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추적이는 겨울비에도
성탄 조명 불빛은
기를 쓰고 반짝거리네
토닥 토닥 토닥
빗방울 성기다 보니
정작 경쾌한 걸음에
방해가 되지는 않아

달려 달려

걸음 빨라질수록
얼굴에 부딪치는 빗방울
사나운 소리내고
땀이 데운 몸짓
심장은 비명지르듯 고동쳐

더 빨리 더 빨리

사는 게 뭔지,
숨 붙어있으니 산다는 거
그것 말고 다른 건
전혀 생각지 않았는데
하나 둘 씩
소중한 것들 늘어만 가고

숨 쉬는 거 말고도
삶에 퍽 중요한 것 있음을
생각나게 하는 그런 일 생겨나다니
빌어먹을,
이게 바로 사랑이구나

고르디우스의 매듭인 양
엉키고 설킨
그리움도 기다림도
다 추억의 양 만큼
비례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진실의 디아볼로

문득 맨 살에 소금물 뿌린 듯
가슴 한 켠 아려오니
고통스럽다는 건
아직 살아있다는 징표
사랑의 고통 대신 머금은
아름다운 이 순간
중독될 만큼의 쾌락 있으니

대관절 누가 태어난 날이기에
우린 이 날을
성탄절이라 부르는 걸까?
겨울비 내리는데, 이렇게
그 속으로 나 걷고 있는데, 이렇게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