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 눈물 흘리는 삶 원했더니
슬피 울음 울 수밖에 없도록
그조차 주어진 당신의 은총이기에

감히 입술로는
야훼라 부르지도 못하고
한 쌓인 가슴 움켜쥔 죄의 손
핏빛의 광채만 새로워라

덕지덕지 때 끼고
켜켜이 때 쌓인
높디 높은 죄의 첨탑
지금은 벗기어낼 때 되었으매

지저로부터서 시작하여
하늘 저기에로 끝닿은 업보
무거워 힘겨움에 견디지 못하고

당신 이름 부르짖다 공개 처형된
옛 광야의 선지자 행보
어설프게 흉내내더니

죽어짐으로서 아주 살아진
그네들의 그 언덕 걸어올랐네

반 쯤은 외면과 방치로 던졌다 하나
내 삶의 절반은 책임져주신
큐리오스시여,

삶의 의미 못지 않게
죽어감의 진리 절절이 깨닫기를
그리도 모질게 종용하더니만

이내 땅 위의 목숨 부질없음까지
덤으로 선물해준
당신의 후덕한 은사 감지덕지하여

평생 감추고 숨겼던
어둠의 창 꼬나쥔 김에
심장 힘껏 찔러 보은하리이다

태초,
사탄의 무리 즐겨 입던
날개옷 찬란하게 차려입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