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저 끝에 나 홀로 잊혀져도

아무런 말 없이 미소만으로
내 이름 대신 부르던,
눈물로 그 밤 적시며
숨죽여 깊이 울어주던,

그렇게 우린 이미 하나였는데

너의 앞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놓던 고백,
약속되어져 주렁 매달린

내 사랑 네게 주었노니
내 진실 네게 보냈노니
내 삶을 네게 바쳤노니

나의 기억 속에서 살아나온 너,
지금에는
우리 사이 막힌 저 담 허물라
우리 사이 놓인 이 강 건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시름으로
눈에 보이는 아픔 만들어낸,
어쩌면 세월로 차곡 쌓인
우리 이별들 너무도 높아

이제라면
눈물로도, 한숨으로도,
첩첩 그리운 이 마음으로도
도무지 어쩔 수 없는

세월 하마 흐를수록
기억이 흐려지고
사연은 스러지고,
흔적은 선명히 되살아나니

내게 주어진 원죄가 운명이었듯
그 운명처럼 다가선 이별의 탑,

기억 저 끝에 나 홀로 외로워도

너는 내 안에 있어
내 어둠 불밝혀주리, 언제나
너는 내 맘에 살며
내 외롬 어루만지리, 여기에

기억 저 끝에서 해후가
꿈인 양 열리는 날에는

낯선 누군가처럼 조심스레 다가선
너 배시시 웃음 웃으며
내 앞으로 서다

우리의 인연 맨 처음 시작되던
그 날 그 순간
거기서 내 기억은 아주 멈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