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배열 속에 어지러이 널린
우리네 인생사 한귀퉁이에서는
무릇 송장 썩는 냄새
코를 자극한다.

어차피 악몽의 절반은
현실인 것을.

그럭 저럭 세월 흐르다가
뒤늦게 고엽제에 젖은
늙은 병사 눈 까뒤집고
방바닥 얼기설기 기어다니면,
바퀴벌레 벽을 타고 -

거미도 오늘은
천정에서 늘어뜨린 채
숨 죽이고 있다.

본연의 임무라
인류 구원의 소원풀이
무사히 마친 뒤
신바람나게 혈변을 쏟아내는
고개 숙인 영웅
그 피상적 아름다움도,

지랄같은 세상의
우스꽝스런 질서에는
할 말 잊었고
전생의 업보가
천둥치는 수도원의 철탑에 걸려
바둥거리면부

활의 기적 보다도
훨씬 설득력 있는
카프카의 변신은
내재율에 맞추어 착 착
진행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