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16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3집. 당신은 나의, 나는 당신의  


  "3집. 당신은 나의, 나는 당신의"
1995년 3월 23일에 출판된 詩集입니다.

詩人이 직접 '책 머리에'라는 인사글을 썼고
총 4개의 章으로 나뉘어져있는데
'방황하는 자아'에 15편,
'현실을 찾아서'에 15편,
'해묵은 운명'에 15편,
'살며 사랑하며'에 15편,
합계 60편의 詩가 실려있습니다.

유난히 連作詩가 많아서 총 60편이지만
훨씬 많은 量의 詩를 감상하시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 도서출판 가람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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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박같은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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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하네요.

어느 순간을 기준으로 해서
세상이 끝났어야 하는데
오늘도 아침은 계속 밝아오네요.

우리 회사에 있던 김부장은
큰 락카페 사장이 되었고요.

최부장은 전기제품 생산 주식회사에서
상무이사로 근무하고 있고요.

미스터김은 홍대앞 요지에다가
호프집 차려서 주인 되었고요.

고주임은 정육점에 취직해서
열심히 배달하여 집도 샀고요.

경리사원 미스조는 시집 잘 가서
부잣집 며느리 되어 딸도 낳았고요.

관리인이었던 양반도 회사 경영주 되어
자가용 무쏘 타고 다니고요.

다른 모든 직원들도 한 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들 잘 되어 있고요.

그런데,

사장이었던 나만
부도가 나 죄다 망해버리고 이제
할 일 없는 실업자 신세 되어버렸네요.

내가 먹여살려주던 아랫사람들이
하나같이 잘 되어서 고맙긴 하지만요.

옛날을 모조리 잊어버렸는지
날 기억하는 이 하나도 없어 섭섭하고요.

지금은 나이도 많고 힘도 떨어지고 해서
오라는 데가 전혀 없네요.

그래서 갈 데가 없어요.

다시 한번만 기회가 주어지면
정말 열심히 잘 할 수 있을텐데요.

정말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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