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4집. 지구 반대편의 메아리  


  "4집. 지구 반대편의 메아리"
1995년 8월 5일에 인쇄된 詩集입니다.

序詩의 제목은 '평론가에게'이며
총 5개의 章으로 구분되어 있고
'때로는 한두가지 씩 숨기고 싶은 비밀 있었다'에 10편,
'계절이 바뀌면서 염원이 싹트는데....'에 10편,
'세상 사는 보통사람의 없어진 참 모습'에 10편,
'자연 있고 사람 있지, 사람 있고 자연 있을까 ?'에 10편,
'산다는 것은 바로 죽음에 이르는 것이니....'에 10편,
합계 50편으로 엮은 詩集입니다.
[ 도서출판 가람뫼 ]

위로 이동

* 대나무 숲 - 1 *



 | 배경이미지 새로적용  | |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대나무 숲은 잠을 자지 않습니다.
온 밤내 사각사각
새색시 옷 벗는 소리 내면서
숨결 가다듬다가도,
길손의 기억마냥
어쩌다 찾아온 하늬바람에도
자못 얼굴 붉히며
매디 매디 쌓아온 세월 헤아립니다.

대나무 숲은 밤이 없습니다.
겨우 겨우 미동 접어
잠든 아기 가슴팍으로다
새근거리다가도,
뒷다리 슬쩍 터는
밤메뚜기 교미에 화들짝 놀라서는
잘난 잎 부르르 떨며
청춘의 한으로 맺어온 정절 내세웁니다.

대나무 숲은 겨울도 비껴 갑니다.
세상 모든 생명들 손아귀에 움켜쥐고,
죽음처럼
깊은 잠처럼
고요 속에 몰아넣는
엄동설한 기세 등등도
슬며시 꼬리 감추게 하곤
언제나 봄이었던 듯
푸른 꿈 푸르른 꿈만 더더욱 깊어집니다.

대나무 숲은 사랑을 심어줍니다.
아랫 마을 처녀 총각 밤겆이 마치고,
뻐꾸기 소리로 임 부르는 신호에
신기한 듯 기웃 기웃 엿보다가도
심술궂은 비라도 내릴 양이면
행여 고운 적삼 젖을손
다정스레 팔 벌려
비밀스런 웃음지며 보듭어줍니다.

대나무 숲은 새 날을 만들어줍니다.
깊은 골짝 봉우리에
주척주척 밤비 그치고
아침 햇살 밝아 오면,
풀벌레 소리들 한 웅큼씩 모두어
꿈으로 반죽하여
쌍무지개 틈 새로
반짝 반짝 뿌려줍니다.

 | 배경이미지 새로적용  | | 글자 크게 글자 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