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5집. 비 내리는 날 오후  


  "5집. 비 내리는 날 오후"
수록된 序詩의 제목은 '사랑의 서시'이며
목차에서는 '봄 ! 초록빛 생명이 움트는 새 날'에 11편,
'여름 ! 푸른 바다 파도위 갈매기의 사연'에 11편,
'가을 ! 낙엽쌓인 포도의 회색 하늘 정취'에 11편,
'겨울 ! 백설의 광야에 홀로 선 소나무'에 11편,
그리고 '뒷풀이 한마당 -
멍석깔고, 재주넘고, 행복찾는 짓거리'에 16편,
합계 61편의 詩와 後記로 편집된 詩集입니다.

1995년 11월6일 인쇄되었으며
이 詩集에는 비교적 서사적인 내용과 형식을 지닌 詩가
다른 詩集에 비해서
더 많이 실려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초롱불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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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꽁초가 할 말 있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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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물도 아닌 것이, 보약도 아닌 것이
아픈 가슴 치료에는 천하 제일 명약이라.
잠못 이루는 긴 밤에 담배 한대 피워물면
이내 밤을 걷워가는 감칠맛 나는 연기.
안절부절 방황하는 멍든 가슴에
남안 감성 안정까지 되살려주는
그 은근한 맛일랑은 내 잊지 못하지.

인생은 연기같은 것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
연기는 사라지고 남았느니 꽁초 뿐이라.

책상 위 재떨이에 꽁초가 열개도 넘게 있다.
방구석 휴지통에 꽁초가 백개도 넘게 있다.
대문밖 쓰레기통에 꽁초가 천개도 넘게 있다.
미화원 수거차에 꽁초가 만개도 넘게 있다.
시외 소각장에 꽁초가 일억개도 넘게 있다.
바다 메운 간척지 매립장 그 숨겨진 곳
통털어서 버려진 꽁초가 일조도 넘는다.
전국을, 아시아를, 세계를 다 뒤지면
쌓여진 꽁초는 몇개나 될까 ?

곧 때가 온다.
꽁초가 슬금슬금 데모를 시작한다.
빨리 회개하라.
나 예언하노니 21세기에는
꽁초가 세상을 지배하는 날이 오리라.
모든 인간은 꽁초 침략자의 말발굽 아래
짐승처럼 노예처럼 굴복 당하리라.

그 땐 땅을 치고 후회한들 별무소용이라,
살고 싶거들랑
구원받고 싶거들랑
꽁초를 귀히 다뤄 엄숙히 장사지내라.
온 백성 위하여 살다가신 넋 추앙해
국립묘지 모실 수 있다면 그건 더욱 좋고.
좁은 땅덩어리 그럴 자신 없으면
아예 꽁초를 탄생시킬 엄두도 내지 마라.

불쌍한 인간들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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