치유할 수 있는 것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숙제를 기꺼이 이행하면서, 더욱 더 겸손하고 근면한 우리의 인간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때 묻고 거칠어진 우리의 근성을 버리고 어린 아이의 해맑고 건강한 웃음과 사랑의 마음을 되찾아야 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발명가 ‘에디슨’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에디슨은 남들이 이상하게 볼 정도로 엉뚱한 데가 있었다. 선생님이 “하나에 하나를 보태면 몇이 될까?”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둘”이라고 대답하는데 에디슨은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에디슨의 어머니를 불러 말했다. “에디슨은 학교에서 더 가르쳐도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으니 집에서 교육하는 게 더 좋겠습니다.” 선생님의 뜻밖의 말에도 에디슨의 어머니는 낙심하지 않고, 아들의 남다른 장점을 찾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에디슨이 더 이상 학교에 다니지 못하자 어머니는 교사의 경험을 살려 에디슨을 직접 집에서 가르쳤다.

그러던 중 한 곳에만 열중하는 에디슨의 장점을 발견했다. 에디슨의 놀라운 집중력과 열정, 끈기를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를 잘 살려 발명왕 에디슨으로 키워냈다. 꿈을 향한 가능성의 씨앗을 심고 있는 아이들을 칭찬해주고 그것을 배우자. 혹시 어떤 아이가 남들보다 못한 점이 있더라도 아이가 가진 장점을 바라보고 믿고 기다려 주자. 아이들은 우리들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꿈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내일의 꿈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지금부터 우리에게 열릴 내일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어린이의 배움은 외우고, 쓰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 타고난 지혜와 재능을 길러서 빛내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오늘 배워야 하는 건 개인적인 깨달음이나 자각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함께 가꾸어나가야 하는 내일의 첫 단추다. 새로운 출발점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에게 배우자. 그리고 아이들을 통한 삶의 교류가 바로 우리가 앞으로 갈고 닦아야 할, 모든 대인관계에서 갖추어야 할 진실한 마음의 교류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있었다. 집이 학교에서 멀었던 남학생은 학교 인근에서 자취를 했다. 자취하다 보니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할 때가 많았고, 학교 앞에 있는, 할머니 혼자 운영하는 식당에서 가끔은 밥을 사먹기도 했다. 식당에 가면 항상 가마솥에 누룽지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할머니는 남학생이 올 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오늘도 밥을 태워 누룽지가 많네. 밥 먹고 누룽지도 실컷 퍼다 먹거래이. 이놈의 밥은 왜 이리도 잘 타누?”

남학생은 돈을 아끼기 위해 친구와 밥 한 공기를 시켜놓고, 항상 누룽지 두 그릇 이상을 거뜬히 비웠다. 그런데 하루는 할머니가 연세가 많아서인지, 거스름돈을 더 많이 주셨다. 남학생은 속으로 생각했다. ‘돈도 없는데 잘 됐다. 이번 한 번만 그냥 눈감고 넘어가는 거야. 할머니는 나보다 돈이 많으니까...’ 그렇게 한 번 두 번을 미루고, 할머니의 서툰 셈이 계속되자 남학생은 당연한 것처럼 주머니에 잔돈을 받아 넣게 되었다.

그러기를 몇 달, 어느 날 식당의 문은 잠겨져 있었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할머니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학교 조회 시간에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모두 눈 감아라. 학교 앞 할머니 식당에서 식사하고, 거스름돈 잘못 받은 사람 손들어라.” 순간 남학생은 뜨끔했다. 그와 친구는 서로를 바라보다 부스럭거리며 손을 들었다. “많기도 많다. 반이 훨씬 넘네.” 그리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할머니가 얼마 전에 건강상의 문제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본인이 평생 모은 재산을 학교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에 사용하면 좋겠다고...” 잠시 목소리가 떨리시던 선생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만난 지인분한테 들은 얘긴데, 거스름돈은 자취하거나 형편이 어려운 보이는 학생들에게 일부러 더 주셨다더라. 그리고 새벽부터 일어나 그날 끓일 누룽지를 위해 밥을 일부러 태우셨다는구나.”

