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락 가득 목련 잎새
슬프게 지거늘
아무도 없는 이 새벽시간
뉘 서서 저 꽃잎 따는 걸까?

여기 다시 봄은 왔는데
다시 날은 밝았는데,
창밖 물끄러미 보노라니
하늘은 홀로 깜깜하더니만

서러운 잎 마다
가랑비 뚝뚝 떨어지는 걸 어찌
그리움이라는 한 마디로
다 말할 수 있으랴

바라보는 사랑은
바랄 것 없어 참 편하다고
그저 슬프게 웃던,

이젠 그녀를 아주 잊었다는
그 마음 자체가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이었던 걸,
그걸 깨우치고서 다시는
억지로 잊지는 않기로

새벽하늘 껄껄거리며
호탕한 척 치달려 내려오니
과시 해묵은 추억 건드려
동티가 난 연유일세라

얼른 추스른 심사에
머릿결 쭈뼛 서는데
날이 들며 휘르릉
산바람 한바탕
크게 울고 지나가면

마음에는 티끌 한 점도
남기지 않으려는 듯
때 묻지 않은 그리움

신기하게도
아주 떠났다 하던 그녀
기다림만 차분히 깨어나느니,
이렇게 봄은 여기 다시 왔는데
이렇게 새 날은 들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