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긴
참 오묘한 누리입니다

달빛 아래
눈보다 하얀 모래가
바다마냥 넓게 펼쳐지고 가끔
신기루인 양
점점이 녹지가 보이는

거긴
비로소 모든 이에게
달빛서린 평화 줍니다
아주 차가워진 대지도
말없이 적막해
사막의 아름다움은 이내
극치로 내닫습니다

정적,
이제 모두 멈추어집니다

달빛조차 지금은
흐르지 않으며
모래바다는 누구의 그림자도
남기지 않습니다

금빛으로만 더러
흰빛으로만 간혹
푸르름하게 익어가는
모래바다, 드넓은

차라리 눈을 감으세요

그러면 마침내 거기
소리 한 올 흘리지 않고
감은 눈에 들려나는 무엇
툭!
머리 위로 한 방울
떨어집니다

이윽고 그 수 늘리다가
적막 달래려함인지 아님
그저 슬퍼함인지
누리 온통 잠깁니다
쏴!
한동안 거세지며
하늘 구멍 뚫린 듯

손가락 빗줄기
쏟아져옵니다
그 새 처절하던 상처는
말끔히 씻겨집니다

다시금 해가 뜨고
모래바다는 물바다 되고
시름이 죄다 떠내려간
오묘한 누리
홀연히 되살아납니다

부활한 누리 보고파서
안달난 몸뚱이
자,
이제 눈을 뜨시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