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바람이 살아,
깊은 골짝
아무도 찾지 않는 그늘 속에서
휘잉 휭 소리지르며
바람은 겨울을 살아

간혹 찾아주는 거라곤
숨 몰아쉬는 눈보라 세찬 몸짓
겨우내 바람 불어
누리 얼리면
숨어있던 바람조각 바스러지며

호흡이 가빠
늙어가는 세월의 내리막 길
홀로이 흘러예듯
쓸쓸하고 조용한 여울목 어딘가

사랑을 하고,

사랑을 하고,

또 사랑을 하고,

그리고 지금에 이르렀지, 문득
행복해지고 싶어

꿈이었나 봐,
꿈길 걸어가는 중에
그냥 걸어가는 게 아니란 걸
알아버리고는

거기 무언가 들려오고 있어
찌르듯 들려오는 무언가 따라
겨울은 겨울로 움직여
들려오는 무언가를 알고 싶어서

아직은 계속 걷고 있어,
하나의 문 열고
들어가는 순간
바람은 움직이는 모두의 모습
금세 삼키고 말아

시야의 저 끝 너머로
아직도 겨울은 이어지고 있어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고,
밤이 아름다운 건
하늘 멀리
별을 심어놓았기 때문이고,

바람이 아름다운 건
긴 겨울
사랑을 살아가기 때문이야

행복해지고 싶어
행복해지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