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가 애써 빚은 목숨인데
하늘 심부름이라 여겨
도로 거두어들이려 하나
실상 죽어짐의 공포
평생 트라우마로 남았으니

이삭,
아마도 더러는 말 더듬으며
깊은 우울증에 시달렸다지

지루한 삶의 일상이라
줄창 우물만 파다가
긴 성서 중에
고작 이름 몇 줄 올렸을 뿐이던 걸

조상에게도 치이고
자손에게 제목 가리워지더니
브엘세바의 초입에 서서
가나안 젖과 꿀
단단히 약조 받으며
별인 양 무수한 목숨까지 이어

내 영원한 믿음의 조종 되신 이여!

오늘
조용한 침묵으로 다가선
온갖 절망과 낙심의 흔적
바다모래 보다도
훨씬 짙은 고통 되어
뭇 사람 가슴팍에 스며드는데

당신의 거룩한
감사와 오래 참음의 기도를
곳곳에 뿌려주시고
어느새 되살아난
교만을, 혼돈을, 피 흘리는
불신의 피조물들을
죄다 거두어 가소서

지저의 뿌리에서
알파로 잉태되어져
흔들림 없이 영생하는
오메가의 하늘 울림,
차라리
그 목소리나 들려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