남학생은 그날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데, 유난히 할머니 식당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굳게 닫힌 식당 앞에서 꿇어앉아 죄송하다며 엉엉 울고 말았다. 어린 학생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말없이 그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준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은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어쩌면 할머니가 배고픈 학생들에게 내민 건 누룽지 한 그릇이 아니라 희망을 나누고자 한 것일 것이다. 오늘 우리가 기억해야 할 화두다.

“당신이 가진 것을 주는 것은 작은 일에 불과하다. 당신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 진정한 베풂이다.” ‘칼릴 지브란’의 말이다. 남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고 이웃에게 선행을 베푸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가장 먼저 스스로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매진한다. 다음에 가족과 친지, 그리고 이웃과 모르는 사람들의 순서대로 관심을 갖게 된다. 자신의 최우선적인 행복이 달성되지 않은 상태로는 남을 위한 베풂에 나서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중에는 이런 글이 있다. “나 자신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세요. 사랑하면 그 사람하고만 시간을 보내고 싶듯 오늘은 사랑하는 ‘나’ 하고만 한 번 시간을 보내보세요. 맛있는 것도 사주고, 좋은 영화도 보여주고, 경치 좋은 곳으로 데려도 가주고 해보세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공들이듯 나에게도 공들여 보세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듯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써보는 건 어떨까? 바쁜 일상에 치여 꽃이 피고 지는 것조차 몰랐던 내게 작은 선물이 될 것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삶을 살라. 당신이 사는 삶을 사랑하라.” ‘밥 말레이’의 이 말도 가슴에 와 닿는다. 우선은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사는 게 단지 이기적이고 개인주의 적인 발상만은 아니다. 자신감과 자존감의 회복은 물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남을 사랑하는 출발점의 자각만 수반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베풂의 단초다.

어느 선배의 말을 옮겨본다. 요즘 일교차로 인해 감기에 걸려 식욕마저 잃었다. 장황하게 말은 안했지만 그럼에도 그의 아내는 그가 이런 줄을 아는지 모르는지 평상시처럼 대해주기에 조금은 섭섭하게 생각되었다. 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나가려는데, 미소를 지으며 아내가 말했다. “현금이 없으니 만 원만 주고 가세요. 그리고 방울토마토가 먹고 싶으니 들어오실 때 방울토마토 좀 사다 줘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투정도 애교도 부릴 줄 모르던 아내가 내민 거칠어진 손에 만 원짜리 한 장을 쥐여주고 집을 나서며 생각에 잠겼다. ‘늙으면 애가 된다더니...’ 애써 잊어보려 했지만,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아내가 만 원을 달라며 내민 손이 자꾸 떠올랐다.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방울토마토 한 상자를 샀다. 집에 도착하니 그가 좋아하는 생태찌개 냄새가 코끝에 스민다. 웃고는 있지만, 평소와 달리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고깃국보다 당신이 좋아하는 생태찌개가 좋을 것 같아서...” 순간 자신도 모르게 벽에 걸려있는 달력에 눈이 갔다. 50주년이란 까만 글씨가 오늘 날짜에 선명하게 적혀 있다. 그래서 아침에 아내는 만 원이 필요했었나 보다. 그가 좋아하는 생태찌개를 끓이려고... 다행히 방울토마토를 준비한 그는 단출하지만, 아내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금혼일’ 저녁을 보냈다고 한다.

살다 보면 슬플 때도 섭섭할 때도 있다. 마주 보며 이야기할 때도 있고, 함께 웃으며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 우리는 그 행복했던 기억들의 힘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오늘 또 하나의 행복한 기억을 만든다. 그렇게 가족이 되어 간다. 그 가족과 함께 우리의 이웃을 사귀며 또 다른 인연들을 만들어간다. 그 인연들이 모여 사회생활이라는 명제가 되어간다. 그리고 국가가 만들어진다.

