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하마
세월을 갉으며 켜켜이 쌓여
세월 조롱하더니 어언 그녀,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와 다시금
허무로 모자이크한 세월탑 놓는다

오래 전 그녀 떠나던 그날,

처음 느꼈던 고통
그녀만의 세월 흘러 흘러도
가시인 양 가슴 박혀
심상에 계속 남아있을 거니까, 그리고는
조금씩 화인처럼 곪아갈 거니까,

차라리 세월 흘러간들
영 외롭고도 외로울 테니까,
짐짓 기억 헤집어 허공에 흩뿌린다
허무, 허무한 일상으로
세월 지금도 내게는 흐르지 않아

어떤 기억은 요사스럽게 화려하고,
또는 역겨울만큼 흉측하고,
혹은 의아스러울 정도로 기괴하고,
그 모든 곳에서는 차차리
온통 녹색의 눈이 뒤덮여

이 가슴에서 저 가슴으로
시냇물같이 졸졸 흘러가던
슬픔어린 씁쓸함 문득
벅찬 그리움으로 변하더니
성난 파도 거세게 물결친다

그땐, 그녀의 존재감
이슬비인 듯 미약했지만
이젠, 그녀가 내게 한 말
폭우되어 내 심신 흠뻑 적시거늘
세월 제아무리 흐른들
그녀 잊힐 리야 있을손?

오늘까지 이리 선명하게 되살아난
기억 마구 헤집는 것을