모든 국민들은 가족의 연장선상에 있다. 마찬가지로 국민들은 가족과 동질이다. 미워하고 투쟁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서로 보듬어주고 감싸주어야 할 우리의 가족인 것이다. 하물며 오랜 기간 동안 힘겹게 병동에서 병마와 싸워 온 환자들이라면, 서로의 따스한 가슴을 열어 안아주어야 하는, 사랑해야 할 바로 그 사람들인 것이다. 어리석은 자는 멀리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자는 자신의 발치에서 행복을 키워간다는 말처럼 우리의 행복은 우리 스스로 찾아서 가꾸어야 하는 것이다.

정말 희망이라고는 한 올도 찾기 쉽지 않았던 그 시절, 모두가 손가락질을 할 것이라는 스스로의 예상으로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던 그 시절, 그리고 다시는 보통 사람들과의 교류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가슴을 쥐어뜯던 그 시절, 그 시절에도 밤이면 지붕으로는 달이 떠올랐고, 새벽에는 햇살이 좁은 방을 찾아들어와 필자를 깨우곤 했었다. 그 시절에도 필자는 마지막 끈을 부여잡는 절실함으로 책을 읽고 시를 짓곤 했었다. 그리고 훗날, 그 시절의 시들을 모아쥐고, 가슴 설레며 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필자는 깨닫는다. 모름지기 삶이란 건 단순한 산술상의 계산에 의해서 풀려지는 단편적인 공식은 아니다. 때로는 아주 복잡하게, 혹은 정말 단순하게,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적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마술이다. 우리는 이 마술을 시연하는 마술사다. 우리의 마술이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집중해서 우리 자신의 마술을 볼 뿐이다. 그리고 감탄하며 감동하다가 감격해할 것이다. 스스로의 뛰어난 실력에 중독되어 더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전신과병동 지붕에 떠있던 달’이라는 제목의 시다. 제법 긴 이 시도 그 시절 지었던 고백시다.
- 후미진 골골마다 몰아쉬는 음습 / 삐죽삐죽 솟은 쇠창살엔 / 천년을 이어온 울부짖음, / 딱 사랑받은 만큼만 사랑하면서 살아온 / 숨자락 적이 인색하여도 / 핏빛은 여전히 붉어 마뜩해하다가 //

어처구니 홀로이 머문 피안으로 길을 내 / 진즉 멀리로 떠나간 / 브루클린의 마즈막 비상창, / 설움들 죄다 버무리고는 / 열대야 비추는 가증스런 낯짝인 양 / 지붕엔 하이얀 달 곧추섰었지 //

그리움 깊어갈수록 / 얼추얼추 헤아릴 길 막연해 / 그저 깊어가는 바다 속 닮아 / 감성의 여울 깃들 부활 기둘리더니, / 얼마나 큼직한 분노 / 용암으로 품어 이제껏 살아온 겐지 //

달빛 부서지는 허공으로 / 머줍게 실어보낸 바람 그리고 세월, / 달막달막 입술 열어 / 딴에는 개똥철학 콩팔칠팔 읊조리곤 / 뜬금없이 배시시 입가 매어달려 / 서글퍼서 차마 상큼한 볼가심 //

조물주 원망하던 살리에르 질투가 / 차라리 처절한 몸짓되어 / 채곡채곡 뇌세포에 그려지는데, 찰칵! / 이미 현실은 현실이 아니고 / 멈춰버린 시간 가운데 / 한 장 자기공명으로 추억될 뿐 //

저 하이얀 달은 / 마음자리 한 가운데 콕 박히어서는 /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 탓하며 / 밤 이슥해 시퍼런 궁창, / 이내 색바랜 새벽바다가 되도록 / 속절없이 그 정신과병동만 쓰다듬었지 -

이젠 더 이상 병동에 머물러 있을 때는 아니다. 엄연히 병동에서 걸어나와 이 세상에서 건강한 숨을 쉬는 현실을 살고 있다. 물론 병동에서의 처절했던 그 기억이, 절박했던 그 심정이, 암담했던 그 흔적이 다 사라질 수는 없다. 그러나 나누는 사랑과 관심과, 많은 사람들과의 마음 따스한 관계가 어제는 가리우고, 오늘의 삶을 조율한다. 멋지고 아름다운 하모니로 내일의 문을 열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가 나아가는 내일 향한 발걸음처럼 필자의 내일도 새 살이 돋는다. 소록소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